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타구는! 좌익수 뒤로! 좌익수 뒤로!
"9회 말 2 아웃, 3-2 풀카운트. 8구째 결과는요? 스윙 삼진!!"
내가 야구를 보면서 가장 마음 졸이고 긴장하는 순간, 그리고 함성 혹은 탄식이 터져 나오는 프로야구 캐스터의 한 문장이다. 중1 때 처음 야구에 입문한 나는 열정적이다가 관심이 식었다가를 반복하며 지금까지도 야구를 즐겨본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팀은 삼성 라이온즈이다. 특이한 점은 나는 대구에 가본 적이 한 번도 없고 가족, 친척들 중에서도 대구에 살고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런데도 왜 삼성이냐 하면 내가 야구 자체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와 연결된다.
프랑스에서 초등학교 6학년까지 지낸 나는 중1 때 한국에 왔을 때 야구가 뭔지 아예 몰랐다. 프랑스에서는 야구를 하지 않기 때문에 관심을 가질 기회조차 없었다 (불어로 야구가 뭔지도 모른다). 그런 내가 한국 중학교에 왔을 때 때마침 반에 야구 광팬인 친구 한 명이 있었다. 한국에선 야구가 어느 정도 인지도가 있던 편이라 야구의 'ㅇ'자도 모르는 나를 그 친구는 신기해하며 내게 야구를 전도하기 시작했다.
중학교 남자아이가 가장 좋아할 만한 것은 당연히 "게임". 그 친구는 당시 인기 있던 야구게임을 내게 해보라고 권해줬고 그렇게 야구를 알아가며 재미를 붙이게 되었다. 맨 처음 시작할 때 게임에서 팀을 고르게 되는데 선호하는 구단이 없으면 당연히 가장 센 팀을 골라서 하기 마련이다. 2012년이었던 그때 능력치가 가장 좋은 두 팀은 삼성과 기아였다. 하지만 나는 빨간색 보단 파란색을 더 좋아한다는 아주 단순한 이유로 삼성을 골랐고 그때부터 쭉 삼성을 내 팀으로 야구게임을 즐겼다. 게임을 하면서 타 팀 선수들도 접하게 되지만 아무래도 내가 고른 팀의 선수들을 제일 많이 접하다 보니 삼성 라이온즈와 그 팀 선수들에게 더 정이 많이 가게 됐고 무엇보다 야구를 접하자마자 좋아하는 팀이 4년 연속 우승이라는 타이틀을 가져가는 상황 속에 있으면 그 누구라도 매료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지금까지도 나는 삼성을 내 팀으로 내 선수들 역시 역대 삼성 선수들로 스쿼드를 짜놓고 게임을 즐기고 있다.
중학교 때는 학업에 치여 사느라 야구장에 갈 기회가 많이 없었다. 그래서 주로 집에서 TV로 보거나 아니면 학원에서 선생님의 눈을 피해 핸드폰으로 야구경기 중계를 보곤 했다. 투수들이 던지는 공들의 궤적, 끈질긴 볼카운트 승부 끝에 타자들의 홈런 혹은 삼진, 루상에 나가있는 주자들의 주루플레이. 이것들 뿐 만 아니라 야구의 매력적인 요소들은 끝도 없이 많은 것 같다. 직접 야구장에 방문해 응원을 할 때 그 열기 역시 말로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나다.
미국에 건너오고 MLB에도 관심을 가져보려 했었다. 마침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텍사스 레인저스 경기장이 있었고 그땐 추신수 선수가 레인저스에 있었을 때이기도 하다. 실제로 경기장에 가보기도 했었고 보는 순간엔 즐거웠지만 KBO에 비해 너무 많은 팀, 복잡한 시스템, 한국과는 너무 다른 야구 경기 및 응원 문화가 나를 매료시키기엔 부족했던 것 같다. 그래서 결국 본래부터 좋아하던 삼성으로 돌아와 정착하게 되었다. 몇번 안되는 경험이긴 했지만 종종 한국 야구장에 아빠 혹은 친구들과 방문해 맥주 한 잔 하며 응원가를 따라 부르고 "삼구 삼진!!"을 외치던 그 순간들이 그리워진다.
스포츠를 오랫동안 좋아하다 보면 좋아하는 선수도 생기기 마련이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선수는 오승환 선수이다. 당연히 내 야구게임 팀의 마무리 투수를 맡고 있다. 내가 야구를 알기 전부터 활약을 해오던 선수이고 내가 마침 야구에 입문하게 됐던 그 시기, 삼성왕조 시기의 돌부처 마무리라는 타이틀은 그 자체로 매우 매력 있는 선수라고 생각한다. 내가 미국에 오고 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오승환도 메이저 진출을 했어서 더 응원하고 싶고 정이 가는 선수다. 올해 마지막 FA로 계약금 때문에 욕심이 많다 말이 좀 있었지만 그래도 삼성의 레전드를 2년 더 볼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다. 개인적으로는 라이온즈 파크에 한 번 방문해 오승환 선수의 라젠카를 직접 들어보고 싶지만 어쩔 수 없이 먼 미국에서 응원하겠다. 앞으로의 삼성 라이온즈의 활약, 가을야구를 기원하며 올해도 즐겁게 야구를 시청할 계획이다.
최! 강! 삼! 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