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를 완성했다면 완성된 글을 발행하기 전에 퇴고를 해야 한다. 퇴고를 많이 하면 할수록 글은 좋아지기 마련이다. 헤밍웨이는 "모든 초고는 걸레다."라고 말했고, 스티븐 킹은 "초고는 글이 아니다."라고까지 말했다. 퇴고가 얼마나 중요한지 강조하기 위해서다. 거칠고 투박한 원석의 글을 고치고 다듬어 반짝이는 보석으로 만드는 일. 퇴고를 통해 해야 할 일이다.
글쓰기 모임에서 글벗님들과 초고를 쓰고, 퇴고하는 연습을 하고 있다. 많은 분들이 초고를 쓰는 것보다 퇴고가 어렵다고 말한다. 어떤 분은 퇴고를 하기 위해 초고를 다시 들여다보고 고치는 게 귀찮고 번거로운 마음이 든다고 한다. 나 또한 퇴고가 번거롭고 어렵다. 퇴고가 힘든 이유는 뭘까? 다음에서 해당 사항이 있는지 찾아보자.
첫째, 초고를 쓰는데 너무 많은 에너지를 쏟아부어서다. 당분간은 들여다보고 싶지 않은 마음이 들 수 있다.
둘째, 온갖 심혈을 기울여 토해내듯 쓴 글에 동일시되어, 무엇을 고쳐야 할지 안 보여서 그럴 수 있다.
셋째, 자신의 글을 하나하나 뜯어보는 게 민망하고 힘들어서일 수 있다. 퇴고는 자신의 글을 있는 그대로 마주할 용기와 정성이 필요한 일이다.
넷째, 바쁘게 살다 보니 퇴고할 시간이 없어서다. 진득하게 앉아서 퇴고할 짬을 내는 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다섯째, 퇴고하는 방법을 알지 못해서 그럴 수 있다. 무엇부터 고치고, 어디까지 손을 대야 하는지 요령과 방법을 몰라서다.
여섯째, 고치고 고쳐도 또 고칠게 나와서다. 퇴고라는 말만 들어도 토가 나올 것 같아서다.
당신은 아마 한 가지가 아니라 여러 개를 뽑았을지 모르겠다. 그래도 괜찮다. 우리는 이제 다시 글쓰기를 시작했으며, 조금씩 발전해가는 중이니까. 퇴고를 하긴 해야겠는데, 왜 해야 하는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분에게 이 글이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퇴고는 왜 해야 할까?
첫째, 더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서다.
초고를 쓴 당신, 정말 애썼다. 자신의 글을 평가하거나 깎아내리지 말기를 바란다. 당신이 할 수 있는 한 정성이 담겨 있는 멋진 글이다. A4 한 장, 두 장이라도 채우는 게 어디 쉬운 일인가. 결코 쉽지 않은 일을 해냈다. 하지만, 초고는 초고일 뿐 결코 완성이 아니다. 울퉁불퉁한 원석을 다듬어 보석을 만들듯이 당신의 글도 세공이 필요하다. 퇴고에 들인 노력만큼 더 좋은 글이 된다. 퇴고를 하는 이유는 독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설득력 있는 글을 쓰기 위함이다.
둘째, 독자가 읽기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서다.
퇴고는 독자를 배려하는 일이다. 우리의 글을 읽어줄 독자를 위해 더 다듬을 필요가 있다. 발행을 하는 순간 글은 나에게서 글을 읽어주는 누군가의 세계로 옮겨간다. 나를 위해 쓰는 일기가 아닌 다음에야 누군가에게 읽히기 위해 쓴다. 독자에게 잘 읽힐 수 있도록 써야 한다. 읽기 쉽게,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할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 어렵거나 어색한 문장을 쉽고, 자연스러운 표현으로 바꾸고, 눈에 들어오지 않는 부분을 가독성 있게 수정해야 한다. 자신이 쓴 글을 독자의 관점에서 바라보아야 한다.
셋째, 진정으로 하고 싶은 말을 찾기 위해서다.
하고 싶은 말을 명확하게 썼는가. 글을 쓴다는 건 자신의 경험과 지식, 생각과 깨달음을 담으려는 집중된 노력이다. 글 속에 담고 싶은 말을 완전하게 알고 시작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모르는 것을 알기 위해 쓰고, 명확하지 않은 것을 분명하게 밝히기 위해 쓴다. 쓰다 보면 자신이 쓰고자 했던 경험과 지식이 선명해지고, 메시지가 분명해진다. 그러기 위해 자꾸 물어야 한다. '이 글을 통해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인가. 하고 싶은 말을 제대로 담았는가.' 퇴고를 통해 명확하고 단단한 메시지로 가다듬을 수 있게 된다.
퇴고 시 고려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
다음은 퇴고를 할 때 도움이 되는 질문들이다. 퇴고할 때, 다음 질문을 하나씩 해보길 권한다.
글의 주제와 의도가 분명하게 드러나는가?
보완하거나 빼야 할 내용이 있는가?
구성과 흐름이 효과적인가?
가독성을 높이기 위해 고려했는가?
어색한 문장이나 어려운 표현은 없는가?
비문이나 불필요한 군더더기는 없는가?
이해하기 어려운 한자어나 외래어 표현은 없는가?
좀 더 생생한 표현으로 바꿀 수 있는 부분이 있는가?
맞춤법과 띄어쓰기의 오류는 없는가?
