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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느루 Oct 12. 2023

기쁨은 잠시 걱정만 생기네

걱정인형이 된 아빠

10월 2일 오전 5시 54분 햇살이 탄생(태명)


엄마의 뱃속이 좋았는지 원래 출산 예정일 9월 29일을 훌쩍 넘겼다.


예정일까지 기다려보고 그때까지 진통이 없으면 입원을 해서 경과를 지켜보자고 했는데 결국에는 유도분만으로 출산을 했다.


드라마나 영화 속에서 본 출산의 기쁨이나 그런 분위기보다는 정신이 없다는 말이 정확한 것 같다.


더더욱이 아빠의 입장에서는 대신 아파해 줄 수가 없기 때문에 미안함과 기쁜 과 온갖 감정을 다 느낄 수가 있었다.



정신없이 출산을 하고 난 뒤 병실에서 와이프랑 회복을 하고 있는데 신생아실에서 호출이 왔다.


보호자분 한번 내려오시라고


출산 때 얼굴을 잘 못 봤으니깐 얼굴을 보여 주려고 호출을 했는지 알고 즐겁게 갔다.


간호사분이 아기를 안고 햇살이 얼굴을 보여줬다.


햇살이 아버님 우리 햇살이 얼굴 한번 보세요?라고 하셔서 아직 눈도 못 뜨고 있는 아기를 봤다.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는데 갑자기 간호사분이 


우리 햇살이 턱을 보면 조금 비대칭으로 보이죠?라고 하셨다.


출산을 하고 난 뒤에 내가 안고 봤을 때는 못 느꼈는데 이제 와서 보니 비대칭이 심했다.


한쪽은 턱이 들어가서 턱선이 살아있었고 한쪽은 볼이 빵빵했다.


이렇게 안면 비대칭이 생기는 이유는 엄마 뱃속에 있을 때 한 자세로만 있어서 그럴 수 있고 , 뼈가 너무 연약하니깐 출산할 때 뼈가 눌릴 수 있다고 하셨다.


좋은 기분으로 갔는데 이때부터 걱정이 시작되었다.



와이프한테 갔다 온 이야기를 했다. 이때부터 와이프는 눈물바다였다.


출산할 때 힘이 달려서 잠시 쉬었을 때 그거 때문인지 아니면 만삭 일 때 한쪽으로만 누워서 잠을 자서 그랬을 수도  있다면서 자책을 하기 시작했다.


아니라고 자기 탓이 아니라고 위로를 했다. 그 뒤에 와이프와 나는 폭풍 검색을 하기 시작했다.


점점 파고드니깐 사경 측경 등등 살벌한 증상이 더 많았다. 


인스타 피드에 나오는 아기 사진들만 봐도 얘는 비대칭이 아니네라고 모든 기준이 바뀌어갔다.



어른들은 아직 뼈가 만들어지고 있는 과정이니깐 너무 걱정을 하지 말라고 하시고 와이프가 소아과 의사 선생님 면담 후에 대학병원으로 가셔서 한번 진단을 받아보라고 했다. 


와이프랑 나는 확실한 진단결과 나오기 전까지 지켜보자고 했다.


지금 세상에 나온 지 11일째 되는 햇살이 안면비대칭은 많이 나아졌다. 그렇다고 데칼코나미처럼 딱 떨어지게는 아니지만 처음 안면 비대칭이라고 말을 들었을 때 그 얼굴에 비해서는 많이 좋아졌다.


생각해 보면 내 얼굴이나 다 큰 성인의 얼굴도 정확하게 대칭은 아니자 않나라고 진단받기 전까지 정신승리를 하면서 지내고 있다. 


아빠의 돼지유전자를 가지고 나와서 감자 고구마 얼굴이면 어쩌지 하고 걱정했는데 턱선이 있는 아기를 보게 될 줄은 몰랐다.


지금 햇살이는 엄마 모유도 잘 먹고 용도 잘 쓰고 배세진 하면서 기쁜 좋은 미소도 날려주면서 잘 크고 있다.


이제 조만간 조리원 퇴소하는데 와이프랑 나는 걱정인형이 되어만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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