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척이는 밤, 천장이 공감해주는 한숨. 잠을 기다리다 배고픔이 먼저 오는 새벽. 원하지 않을수록 나를 두드리는 불면증이 다가왔다.
중학교 1학년 시절. 도덕 교과서에 '5분 이내에 잠들지 못한다면 일어나라'라는 문구가 보였다. 어른들이 아이들을 게으르고 시간 낭비하는 모습으로 몰아세우기 위하여 교과서에서 이러는 거지. 사춘기의 마음으로 몹시 아니 꼬아져 한껏 비뚤게 친구에게 말했고, 나와 같을 거라 생각했던 시원한 동조의 대답은 없었다. 어?
고요한 밤 속에 누워 눈을 감으면 들리는 건 그날 온종일 밖에서 쌓아온 후회의 메아리였고, 새벽에 일어나는 일상은 수면이 부족했다. 쉬는 시간, 학교 책상에 고개를 박았다.
친구들과 다른 게 싫었던 당시의 아이는 피곤함 사이로 '늦게까지 컴퓨터 해서인지 졸리네' 괜스레 있지 않은 변명을 꺼냈고.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나 또한 그렇게 믿었는지 모른다. 이쯤이야 금방 괜찮아질 거야. 아이의 시간은 순식간에 흘러갔고 반복되는 시간이 시작된지 십년이 훌쩍 더 지났다.
그사이 만성이 되어 버린 불면증은 치료에도 종종 다시 나타나게 되었다. 내가 인지하지도 못한 스트레스와 분노, 불안에 예민하게 반응하며 경고 사이렌을 울리듯 말이다.
뇌가 피곤함에 절여지는 기분으로 아득해진다. 시야가 팽팽 돌아 머리를 내려놓지만 그 속 안에 뇌는 이 기분을 불꽃놀이처럼 즐기고 있는 것 같다. 하나, 둘, 그렇게 잠들기 위한 방법들을 포기하고 뇌가 이기나 자아가 이기나 해보자며 분노가 차오른다.
분노가 사그라지지 못한 날. 드로잉 수업을 듣는 중간에 구토감이 올라왔고 앉아있는데 근육이 떨렸다. 깨어있는지 26시간째였다. 비척거리며 집에 오는 길에 나는 왜 이런 인간일까 울컥. 억울함이 밀려왔다.
"왜 일찍 안 자냐, 낮에 자서 그런 거다. 방치하지 말고 약이라도 먹지. 자기 전에 핸드폰 하지? 따뜻한 우유는 어때? 양파를 머리맡에 두는 거야. 억지로라도 노력해야지. 피곤하면 어련히 잘 수 있지. 좀 더 깨어있는 시간에 노력해. 운동은?"
나 또한 저 말들처럼 사라질 문제라 생각하고 지나와 버렸었으니 어쩌겠는가. 웃어야지.
'아 그냥 내 뒷목이나 쳐서 기절 좀 시켜죠.'
그런 밤, 오늘도 눈을 감으면 다 그렇듯 다 그런 생각들. 돌고 돌아 반복해 온 새롭지 않은 고민을 깊은 문 앞에 두고 뒤돌아 서버린다. 우선 한숨 자고 생각해보자.
몸에 힘을 빼고, 비뚤어진 골반만큼 꼬이는 다리를 탈탈 털어 펴고, 팔꿈치 터널 증후군이 있는 팔 또한 잘 펴야 한다. 수면안대와 가습기. 어설픈 478 수면 호흡법을 생각하며, 턱 근육도 풀어준다. 준비 자세는 이걸로 된 건가?
하루의 불안과 즐거움이 변변치 않게 반짝.
반짝 떠올랐다 가라앉는다. 반짝이는 파장으로 뒤척이는 데 이 불안은 잠시 생기는 불꽃놀이일까, 언제나 돌아오는 별 무리 은하수일까. 또 그렇게 반짝 사라져 보이지 않는 불꽃이 흘러 지나간다.
네, 네, 오늘도 수고 많으셨습니다.
이제 들어가셔야죠. 네.
좋은 하루 마무리 들어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