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그럼에도 영원했으면 좋겠어...
요즘 우리 사회는 장수하는 것, 영원한 것, 웅장한 것들을 더욱 찬양하고 갈망하는 것 같다. 하지만 모두들 알다시피 이 지구상에 인간세계에선 영원한 것은 없다. 아주 흔한 문구인 '나는 널 영원히 사랑할 거야' 역시 '내가 죽는 날까지 널 일평생 사랑할 거야'가 엄밀히 말하면 더 맞는 말일 것이다 (좀 많이 T 같긴 하지만 사실이지 않은가).
그렇다면 왜 현대인들은 영원한 것들을 더욱 갈구하게 된 것일까? 단지 현대 기술이 좋아져 예전보다 오래 살 수 있게 되어 누릴 수 있는 것들이 많아져서일까? 아니면 애초부터 인간의 천성이 영원을 항상 갈구해 왔던 것일까? 당장 옛날 진시황의 불로초만 예로 들어도 뭔가 후자에 좀 더 설득력이 기울지 않나 생각해 본다. 그렇다면 더 나아가서 영원한 것이 정말 좋은 것일까? 영원하면 행복해질 것이라고 믿는 것일까? 아무도 그 영역에 들어가 본 적도 없고 앞으로도 있을 수 없으니 추측밖에는 할 수 없다.
이 영원의 개념에 대해 교회를 다니는 친구들과 얘기를 해봤었는데 이런 얘기를 들었다.
"우리(개신교인)들은 예수님의 부활을 믿잖아. 우리의 죄를 위해 죽으시고 그 덕에 우린 영생을 얻은 거지. 우린 죽고 나서 끝이 아니고 천국에 올라가 예수님과 함께 슬픔, 아픔이 없는 영생을 얻게 되는 걸 믿기 때문에 우린 영원이라는 개념이 익숙하게 받아들여지는 것 같아. 그리고 이 영생을 얻기 위해 주님을 믿고 성경에 나오는 크리스찬으로서의 삶을 죽기 전 현생에서 노력하는 거지. 만약에 정말 우리가 죽고 그 이후에 아무것도 없다면, 우린 왜 이렇게 열심히 살아? 뭐 하러? 어차피 죽으면 싹 다 없어질 거?"
옛날에 아버지께서 종교의 존재 이유는 오로지 인간의 죽음 때문이 아닐까 하고 말씀하신 적이 있다. 우리가 만약 죽지 않고 영원히 산다면 종교는 존재할 이유가 없다고, 종교를 통해 우리가 모르는 사후세계의 미지를 채울 이유가 사라진다고, 아버지는 그렇게 생각한다고 하셨다. 저 기독교인 친구의 영원에 대한 의견도 결국엔 죽음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기에 정말 영원, 죽음, 종교 이 세 개념은 아주 밀접하게 연결돼 있어 보였다.
내 의견을 조금 풀어보자면 일단 난 종교인이 아니기 때문에 기독교적인 관점의 영생과 부활에 대해선 이해는 하지만 큰 공감을 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이 기독교인 친구가 마지막에 얘기한 '만약 죽으면 모든 게 끝이라면'이라는 가정에서 나는 정 반대의 대답을 내놓았다는 것이다. 사람은 유한한 생명을 가지고 있고 죽으면 모든 게 없어진다. 그렇기에 나는 우리가 더욱더 현재 살고 있는 이 인생에 최선을 다하고 열심히 즐겁게 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최대한 내가 후회하지 않게, 하고 싶은 것들을 많이 해보고 성공과 실패를 경험해 보고 인생의 경험치를 풍부하게 쌓는 것이 짧게 살다 가는 인생을 더욱 알차고 의미 있게 만들어주지 않나 생각한다. 내가 죽는 그 순간에 내 삶을 되돌아봤을 때, 죽으면 어차피 남는 것 하나 없다는 허황과 비관을 갖고 살았다면 난 더욱 비참할 것 같다. 오히려 죽기 전에 '난 이 정도면 꽤 열심히 의미 있게 내 일평생 살았네'라는 생각이 주마등에 스칠 때 난 웃으면서 눈감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조금 덧붙이자면 난 개인적으로 영원한 것은 인간에겐 그리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한 가지 예로 '기억'을 들어보겠다. 우리는 살면서 수많은 것을 보고 듣고 경험하지만 모든 것을 기억하지는 못한다. 그리고 언젠가 잘 기억했던 것들도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흐릿해지기도 한다. 하지만 만약 우리가 살면서 오감으로 느끼는 모든 것들을 또렷이 기억한다면, 특히 트라우마나 아픈 기억들까지도 모두 생생하게 평생 기억한다면, 난 너무 그 삶이 고통스러울 것 같고 오래 살고 싶지 않을 것 같다. 신이 인간에게 준 최고의 선물은 망각이라는 말이 사람들에게 오르내리는 데는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고 나 역시 이 의견에 동의한다.
"지금 이 순간이 영원했으면 좋겠어!"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을 때 자주 하는 말 일 것이다. 나도 이 말을 아주 좋아하고 실제로 그랬으면 하는 큰 바람이 담긴 말이다. 하지만 당연히 '순간'이란 단어의 정의 그 자체로 인해 역설적으로 특정 순간은 영원할 수 없다. 하지만 그 행복한 순간을 자주, 오래 만들어갈 순 있다. 많은 인생 선배님들이 조언해 주는 '있을 때 잘해'라는 말. 곁에 있는 소중한 사람이 영원하지 않고 당연하지 않다는 것을 계속 상기시키고 함께 영원했으면 좋겠는 시간들을 자주 오래 만들면, 정말로 그 순간들이 영원하다고 느낄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