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규선 Apr 24. 2022

여주공원 꽃동산을 조성하며

여주공원 꽃동산을 조성하며


얼마 전에 TV를 보니 예쁜 꽃잔디가 많이 피어 그곳이 어디인가 궁금했는데, 조상의 묘를 모신 '선산'이라고 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지역 명소가 되어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고 하여 재미있게 봤다.

우리 종친회는 선산이 아닌, 선조의 유골을 한 곳에 모신 납골당이 여주에 있는데, 봄이면 꽃들이 만발하여 마치 대학 캠퍼스처럼 멋있어 자랑스럽다.

20여 년 전에 경기도 판교지역 개발로 인해 불가피하게 종친회에서 운중동과 하산운동 등에 산재해 있는 조상의 묘를 여주로 이장하면서 수천 평 규모의 공원을 만들었고, 지금까지 관리인을 두며 아름답게 꾸몄다.

그곳은 큰길에서 멀리 떨어진 나지막한 언덕에 자리 잡아 한적했고, 관리실이 있는 출입구에서 일직선 100mr 길을 지나 오른쪽으로 눈을 30도 정도 높이면 한가운데 숭모당(납골당)과 그 왼편에 재실이 우뚝 서있다.

주황색 지붕의 숭모당은 주변의 10여 그루 소나무에 어울려 산뜻한 느낌을 풍기는데 그 뒤뜰에 가면 내 키 보다 낮은 기와 담장이 병풍처럼 둘러싸여 고풍스럽다. 그곳은 세상과 동떨어져 누구든지 한 번쯤 목소리를 가다듬어 큰소리치거나, 마음껏 노래할 수 있는 장소가 된다. 또 숭모당 앞에 펼쳐진 넓은 잔디광장은 언덕 위에 잣나무와 전나무, 그 아래 붉게 단장된 연산홍과 더불어 한 폭의 그림 같아 참배객들의 눈을 즐겁게 한다.

어제 토요일은 봄놀이 가는 4월의 마지막 휴일인데도 불구하고 종친회 임원과 고문(전임 회장) 등 15명이 여주공원에 모여 꽃과 나무를 심었다.

멀리 서울과 경기도 집에서 차를 몰고 와서 아침 9시 반부터 삽과 곡괭이로 측백나무 20그루를 심어 울타리를 보강하였고, 잔디밭으로 들어가는 주변은 빈 곳마다 영산홍 300그루를 촘촘히 심어 더 화려한 꽃길을 만들었다.

또 바닥석 사이에 삐져나온 잡초도 제거해 숭모당 입구를 깨끗이 하였고, 여주 공원 관리실에서 동산으로 올라가는 지름길이 미끄러워  40mr 야자수 매트를 깔아 안전하게 걸을 수 있게 만들었다.

며칠 전에는 일꾼과 함께 전기톱과 트랙터로 하늘이 안 보일 정도로 어지럽게 얽혀있는 가지치기 작업을 하였고, 햇빛을 못 받는 나무를 솎거나 죽은 나무 등을 한 곳에 옮겨 정리하였다.

쭉 뻗은 길을 따라 심어진 옥잠화가 작년에 이어 올해도 찻길과 밭두렁을 구분하는 경계선이 되었고, 코너에는 커다란 느티나무, 버드나무가 햇빛을 가려줘 자연스럽게 쉼터가 되었다.

숲길, 언덕, 그리고 전망 좋은 곳에는 벤치를 두어 이곳이 조상을 추모하는 납골당이라는 사실을 잠시 잊고, 종원들이 가족과 함께 피크닉을 온 듯이 편히 쉬어갈 수 있는 장소로 꾸몄다.

오래전 추석과 설날에는 차례를 지내기 위해 산소를 찾아 이산 저산을 헤매다가 한밤중에 돌아오기 일쑤였고, 잡초 투성인 산소 주변을 퇴약볕 아래에서 땀을 흘리며 친척들과 벌초하였으며, 낫질이 익숙하지 않은 내가 제초기를 썼는데 다음 날 오른손이 후들거렸던 씁쓸한 기억이 있다.

그런데 지금은 1시간 정도 중부고속도로를 드라이브한 후에, 7년 전에 돌아가신 아버지를 쉽게 뵐 수 있어 참 좋은 세상이 되었다.

우여곡절 끝에 얼마 전 내가 종친회 회장이 되었다. 20년 넘게 이사와 감사 그리고 최근 6년간 부회장으로 일하다가, 드디어 전주이씨 의안대군 소종 중의 수장이 된 것이다.

120세대의 종원을 보살피고, 10층 규모의 종친회 빌딩과 여주 공원, 그리고 성남시 일대 종중 땅을 관리하며, 의안대군 종중회의에 종손과 함께 대표자로 얼굴마담도 해야 한다.

우리 종친회는 3분 할아버지 자손으로 구성되었는데, 나는 가장 규모가 작은 둘째 집안 출신이지만 첫째와 셋째 집안의 원로들과 친교하며 수백 명 종원들의 안녕과 화목을 도모하며 잘 이끌어 나가야 한다.

우리 종친회는 초대 및 선임 회장들의 헌신적인 봉사와 노력이 있었기에 지금에 이르렀지만, 장기적인 코로나 불황을 극복하고 안정된 운영을 위해 보다 허리띠를 졸라매어야 한다.  

더구나 이번처럼 따뜻하고 적극적인 종원들의 관심과 사랑이 없었다면, 남들 쉬는 주말에 화단을 조성하러 멀리 여주까지 오지 않았을 것이다.

오전 내내 꽃과 나무를 심고, 잡초를 뽑은 후에, 그림같이 예쁘게 꾸민 공원을 보고 종원 중에 누가 "이곳에서 야외 결혼식을 해도 되겠네! "라고 하니, 옆에서 듣고 있던 한 임원의 얘기에 모두 박장대소하였다.

"걱정하지 마세요!  죽은 후에도 이곳에 공짜로 안치됩니다"

글쓴이, 서치펌 싱크탱크 대표 이규선

작가의 이전글 부천 원미동 진달래동산을 다녀와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