효과적으로 퇴고하는 순서와 방법
고치고, 또 고치고, 끝도 없이 계속되는 퇴고. 시간의 압박 속에서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퇴고할 수 있을까? 닥치는 대로 고치기보다는 단계적으로 퇴고해보자. 시간이 더 걸리는 것 같지만, 효율성을 높여줄 것이다. 효과적으로 퇴고하는 순서와 방법을 제안한다.
내용 - 구성과 단락 - 문장 - 표현 - 맞춤법과 띄어쓰기 순으로단계적으로 검토해보자.
1. 내용
글의 주제와 의도 : 이 글을 통해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메시지를 분명하게 다듬어라.
빠뜨린 내용 : 독자의 입장에서 논리의 비약이 일어나는 부분은 없는가? 독자의 입장에서 바라보자.
보완할 부분 : 더 좋은 사례나 내용으로 바꾸고 싶은 부분은 없는가? 사례, 인용, 출처 등을 확인하자.
빼야 할 부분 : 주제와의 연관성이 떨어져, 몰입을 방해하는 부분은 없는가? 굳이 필요 없는 내용은 아깝더라도 뺀다.
글을 쓴 의도와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인가? 독자의 입장에서 내용을 바라보자.
2. 구성과 단락
글의 흐름 : 전체적으로 글의 흐름이 자연스러운가?
단락의 연결 : 단락과 단락이 매끄럽게 연결되는가?
단락의 순서 : 단락의 순서를 바꿀 부분은 없는가?
단락별로 한 줄 띄어쓰기 : 가독성이 있는가?
한 단락에 하나의 내용을 담았는가?
단락별 길이는 적절한가?
구체적으로 문장과 표현을 손보기 전에 전체적인 윤곽과 흐름을 살펴보자. 흐름이 매끄러운가? 순서를 바꿀 부분은 없는가?
3. 문장
긴 문장 쪼개기 : 문장을 짧게 끊을수록 비문이 줄어들고, 읽기 쉬운 글이 된다.
비문 수정하기 : 주어와 술어, 주어와 목적어의 호응이 자연스러운가?
수동태 문장 : 문장을 모호하게 만드는 수동태 문장은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능동태 문장으로 바꾼다.
불필요한 주어 빼기 : 나는, 나의, 내가 등. 빼도 말이 된다면 빼는 게 좋다.
불필요한 조사나 접속사 빼기
문장을 다듬을 때는 소리 내어 읽으면서 퇴고해보자. 귀는 눈보다 정확하다. 귀로 들으면서 읽으면 눈으로 안보이던 어색한 문장이 보인다.
4. 표현
종결어미의 변화 시도하기
반복되는 단어를 빼거나 동의어로 바꾸기
두리뭉실한 부분을 구체적인 표현으로 바꾸기
비유, 속담, 명언 등을 사용하기
밋밋한 표현을 오감이 살아있는 생생한 표현으로 바꾸기
어려운 외래어, 한자어 표현을 이해하기 쉬운 말로 바꾸기
5. 맞춤법과 띄어쓰기
맞춤법 검사 기능을 활용한다. 맞춤법 검사를 실행할 때는 눈으로 일일이 확인하면서 수정한다.
글쓰기 실력을 키우는 것과 마찬가지로 퇴고 실력을 키우는 일도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퇴고 시 고려할 일이 너무 많게 느껴져 작아지는가. 그런 분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완벽주의는 내려놓자는 것. 하루 24시간이 모자랄 만큼 바쁜 당신. 글을 쓸 시간도 모자란데, 퇴고하는 시간을 내는 게 어디 쉬운 일인가. 주어진 시간 내에 할 수 있는 만큼 퇴고하자. 더 좋은 글을 쓰기 위해, 독자를 위해, 하고 싶은 말을 제대로 담기 위해서.
일본의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퇴고를 많이 하는 작가로 유명하다. 초고는 대강 쓰고, 몇 번이고 고치고, 또 고치며 갈고닦는 과정을 반복한다고 한다. 이대로 영원히 끝나지 않는 게 아닐까 걱정이 될 정도로 손대는 과정을 거친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퇴고를 할 때 너무 완벽하게 하려고 애쓰지 않는다고 말한다. 한 번에 되는 작업이 아님을 알기 때문이다. 완벽하려 하지 않아도, 계속 반복하다 보면 어느 순간 마음에 드는 결과물이 나오게 된다고.
독자에게 영향을 미치는 좋은 책을 출간하려면, 기나긴 퇴고의 과정이 필요하다. 다행스러운 건, 우리가 쓰는 대부분의 글(브런치, 블로그 등)은 발행 이후에 얼마든지 수정할 기회가 있다. 완벽을 기하느라 질질 끄는 대신 적당한 시점에 퇴고를 마칠 필요가 있다. 한 걸음을 내디뎌야 다음 걸음을 내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좀 더 완성도 있는 글을 쓰고 싶고, 시간의 여유가 있다면, 한 번 더 퇴고해보자. 먼저 글의 내용과 구성을 훑어보고, 다음에 문장과 표현을 다듬어보자. 마지막으로 맞춤법 검사로 마무리해보자. 퇴고를 거듭할수록 독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좋은 글이 된다. 더불어 글 쓰는 실력과 안목도 향상될 것이다.
글을 쓴다는 건 시간을 들이는 일이다. 퇴고는 글을 쓰는 것보다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일이다. 작가는 자신이 쓴 글을 끌어안고 매만지며 정성을 기울일 줄 아는 사람이다. 오늘도 새하얀 화면을 채우고 고쳐가며 씨름하고 있는 당신. 시간을 들여 느리게 사는 걸 선택한 당신. 작가의 길을 천천히 걸어가고 있는 우리 모두에게 응원을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