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 남매중 내가 엄마를 젤로 닮았다. 심지어 발가락 손가락도 닮았다. 좋게 말하면 바비인형 손이고 나쁘게 말함 닭발 손이다.
얼굴도 달걀형~(자칭)
그래서인지 울 엄니는 내가 지식들 중 젤 예쁘고 편하단다. 끌림이 있는 자식인 셈이다.
엄마가 건강할 때 제주 오면 친구들 만나면서 시간을 보냈다. 엄마가 올만에 내려온 장성한 자식 위한답시고새벽같이 일어나서 차려주신 밥 먹고, 친구들 만나서 수다 떨고 놀러 다니고 밤 문화 음주도 즐겼다. 바닷가 파도소리 들으며 맥주 마시고 실컷 놀다가 들어와도 아무 죄책감도 없이
또 아침이 되면 엄마가 차려준 맛난 아침을
먹었다.
어느 날 엄마가 아팠다. 천사표 엄니가 아팠다.
철없는 딸에게 늦은 귀가에도 한 마디 잔소리도 안 하시고 그렇게 맛난 아침을 차려주시던 그런 엄마가 아팠다.
그래서, 일 년에 네 번 정도 휴가를 내서 엄마보러 제주에 온다. 친구들은 거의 안 만나고 이제 내가 엄니 깜딱지가 되어서
새벽에 일어나 밥을 한다. 매끼니마다 밥을 하고 새로운 반찬을 하고, 후식을 만들고
중간중간에 아프신 엄마 인간 맛사지 기계가 되어 허리와 다리와 어깨를 주무른다.
평소에 한 운동 탓에 손 아귀가 세어서 맛사지 기계보다 내 손이 시원하다고 하니 그 시원하다는 소리를 듣고 싶어서 내가 맛서지 기계가 된다.
엄마: 이제 그만 해. 너 팔 아프겠다
나: 나 운동 많이 해서 팔 안 아파. 이것도 운동이야
엄마: 에고 시원하다.
나; 그치?
그다지 특별한 대화도 없다.
맘 같아선 일 때려치고 내려와 일년만이라도 옆에 있어드리고 싶다. 그런 속내를 은근히 비추었더니 한사코 말리신다.
서론이 넘 길었다.
암튼 전복죽 도전기 써 보기로~
갠적으로 음식 레시피 글쓰기는 참 귀찮다. 음식 하기도 바쁜데 사진 찍는게 넘 귀찮아서 ㅋ
재료: 전복 중간 크기 세 개
다진 마늘 반 스푼, 참기름 한 스푼
다진 당근,다진 표고버섯
쌀 한 컵 (3인분 기준임)
어제 동문 시장에서 오빠가 사다 준 전복 냉동실에서 세개를 꺼냄. 3인분이라 1인 1전복
엄마를 위한 생애최초 전복죽 도전 (1)
해동시키는데 얼마나 싱싱했는지 한 녀석이 꼬물거려 깝 놀람. 냉동전복이 움직이는 거 보신 적 있으신가요?
참, 요리하기 한 시간 전 쌀 한 컵 미리 불려 놓음
놀란 맘을 진정하고 네이버에서 전복 손질
찾아보고 행함.
1. 숟가락으로 전복 껍질 안에 대고 파냄
2. 윗 부분에 있는 이빨처럼 생긴 것 제거.
이거 제거하면서 또 놀램. 진짜 생쥐 이처럼 생겨서 오싹. 분홍색 테두리의 흰색 이임
3.물로 헹귀내서 모래주머니 떼어 내라고 했는데 못 찾아서 걍 놔 둠.
모래주머니 먹고 죽었단 얘긴 못 들은것 같아서
패스 ㅋㅋ
4.내장 따로 떼어놓고 몸통만 적당한 크기로 채 썰음
요것만 보면 전복 회임. 몇 개 집어서 초장에 찍어 오빠 몰래 먹음. 한라산 소주 마시려다 참음.넘 대낮이라 ㅋ
냄비에 다진 마늘과 참기름 넣고 달달 볶음
불린 쌀에다 내장 넣고 비빔.
내장 범벅 쌀 냄비에 넣고 또 달달 볶음.
물 넣고 끓이다 어느 정도 쌀이 익으면
썰어둔 야채 투하
야채 반 정도 익으면 썰어놓은 전복 몸채 투하
모든 해산물은 많이 익히면 더 질겨짐.오
징어 문어도 살짝 데치는 정도로만 익히죠?
비주얼만 보면 정말 별로임.색깔이 폭풍흡입을 부르는 비주얼은 아닌 것 같다.
이제 2분 정도 더 끓이다 참기름 한 스푼 두르고 불 끔.
사진은 여기까지 임다.
오빠가 옆에 와서 좀 신경이 쓰여 사진은 더이상 안 찍음
좀 고지식한 분이라~맛있게 했는데 잔소리 듣기 싫어서 음식에만 집중하느라~
암튼 전복 손질하다 두 번 놀라고 모래주머니
도 못 찾고 그냥 넣고
간을 10번이나 보면서 만든
클로이표 전복죽 완성~
맛은? 잘 모르겠어요. 식당에서 먹어본 그 맛하고는 좀 다른 것 같아요
근데 울 엄니는 맛있게 뚝딱 드셨다는 사실
엄마 왈: 맛 좋다.
오빠 왈: 죽이 좀 되긴 한데 맛 있네.
먹을 때마다 꼭 꼬투리 한 마디를 놓치지 않고 날려 주시는 오빠 멘트. 이젠 하도 들어서 그러려니 하고 한 귀로 듣고 두 귀로 흘려보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