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머물렀던 푸른 바다 안에 추억이 생겼고, 나는 돌담 속에 갇혔다.'
'이리저리 꺾이고 숨은 돌담길이 내가 이방인이라고 말하는 기분이다.'
길을 잃은 거다.
눈높이만큼 쌓인 돌담은 시야를 절묘하게 가려 미로에 빠진 기분을 주기 딱 좋은 듯하다.
특히 주변 사물을 보지 않고 지도만 보고 걷던 나에겐 헤매기 딱 좋은 환경.
다행히 이전 한 달 살이에서는 낮은 집들 사이, 굽이굽이 길 사이, 저 돌담 끝에 걸린 파랑 바다가 내 이정표가 되어 '여기까지 오면 숙소 찾을 수 있다' 말해주었기에 무사히 들어올 수 있었다.
그리고 지금 나는 머문 지 일주일이 되는 돌담 속에 갇혔다. 음... 갇혔었다. '길 없음' 표지판에 감사하며 돌고 돌아, 드디어 알고 있는 나의 이정표, 정자에 앉아... 숨 돌린다.
나에겐 바람과 싸운 미로의 길이었는데 정자에 앉아보니 오손도손 한 사람들과 뛰어노는 아이들이 보인다.
바람은 거세고 추운데 오늘도 나는 허약한 이방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