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좋은 날이다. 흐린 구름으로 가득하던 하늘이 모처럼 해가 보였다. 기세 좋게 일어나 산책을 나와 인기 좋은 카페에 앉아 바다를 보고 있는데 엄마에게 전화가 왔다.
"일어났냐" 지금은 1시다.
"어제 일찍 잤어?" 밤 12시에 누웠고, 오전 11시에 일어났다.
"잘 잤네. 밥도 잘 먹고" 해석하자면 이 딸은 평소 집에서 아침 6시에 자고, 오후 2시에 일어나는데, 밤에 잠들고 오전에 일어나 산책까지 다니니 좋다는 뜻이다.
퍼질러 자고, 느지막이 일어나 마을 어기를 산책해도 잘한다, 칭찬받는 딸은 혼자 신나서 자리를 이동한다.
후드 집업을 눌러쓰고 고무줄을 주욱 당겨 흡사 우비소년이 되어 걷는다. 나에겐 날이 좋아도 제주도 봄바람은 춥다..
날이 좋은 날 사진을 찍는 여행객들을 자주 본다.
날이 좋은 날, 그냥 걷는 나도 좋은데 저 두 분은 이 시간이 얼마나 행복할까.
날이 좋은 날. 별거 없다.
"두 분 사진 찍어드릴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