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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우울을 어떻게 다스려야 할지 모르겠다

by 이 영 Feb 1. 2025

퇴근을 하고 집으로 가는 길에 괜히 백화점에 들렀다.

자주 가던 빵집에는 친절하던 직원이 없었고 몇 번을 돌아도 사고 싶은 건 없었다. 빈 손으로 들어가는 것보다 뭐라도 사들고 가면 좋은데, 빈 손으로 가는 날이 더 많다.

부장님은 입이 심심하다며 과자를 꺼내 나눠주려 하셨으나 괜찮다고 말했다. 그러니 "아 군것질 안 하는구나. 사실 나도 그래요. 근데 입이 심심해서."

옅은 미소로 화답을 했다.


전날 화이트하임을 다 먹은 내가 떠올랐다. 여전히 난 밖에 있으면 긴장돼서 뭘 먹지 못하는구나.

전에는 하루 일과를 다 마치고 11시 12시가 다 되어서라도. 집에 와 그제야 편한 식사를 했다. 당연히 살도 많이 찌고. 과도한 스트레스가 원인이 아닐지.


집에 들어가기 전 마트를 들렀다. 저녁을 해 먹으려니 재료를 사야겠다 싶어서. 물건을 고르며 어떻게 해야 이 기분이 괜찮아질까. 어떻게 해야 우울이나 슬픔은 괜찮아지나. 나도 잘 모르겠다. 내가 뭘 해야, 뭘 먹어야, 나를 잘 다스릴지도.


딱딱한 무언가를 씹고 싶어 고르고 골라 쌀과자를 한 봉지 샀다.


일한 지 한 달이 지났다 벌써. 괜찮아진 것 같았는데 최근엔 문득문득 좀 옥죄는 기분이 들었다.

언니는 내가 나를 괜찮아해야 한다고 했다. 목표를 이루는 모습, 해내는 모습, 이런 모습들이 대견하고 마음에 드는 나. 난 내가 마음에 들지 않은 것 같다. 마음은 구겨진 종이처럼 꾸깃꾸깃한 것 같고. 표정은 어둡고 긴장하고. 경직된 자세와 모습으로.


잠도 자고 싶지 않고 그렇다고 할 것도 없는데 뭘 어찌해야 하는지. 내가

남 눈치만 보고 사는 내가 너무 불쌍하다. 이것도 저것도 온통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아서 가엾고

멈추고 싶다. 내게도 웃음이란 게 있었을까. 그건 뭐였을까.


난 옆집의 웃음소리조차 거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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