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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인 리 Wine Lee Jul 03. 2021

기록하는 사람으로 다시 태어나기

'기록'이라는 것을 해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작년 즈음이었다. 책을 읽든, 영화를 보든, 일상의 시간을 보내든 항상 열심히 최선을 다해서 재미있게 살려고 하는데, 그런 기억들이 흘러가버리는 게 아쉬웠다. <인사이드 아웃>에서 기억의 구슬들이 점점 색이 바래지듯, 정말 소중했던 기억도 나도 모르는 새 사라지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나서는 조바심이 일었다.



Pixar, Inside Out(2015) 밝게 빛나던 기억들도 언젠가는 색이 바랜다



기록을 하기 위한 가장 익숙하고 쉬운 방법은 '일기'로, 다이어리의 형태로 기록하려는 시도는 지금까지 수없이 많이 해왔다. 3월 즈음까지 쓰다가 중후반은 새하얗게 비어있는 다이어리를 지금까지 10권 이상 생산해냈을 거다. 여행 갔을 때 만이라도 일기를 좀 써보자, 생각했던 것도 쓰다 보니 너무 자세하고 길어져 아 이건 좀 과하다 라는 생각에 간략하게 줄여보다가 그마저도 안 쓰게 되었다. 쓸 때에는 너무 빼곡히 써서 손이 아프더라도, 지금 읽어보면 정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재밌게 읽게 되는 기록인데 말이다.


그래서 자꾸 실패하고 마는 일기를 벗어나, 새로운 방식으로 기록하는 습관이라는 것을 만들어보기로 했다. 그리고 일단 아직까지는 잘 실천 중이다. 셀프 브랜딩 프로젝트에도 '나에 대한 기록'은 매우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에 뭐든지 다 남겨놓으려 한다. 나처럼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기록을 시작하려는 사람들을 위해, 중구난방으로 간헐적인 기록을 하던 사람이 '기록하는 습관'을 만드는 데 유효한 방법을 몇 가지 소개해 보겠다.





1. 나에게 맞는 노트 앱 찾기


세상에는 수없이 많은 노트 앱이 있고, 사람들은 저마다 자신에게 맞는 앱을 선택해 아카이빙을 하고 있다. 왠지 모르게 일상의 디지털화에 저항하고 싶었던 나는, 노트 앱보다는 아날로그스러운 종이 다이어리를 써보려 했었다. 하지만 1/3만 채워진 다이어리를 수없이 생산하고 난 후로는 '무엇보다 언제 어디서든 내가 원할 때 차곡차곡 기록할 수 있는' 단일 매체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어쩌면 난 아날로그를 동경하지만 디지털과 합이 맞는 인간일지도)


그래서 지금 매우 잘 활용하는 앱은 바로 노션(Notion). 다른 노트 앱들은 솔직히 제대로 써 본 적이 없어 비교하긴 어렵지만, 다른 앱이 아닌 노션을 쓰기로 결정한 이유는 바로 하나의 앱만으로 손쉬운 기록과 깔끔하게 정리가 가능하기 때문이었다. 엑셀처럼 테이블을 만들어 항목 별로 정리하거나 각 리스트 별로 다른 페이지로 관리한다는 점, 그리고 아이폰, 아이패드, 컴퓨터의 연동이 매우 원활하다는 점 등.. 이제는 옛날 말이 되어버린 '유비쿼터스'적인 노트 앱이랄까? 여러 앱을 혼용할 필요 없이 노션 하나로만 모든 것을 해결 할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내가 노션을 쓰기 시작할 때만 해도 이제 막 유저가 늘어나기 시작한 단계였던 것 같은데, 그 짧은 사이에 유저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듯하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에게 매력적인 앱이기 때문이겠지. 혹시 자세한 사용법이 궁금하다면 포털에 에버노트 같은 다른 노트 앱과 비교하는 포스팅은 매우 많으니 참고해 보면 좋을 듯하다.



실제 내 노션의 대시보드. 그래도 단출한 편이다.




2. 카테고라이징: 각 분야 별 리스트 만들기


위 노션 대시보드를 보면 노트 리스트가 꽤 다양하게 나뉘어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물론 더 세세하게 나눠 알차게 쓰는 사람도 있겠지만, 나로서는 저 정도로 딱 불편함 없이 쓰는 중이다. 진짜 일상을 기록하는 일기는 쓰지 않고 있지만 시청한 영화, 다 읽은 책, 여행 등 꼭 기억해두고 싶은 내용은 리스트를 만들어두면 내 삶의 아카이브로 활용할 수 있을 듯하다.


분야 별로 나눠서 기록하는 것의 좋은 점은, 나중에 찾아보기 쉬워지는 것도 있지만 처음 습관을 만들 때에도 꽤 도움이 된다. 뭘 어떻게 기록해 나가야 할지 모르는 사람이라면, 내가 지금 좋아하는 것 중 나중에 10년이 흐르더라도 잊고 싶지 않은 것부터 차근차근 기록하면 된다. 나도 그렇게 시작해서 기록을 쌓아가는 중이다.



3. 기록의 길이와 형태에 구애받지 않기


'습관'이라는 것은 뭐든지 꾸준히 해야 형성이 된다. 처음 시작하는 것도 물론 어렵지만, 도중에 기권하지 않고 꾸준히 지속하는 것이 그 몇 배로 어려운 것은 다들 공감할 거다. 기록하는 것도 애초에 습관이 들어있지 않으면 죽일 놈의 '귀차니즘' 때문에 금방 중단될 프로젝트가 되기 쉽다.


그래서 나는 문장이 됐든 단어가 됐든, 일단 써놓고 본다. 무비 리스트만 보더라도 꽤 자세하게 감상평을 적은 영화가 있는가 하면, 한 줄 쓰고 땡인 영화도 있다. 내가 얼마나 감명을 받았는지에 따른 차이이기도 하겠지만, 크게 감명 깊지 않았던 영화도 한 줄 정도는 뭐라도 쓰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단어의 나열이더라도, 아무것도 없는 것보다는 낫다. 그 한 단어가 내 기록의 습관을 이어주는 연결고리가 되고, 나중에 잠들어 있던 기억을 깨우는 스위치로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4. 귀찮다고 미루지 않기  


아마 이게 제일 중요한 부분일 것이다. 기록할 거리가 생긴 순간, 귀찮은데 내일 할까?라는 생각이 들면 습관은 처음부터 없었던 것 처럼 사라져버릴 것이다. 내일 하지 않을 가능성이 98% 정도 되기 때문. 미루기 대장으로서 나도 다시 한 번 다짐해본다. 귀찮은 것일 수록 지금 바로 당장 해버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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