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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lvin Nov 26. 2023

워너비 집사의 고양이 자랑

나만 냥이 없어

2022년 말 기준 국내 반려동물 양육가구(반려가구)는 552만 가구, 반려인은 1,262만 명으로 전체의 25.7%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됐다는 기사를 접했었다. 특히 요즘 1인 가구가 늘면서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반려인들 역시 늘어나는 추세가 아닌가 싶다. 나 역시 미국에 오기 전, 동생이 강아지를 너무도 키우고 싶어 해 반대하던 가족들을 설득해서 1년 정도 키웠던 적이 있다. 나는 반려동물에 대해 딱히 호불호가 없었지만 그래도 종종 귀여운 모습을 보여주던 토이 푸들이었기에 나쁘지 않은 동거생활이었다.


그러던 내가 진심으로 좋아하는 반려동물이 생겼다. 바로 고양이다. 나는 고양이를 키워본 적도 없고 한국에 있을 땐 주변에 고양이를 키우는 친구들도 없었어서 어떻게 고양이가 좋아졌는지 의문이긴 하다. 많은 사람들이 그렇듯 자신들이 어떤 계기로 좋아하는 것들이 생겼는지 명확하지 않을 때가 있기에, 나도 그중 한 명이라 생각한다.


고양이 입덕의 첫 발자국은 고등학생 때였던 걸로 기억한다. 여름방학 도중 오랜만에 만난 친구가 고양이 카페를 가보자고 제안했던 적이 있다. 나는 그때 당시 고양이 카페라는 것을 어렴풋이 들어만 봤을 뿐 가본 적은 없었다. 나름대로 상상하기에는 그저 평범한 카페에 고양이들이 쉬고 있는 케이지들 몇 개가 전시돼 있는 건가 싶었다. 하지만 이게 웬 걸, 카페에 들어서자마자 내 발 바로 아래 주황색 줄무늬 고양이가 쪼르르 걸어와 똘망똘망한 눈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렇게 기분 좋은 충격도 잠시, 고개를 들어보니 좌식 형식으로 되어있는 카페에 예닐곱 마리의 고양이들이 카페 전체를 아주 자유롭게 돌아다니고 있었다.


이때가 처음으로 고양이를 가까이에서 접한 날이었다. 고양이들의 움직임은 부드러우면서도 절도 있었고 귀여운 외모이지만 도도하고 앙칼진 모습도 겸비하고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강아지와는 다르게 불러도 오지 않았다. 친구랑 음료를 마시며 대화를 하는 도중 몇 마리가 불쑥불쑥 테이블에 올라와 우리 둘을 곁눈질을 하고는 우리가 조금 귀엽다며 만져보려는 찰나 도망가버리는 순간들을 제외하면 고양이들을 만져보는 건 쉽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그런 고양이의 모습에 더욱 매료되었던 것 같다. 그날 집에 돌아와 고양이의 특징에 대해 찾아보고 SNS에 고양이의 관련한 글들을 찾아보고 했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나는 고양이의 특징 하나하나가 내 마음에 쏙 든다는 걸 알게 됐다. 나중에 미국 대학생활 중 친한 후배 한 명이 고양이를 키우기 시작했고 나는 날마다 놀러 가 그 고양이와 교감하고 고양이를 위한 선물도 사주는 등, 평소에 하지 않는 애정표현을 고양이에게 마구 쏟아내고 있었다.


중학생 때 1년 동안 동생이 데려온 토이 푸들과의 동거 생활이 나쁘지 않다고 했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좋지도 않았다. 아주 새끼 때부터 데려와 키웠던 나머지 어느 정도 클 때까지는 울타리를 만들어 그 안에서 키웠었는데, 밤마다 낑낑대는 소리에 가족들이 모두 잠을 설쳤던 일이 많아 짜증이 났던 경우가 잦았다. 그리고 강아지가 어느 정도 큰 후에 내 손가락을 세게 물어 피를 봤던 경험도 있기에 나는 강아지에 대한 기억이 마냥 좋지는 않다. 물론 어렸었던 탓에 강아지를 어떻게 키워야 하는지, 다뤄야 하는지 잘 몰랐었던 이유도 있었겠지만 어린 마음에 잠을 설쳤던 경험과 개에게 물렸던 경험이 약간의 트라우마로 남아있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이런 나의 개인적인 강아지와의 부정적인 경험 때문에 고양이들이 더 사랑스럽게 보이는지 모르겠다. 먼저 경험상 강아지들은 하교 후 혹은 퇴근 후에 현관으로 내가 들어오는 순간부터 꼬리를 미친 듯이 흔들며 목청 떨어져 나갈 만한 반갑다는 외침으로 빙글빙글 돌며 나에게 매달리며 반긴다. 이 모습이 귀여워 보이긴 했지만, 사실 살짝 귀찮기도 했다. 너무 매달리는 것 같달까. 하지만 고양이들은 다르다. 대부분 집에 들어온 사람들을 무시한다. 정말 가끔 자기가 원할 때 얼굴만 스윽 비치며 "어, 왔냐"라는 투의 인사 후 사라진다.


고양이들의 마음을 사려면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고양이 장난감(그 가느다란 막대기 끝에 깃털이랑 작은 방울 달린 이름 모르는 그거)과 레이저 포인터를 이용해 고양이들을 운동(?) 시키고 종종 고양이 통조림과 츄르를 주며 유혹하면 마침내 그르릉 거리며 내 무르팍에 머리를 부비고 내 다리 옆편에 누워 잠을 잔다. 나는 그때 그 성취감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 정말 짜릿했다. 조금 우습지만 사랑을 쟁취한 느낌이 이런 걸까란 느낌도 함께 들었었다. 이런 느낌은 강아지에게선 느낄 수 없는 것들이니까. 개인적으로 가족들이나 연인들 사이에도 매일 사랑한다는 말을 통해 마음을 확인하는 것도 좋지만 나는 종종 조금씩 아쉬울 때마다 한 번씩 마음속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사랑해" 한 마디가 더욱 여운이 남는 것 같다. 고양이도 비슷한 느낌이 아닐까 싶다. 고된 노력을 통해 선택받은 자에게만 허락되는 고양이의 애정표현은 내가 고양이를 더욱 애타게 좋아하게 되는 이유인 것 같다.


우리 부모님은 고양이 알러지가 있으시고 동생은 고양이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 고양이를 키울 생각은 꿈에도 못 해봤다. 대학생 때 부모님 지붕 아래에서 나와 5년 동안 지낼 때도 매년 룸메이트가 있었기에 고양이를 키우는 것이 가능하지 않았다. 후에 나 홀로 자취할 일이 생긴다면 진지하게 고양이를 키우는 걸 생각해 볼 것 같다. 이 세상 모든 집사들에게 내 모든 부러움을 표한다. 언급했던 내 친한 후배 고양이 사진들과 함께 글을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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