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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콩고물 Mar 05. 2021

해 떴다. 나갈까?

일단 드러눕고 마음이 시키는 대로



짧은 경험이지만 제주도는 대부분 흐리고 비가 오고, 그 비가 지나간 다음 날은 더없이 맑고 예쁘다. 파란 하늘이 시원하니 바다도 반짝이고 잎도 푸르다. 그런 날 길 따라 걸으면 모든 것에 날아갈 듯 기뻐지기에 계획을 세웠다.

비 온 뒤 해 뜬 날에는 버스를 타고 옆 동네 해변에 있는 식당에 가기로.

그리고 오늘 눈을 뜬 순간. 언제가 될지 모르던 이 계획에 큰 차질이 생겼다. 오늘 해 떴네..?

내가 마지막으로 본 일기예보로는 오늘 오후에야 비가 그치고 다소 구름이었다. 자기 전에 오늘 밖으로 나갈 마음을 먹지 않았는데. 해가 떴네? 예쁘다..

집순이의 큰 난관이다. 어제 나는 제주도 비바람에 우산을 날리며 와들 추워하면서 밖에 나갔다 왔다.

그러니까 어제 하루 종일 밖에서 놀았으니 오늘은 하루 종일 누워있어야 한다.


어쩌지..





'아 그런가? 그래도 가고 싶었다며' 생각해주는 사람이 있는 반면, '아 그거 알지' 해주는 징검다리 외출을 알아주는 사람도 있다.

밖에 나가면 즐거운데, 스스로는 잘 안 나가고.
사람들과 어울리는 건 재밌는데, 쉬는 건 혼자 쉬어야 하고. 낯선 사람을 만나 인사하는 게 좋은데, sns와 연락은 어워하는.

외향성 기질이 있는 드-읏 하지만 외향성 아닌 내향성 사람들. 그런 사람들 중 나는, 체력 없는 거다.

내 삶을 지지해 주는 든든한 코어 근육과 기초체력이 있다면, '난 뭐가 하고 싶은 거지?' 슬쩍 찾아오는 고민의 답을 지금보다 더 빠르게 구별할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없는 근육을 찾는 뜬구름 생각보다 매우 확실하게 알 수 있는 건. 내 휴식은 빈둥거림에서 온다...






글을 적는 동안에도 고민은 끝나지 않았다.
나가고 싶은 날인데 나갈 기력이 없다.
살아있는 기력은 손가락뿐이라 친구에게 칭얼거려본다.

"어제 하루 종일 밖에 있어서 오늘은 쉬고 싶은데, 하필 비 온 다음 날이라 해가 최고야. 이런 날에 가고 싶던 식당이 있었단 말이야? 근데 귀찮아. 오늘이 딱인 것 같은데. 근데 귀찮ㅇㅏ"

"내가 무슨 대답을 해주면 좋겠어ㅋㅋㅋㅋ"

"귀찮지 않을 마법 같은 거 없을까요?"

"귀찮은 걸 이기는 게 뭐가 있어"


그치그치. 이래서 우리가 친구다. 누워있자. 날 좋은 날 또 오겠지.
날이 시키는 외출 말고 마음이 시킬 때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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