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란스런 하루의 시작 프링글스 한통을 집어 자리를 잡고 앉았다. 핸드폰을 태평이 바라보며 하는 동작이라곤 부지런히 과자통을 오가는 손과 입뿐인. 차분히 멈춰진 하늘과 나 사이는 바삭거리는 소리가 전부인 순간. 밀가루 짠맛이 괜스레 즐겁단 생각이 들었다.
'행복은 가까이에 있어, 내 옆의 프링글스처럼.'
거실에 눌어붙어 과자 통과 함께 구르다 나온 말인데 친구가 즐거워하며 웃었다.
'그러게 정말 좋다'
어느 날 마음이 다급해져 일하는 순간, 부엌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부모님의 대화 소리였다. '작은딸이 과일주스를 마실까?' 하는 작은 이야기.
예민한 딸이 편안히 집중하며 일 할 수 있도록 또 그렇게 배려를 해주신 거다.
'예쁜 잔에 담아서 줘' 엄마의 말에 얼마 지나지 않아, 아빠는 꽃이 그려진 길쭉한 고블렛 잔에 주스를 담아 가져다주셨다.
이 즐거움이 한 잔 안에 담기다니. 놀라움에 웃을 수밖에 없었다.
오랜 작업으로 안구건조증이 심해진 날. 가족들이 출근한 집안에서 인공눈물을 찾다 포기하고 가족 대화방에 물어보았다.
'나는 모른다, 어디 있겠지' 아빠가 말하셨다.
'회사에 있어, 퇴근할 때 가져갈게'언니가 말했다.
'아빠 보고 사 오라 해' 엄마가 말하셨다.
각기 다른 방법이 톡방을 오갔지만 인공눈물은 엄마가 찾아주셨고, 언니가 가져다주었다.
내 손 안에 인공눈물이 쥐어지니, 아무도 나에게 2분 거리에 있는 '약국에 가서 사와'라고 말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혼자 웃었다. 일하는 중간 나가지 않고, 집에서만 쉬는 나를 매우 잘 아는 가족들이. 그런 나에게 일부러 밖에 나가라 하지 않는 우리 가족들이라서.
그 배려가 모여 나를 지탱해주는 거지. 가족 품 안에서 느끼는 안정에 행복해졌다.
새해, 지난 일기장 한 장 한 장 속에 이렇게 매 순간 좋아하고 기뻐하고 있었던 것을. 자세히 들여다보지 못한 채 모르고 지나쳐왔다.
행복함을 당연하게 여기어서 모르고 지나왔나?
지난 한 해를 돌아보며, 시국이 나빴음과 별개로 나는 뿌듯하고 열심히 한 해를 보냈다고 말할 수 있었다.
이유 없이 행복하고, 이해할 수 없었던 행복이 지나쳐간다. 아. 항상 여기 있었구나. 손에 닿는 과자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