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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둥둥 Aug 30. 2023

37. 도쿄 다녀왔습니다

8.26-30 4박 5일간 후다닥 다녀온 도쿄를 공유합니다

 6월로 호텔 계약직 근무를 마무리할 때 가장 큰 명분은 가게 오픈 준비를 해야 한다였어요. 그 뒤 7월 초에 5일간 동해 쪽을, 7월 중순에 10일간 제주를 다녀오고 지난 26일(토)에 4박 5일 일정으로 도쿄를 다녀왔습니다. 7월과 8월은 너무 더워서 가게를 알아보러 거의 다니지도 못했어요. 사실 마음 편하게 놀러 다니려고 했던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성공이죠.


 한참 등산을 다니며 가깝게는 설악, 멀게는 네팔을 생각했었는데 9월 추석즈음에 일본을 같이 갈까 생각하던 친구가 후지산 등산을 이야기하길래 꽤나 재밌겠다고 여기고 넘겼었어요. 그런데 2주 전에 연락이 와서 후지산은 7월 초순부터 9월 초순까지 두 달 정도만 별다른 허가 없이 등산이 가능하고, 올해는 9월 10일이 등산 가능한 마지막날이라는 거예요! 추석까지 꽤나 남았다고 생각했는데 등산 가능 일정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깨닫고 후다다닥 준비해 4박 5일간 도쿄를 다녀왔습니다.


 도쿄에서 느낀 바를 바로 글로 쓰고 싶었는데, 후지산에서 저의 사랑하는 플립4가 망가지는 바람에 도쿄에 있는 내내 핸드폰을 사용하지 못하다가 오늘 집에 돌아와서 열심히 짐들을 정리하고, 청소도 얼추 한 뒤 글을 적습니다. 이번 도쿄 여행에 관한 것은 이 큰 글로 개략적인 정리를(37) 하고 후지산 등산에 관한 정보를 전달하는 글 하나(37-1), 도쿄에서 갤럭시 플립4 액정 수리를 하려고 하라주쿠의 삼성 플래그십 스토어를 다녀온 글 하나(37-2), 동행한 친구와 쇼핑으로 하루를 보낸 글 하나(37-3)로 크게 정리하려 합니다.


 후지산 등산은 무박 2일로 진행해 꽤나 힘들었는데, 인터넷에 정보는 아주 많았지만 실제로 다녀오니 다음에는 훨씬 더 잘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고 꼭 글을 적어둬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일본 여행 중에 핸드폰이 망가진 것은 처음인데 삼성 하라주쿠 매장에 핸드폰을 수리하러 방문했다는 글은 너무 오래전이고 정확하지 않아서 공유하고 싶었고 온종일 쇼핑한 날은 너무 신나서 할 말이 많기 때문에 각각 꼭지를 나눠서 다른 글로 첨부하려 합니다.


 여행 일정을 간단히 정리해 보면 15일(화)에 후지산 등산이 기간제한이 있는 것을 알았고, 후다닥 비행기표와 도쿄 호텔을 예매했습니다. 항공편은 에어서울을 이용했는데, 에어서울이 운용하고 있는 기체 중 일부가 아시아나에서 사용하던 에어버스 321편을 가져와 운행 중이고 운이 좋다면 그중 좌석수가 적어 좌석 간 간격이 넓은 기체를 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기 때문입니다. 도쿄 노선은 시간대별로 항공사간 가격 차이가 크지 않고 오랜만에 에어버스를 타고 싶었어요. 결론적으로 갈 때는 195석 넓은 기체를, 올 때는 220석 기본 기체를 탔는데 둘 다 꽤나 공간이 풍족했습니다. 왕복 비행기 가격은 40만 원이 들었어요.


 이후 호텔 고민에 엄청난 공이 들었습니다. 후지산을 무박 2일 일출 산행으로 잡아서 등산 뒤 호텔로 돌아왔을 때 피로를 풀어줄 대욕장이 있는 곳을 기준으로 삼았거든요. 도쿄에는 어마어마한 수의 호텔들이 있고, 아고다나 다른 숙박 예약 사이트들은 필터와 조건이 생각보다 잘 작동하지 않아 대욕장을 운영하는 체인들을 찾고(도미인, 미츠이가든, 온야도 등) 도쿄 곳곳에 뿌려져 있는 각 지점들을 하나하나 검색했어요. 트윈베드조건에 위치와 가격을 고려해서 몇 개를 추렸고 저는 아사쿠사바시에 있는 호텔에서 이번 여행 내내 묵었습니다. 여행의 피로를 풀어줄 대욕장이 있는 것은 좋지만 일본에서 대욕장이 있다는 말은 방 안의 세면시설은 더욱더 작고 불편해진다는 점을 꼭 생각하셔야 해요. 저와 일행도 이번 여행 내내 아침저녁 혹은 수시로 대욕장만 이용했습니다.


