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Kelvin Dec 31. 2023

글을 쓰는 이유

습관처럼 꽤 오랫동안 할 수 있기를

나는 간이 MBTI 검사에서 I가 70%가 나온 꽤 내성적인 편이다. 친구가 나와 놀자고 부르면 잘 나가는 편이긴 하지만 내가 먼저 밖에서 보자고 하는 일은 드물고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집돌이가 되었다. 특히 코로나 때, 밖에 나갈 수 없었으니 집 안에서 하는 취미들을 할 수 있는 한 많이 찾아서 하게 되었다. 기타와 피아노는 물론이고 평소에는 잘 못하던 독서, 홈트, 콘솔게임 등 여러 가지가 있었고 글쓰기 역시 그중 하나였다.


제대로 된 글은 아니었지만 메모장에 끄적거리다시피 일기를 쓰던 건 대학교에 들어가고 나서부터다. 머릿속이 복잡한 일이 있거나 누구한테 털어놓기 애매한 이야깃거리들을 글로 적다 보면 생각정리도 되면서 한숨과 함께 마음이 편해질 때가 꽤 있다는 걸 깨달았었고 어느새 내 취미 중 하나로 자리 잡게 되었다. 대학생 때는 그저 인별 부계정을 만들어 소수의 친구들에게만 보여주는 식으로 글을 썼었고 거기에 만족했었다. 하지만 내 글을 꾸준히 읽어주던 몇몇 친구들이 생각보다 필력이 꽤 있다는 격려를 많이 해주었고 그때부터 알게 모르게 내 글에 대한 자신감을 더 갖게 되었던 것 같다. 그 자신감이 용기가 되고 그 용기가 욕심이 되어 브런치스토리까지 오게 됐다고 생각한다.


생각해 보면 내가 지금까지 개인적으로 써왔던 글들 모두 내 개인적인 감정과 이야기들이다. 딱히 자극적이지 않았고 특정 인물들을 묘사하지도 않았기에 세상에 내 글을 보여줘도 딱히 문제가 없을 것 같았다. 그리고 많은 내성적 사람들이 갖고 있는 소위 "내적관종"끼를 나도 어느 정도는 갖고 있기에 세상 사람들이 내 이야기를 들어줬으면, 세상에 나 같은 사람도 있구나를 조금 알아줬으면 하는 욕심도 있었다. 그런 욕구를 해소할 수 있는 최고의 플랫폼이 훌륭한 글들과 작가들이 모여있는 이곳 브런치였고 나도 이곳에서 쭉 재밌게 글을 쓰고 있다. 물론 내 필력은 여기 있는 뛰어난 작가분들에 비하면 훨씬 떨어지지만 오히려 그분들의 글을 읽으면서 공감하고 배워가는 재미도 쏠쏠하다.


취미, 욕심과 더불어 내 일대기를 기록하고자 하는 마음 역시 내가 브런치를 시작하게 된 이유들 중 하나이다. 사람은 고쳐 쓰는 것이 아니다란 말, 많이 들어봤을 것이다. 어렸을 때부터 겪어온 경험들, 그를 통해 성립한 신념과 가치관을 남이 바꿔준다는 것은 낙타가 바늘구멍으로 들어간다는 얘기와 다름없을 것이다. 하지만 드물게 사람이 변하기도 한다. 20년 남짓 짧은 인생을 살아온 바 감히 추측해보자면, 자신이 직접 지금까지 갖고 있던 가치관과 생각에 반하는 경험을 했을 때, 그리고 그 경험이 불쾌하지 않고 오히려 새롭고 반갑게 받아들여질 때, 그런 흔치 않은 경험을 할 때 사람은 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 역시 이런 경험을 한 적이 있고 그 후의 나는 매우 다른 그리고 더 나은 사람이 되었다고 단언할 수 있다.


그렇기에 기록을 하고 싶은 것이다. 브런치를 처음 시작했을 때의 내 글들과 몇 년 후의 글들을 비교해 봤을 때 (그때까지 글쓰기를, 바라건대, 꾸준히 하고 있다면) 내가 조금은 달라진 마인셋을 갖고 있을지 궁금하다. 뿐 만 아니라 그때의 나는 지금의 나보다 인격적으로든 심적 평안으로든 얼마나 더 나은 그리고 성숙한 사람이 되었을지, 그 흔적이 글에 묻어 나올 것이기 때문에, 궁금하기도 하다.


2024년 상반기는 의대 재지원을 하며 자소서를 쓰는데 열중하느라 이곳에 글을 많이 남길 수 없을 것 같다. 하지만 그렇게 잠깐 쉬어가는 동안 이곳저곳에서 새로운 글 주제에 대한 영감도 받고 여러 경험들을 하며 에피소드를 쌓아가는 시간이 되기를 소망한다. 모두들 진심으로 새해 복 많이 받길 바란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