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콩고물 Jan 10. 2021

가까운 기억

가까운 행복

스런 하루의 시작 프링글스 한통을 집어 자리를 잡고 앉았다. 핸드폰을 태평이 바라보며 하는 동작이라곤 부지런히 과자통을 오가는 손과 입뿐인. 차분히 멈춰진 하늘과 나 사이는 바삭거리는 소리가 전부인 순간.  밀가루 짠맛이 괜스레 즐겁단 생각이 들었다.

'행복은 가까이에 있어, 내 옆의 프링글스처럼.'

거실에 눌어붙어 과자 통과 함께 구르다 나온 말인데 친구가 즐거워하며 웃었다.


 '그러게 정말 좋다'







어느 날 마음이 다급해져 일하는 순간, 부엌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부모님의 대화 소리였다. '작은딸이 과일주스를 마실까?' 하는 작은 이야기.
예민한 딸이 편안히 집중하며 일 할 수 있도록 또 그렇게 배려를 해주신 거다.


'예쁜 잔에 담아서 줘' 엄마의 말에 얼마 지나지 않아, 아빠는 꽃이 그려진 길쭉한 고블 잔에 주스를 담아 가져다주셨다.


이 즐거움이 한 잔 안에 담기다니. 놀라움에 웃을 수밖에 없었다.







오랜 작업으로 안구건조증이 심해진 날. 가족들이 출근한 집안에서 인공눈물을 찾다 포기하고 가족 대화방에 물어보았다.
'나는 모른다, 어디 있겠지' 아빠가 말하셨다.
'회사에 있어, 퇴근할 때 가져갈게'언니가 말했다.
'아빠 보고 사 오라 해' 엄마가 말하셨다.

각기 다른 방법이 톡방을 갔지만 인공눈물은 엄마가 찾아주셨고, 언니가 가져다주었다.

내 손 안 인공눈물이 쥐어지니, 아무도 나에게 2분 거리에 있는 '약국에 가서 사와'라고 말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혼자 웃었다. 일하는 중간 나가지 않고, 집에서만 쉬는 나를 매우 잘 아는 가족들이. 그런 나에게 일부러 밖에 나가라 하지 않는 우리 가족들이라.


그 배려가 모여 나를 지탱해주는 거지. 가족 품 안에서 느끼는 안정에 행복해졌다.







새해, 지난 일기장 한 장 한 장 속에 이렇게 매 순간 좋아하고 기뻐하고 있었던 것을. 자세히 들여다보지 못한 채 모르고 지나쳐왔다.

행복함을 당연하게 여기어서 모르고 지나왔나?

지난 한 해를 돌아보며, 시국이 나빴음과 별개로 나는 뿌듯하고 열심히 한 해를 보냈다고 말할 수 있었다.
이유 없이 행복하고, 이해할 수 없었던 행복이 지나쳐간다. 아. 항상 여기 있었구나. 손에 닿는 과자처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