 항공권과 숙박 예약을 끝내고, 신주쿠에서 후지산 가는 고속버스를 예매한 뒤는 사실 여행계획을 크게 짜지는 않았습니다. 4박 5일 중 2일은 거의 후지산 등산에 쏟게 되어서 첫날과 마지막 날 정도만 도쿄에서 놀 수 있었거든요. 이번에 가야지 하는 곳들은 구글 맵에 찍어보니 크게 세 그룹으로 묶을 수 있었고, 당일 상황을 보고 유동적으로 결정했습니다.


 26일(토)은 아침 8시 비행기를 탔어요. 잠실에서 공항버스를 이용했고 인천공항 1 터미널에 사람은 적당히 많았습니다. 저는 이번 여행에서 e-sim을 사전구매해서 이용했는데 간편하고 좋았습니다. (핸드폰을 3일간 못쓰긴 했지만) 하루 1GB면 넉넉할 것 같아요. 저는 모든 것에 혹시나를 붙이는 편이라 약간의 가격을 더 주고 하루 2GB로 했습니다. 5일간 만오천 원 정도고 휴대용 와이파이보다 훨씬 가벼우니 저는 쭉 e-sim을 이용할 것 같아요. 나리타에 내려서 아사쿠사바시까지 나리타 스카이 액세스를 이용했어요. 스카이라이너보다 싸고(1,300엔이니까 절반정도 저렴해요) 시간도 거의 차이가 안 납니다. 지정좌석이 아닌 점이 차이가 나지만 저는 큰 불편함이 없었어요. 호텔에 도착하니 1시쯤이었고 짐을 맡겨둔 채 아사쿠사역의 이치란에 가서 라면 먹고 센쇼지를 구경했습니다. 도쿄는 아직 더웠고 서울처럼 소나기가 갑자기 내리기도 했어요. 이후 도쿄를 좀 둘러보다가 숙소 근처의 가게 두 곳에서 생맥주와 의기투합한 뒤 후지산행을 위해 무리하지 않고 12시쯤 잤습니다. (가게들이 대부분 늦어도 11시면 마감인 이유도 컸어요.)


 27일(일)은 츠키지 장외시장에 있는 초밥집을 갔습니다. 열 시 반 오픈이라 열 시 십 분쯤 도착했는데 앞에 8명 정도 있었어요. 오픈에 맞춰 들어가서 신나게 초밥을 먹고 긴자로 걸어가 오랜만에 긴자식스에 들렀습니다. 예전에 출장 겸 왔을 때는 너무 새롭고 부러웠는데 다시 와보니 참 좋지만 처음느낌 그대로는 아니더군요. 한국이 참 잘합니다. 패션브랜드들 보다는 소품들이 탐나는 게 참 많았어요. 나중에 가게에 가져다 두고 싶은 화병이나 코스터들이 있었습니다. 후지산으로 출발하는 버스를 신주쿠에서 15시 45분에 타야 했기에 숙소로 돌아와 등산 준비를 하고 신주쿠로 갔습니다. 버스를 타고 후지산 5합목(후지산은 3,776m라서 5부 능선의 5합목에서 부터 보통 등산을 시작합니다. 정상이 10합목 이에요)에 도착하니 6시 10분, 저녁을 먹고 7시 조금 넘어 등산을 시작해서 다음날 오전 9시쯤에 돌아왔습니다. 10시 첫차를 타고 신주쿠로 돌아왔고 호텔에 오니 2시쯤이었어요. 안타깝게도 3시까지 욕탕 청소시간이라 살짝 우울해졌지만, 기다렸다가 황홀한 목욕을 하고 3시간쯤 잔 뒤에 롯폰기에 킬빌느낌으로 유명한 이자카야에 다녀오고 다시 푹 쉬었습니다. 후지산 등산에 관한 정리는 며칠 내로 새로 써서 이 아래에도 넣어둘게요.

 

29일(화)은 후지산에서 고장 난 플립4를 고칠 겸, 쇼핑도 할 겸 해서 하라주쿠에서 시부야, 신주쿠에 종일 있었습니다. 갤럭시 하라주쿠는 2019년 3월 오픈한 플래그십 스토어고, 삼성 재팬의 유일한 오프라인 매장이기도 해요. 11시 오픈이라 시간에 맞춰 갔지만 여러 우여곡절 끝에 수리를 받지는 못했습니다. 이 이야기도 며칠 내로 다른 글로 정리해 이곳에 걸어두겠습니다.



 그 뒤로는 아디다스, 네펜데스, 나나미카, 몇 개인지 알 수 없는 각종 빔즈 매장, 여러 노스페이스 라벨, 비싼 브랜드들이 가득한 쇼핑몰들을 돌아다녔고 쓸모없고 꼭 사야 하는 것들을 사서 왔습니다. 하라주쿠와 시부야, 신주쿠의 이세탄에서 있던 (그리고 귀국하는 비행기에서 동행이 겪은) 일들도 따로 적어 자랑하려고요. 화요일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쇼핑하고, 다녀와서는 9시부터 12시까지 호텔 근처 또 다른 이자카야에서 배가 아프게 웃었어요. 얼렁뚱땅 참 좋은 날이었습니다.


30일(월, 오늘이군요)에 돌아오는 비행기는 오후 1시 반이었습니다. 동행과 저 모두 내일 일하러 가야 해서 11시 반 비행기를 탈 까 하다가 너무 급박할 것 같아 두 시간 미뤘는데, 결과적으로는 그냥 빨리 돌아올 걸 그랬다 하는 생각이 듭니다. 어제 너무 많이 먹고 자서 아침은 먹지 않았고 호텔에 올 때와 같이 아사쿠사바시 역에서 출발해 케이세이선을 이용해 나리타역으로 돌아왔습니다. 아, 일행은 도쿄에서 애플페이에 파스모(티머니 같은 교통카드)를 넣어 이용했고 저는 예전부터 쓰던 스이카를 주로 이용했어요. 스카이액세스는 스카이라이너와 달리 별도 승차권이 필요 없고, 그냥 IC교통카드를 이용해 정산이 됩니다. 도쿄 지하철 패스가 있긴 하지만 저와 동행은 IC교통카드를 쓰는 게 훨씬 편했어요.


 나리타 공항에서는 저의 영혼의 고향인 맥도날드에서 점심을 먹었고(사무라이 버거가 있더군요. 맛은 있었지만 짜요.) 적당히 로이즈 초콜릿 몇 개를 사서 한국으로 돌아왔습니다. 인천공항에 내리려 비행기가 고도를 하강하는데 인천대교가 평소보다 더 멋져 보이더라고요. 여행이 끝나면 아쉽거나 피곤한 마음이 좀 있었었는데, 이번 도쿄여행은 모자란 것도 없기도 했고, 또 언제고 필요하면 또 어디론가 가면 된다는 생각이 들어서인지 한국으로 돌아오는 것도 좋았습니다. 어떤 여행은 일상으로부터의 분리나 도피, 휴양이 아니라 작은 변주가 되기도 한다는 걸 처음 알았어요. 노스페이스 랩 매장에서 앞치마를 두 개나 사 왔는데 이걸 걸어두려면 빨리 가게를 오픈해야겠다는 열정을 채워 돌아왔습니다. 계약은 멀었는데 가져다 둘 것들만 쌓여서 큰일입니다.




`다들 후쿠오카를 가셔서인지 도쿄에는 한국분들이 좀 적었습니다. 특히 후지산을 등산하는 이틀 동안 산에서는 10명 정도의 한국분을 본 것 같아요. 후지산 정상에 태극기를 가져갔던 분의 후기가 있는데, 다음에 갈 때에는 챙겨갈까 싶기도 해요.


`e-sim은 좋은 겁니다. 또 도쿄 메트로 패스 72시간권보다는 IC교통카드에 돈을 넣는 게 더 편해요. 스이카나 파스모는 버스, 지하철 다 되고 편의점이나 공항 면세점에서도 사용이 가능합니다. 꽤나 많은 가게에서도요! 이제 도쿄 같은 대도시는 예전처럼 환전을 많이 해서 현금을 들고 갈 필요가 훠얼씬 적어졌어요.

*저는 이전에 있던 스이카를 써서 몰랐는데, 반도체 부족으로 파스모와 스이카 카드 발급이 중단되었다고 해요. 웰컴스이카(외국인용, 유효기간 28일, 잔액환불불가)나 토이카(일부 역에서 발급)을 이용하시거나 아이폰 유저라면 애플페이로 이용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도쿄는 아직 더웠습니다. 다녀오니 한국은 가을이 되어 있군요. 반바지를 입어도 되나, 마스크는 꼭 쓰는 분위기인가 걱정했는데 반바지를 입어도 되고, 마스크는 한국과 비슷한 비율로 씁니다.


`너무 좋은 여행이었지만 한국에서도 5일 동안 돈을 이렇게 쓰면 행복하지 않을 수 없겠죠. 저와 친구 모두 내일 당장 출근하거든요. 일을 해야 여행을 다닐 수 있는 거죠. 9월에는 꼭 맘에 드는 장소를 만나 가게 오픈 준비를 시작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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