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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골집의 한선생 Sep 16. 2020

시골집에 살아본 사람 이야기

feat. 산골 사는 친정

"딸! 여기 있으니까 좋지?"


"아버님, 정민이 오랜만에 밥 먹는 거예요. 요새는 밥을 안 먹었다니까요?"


"아니, 두통이 나서 먹을 수가 있어야지. 여기 오니까 머리가 안 아프니까 국에 밥 말아먹어도 맛있네."

나는 실제로 다슬기 아욱국만 가지고 삼시 세끼를 먹었다.

앞으로도 다슬기 아욱국과 김치만 있으면 계속 상관없을 것 같았다.


"생각이 단순해져서 그래. 자연하고 똑같이 생활하니까"

엄마도 도시에서는 두통이 심하고 힘든 일이 많은데 여기 들어오면 식사를 잘한다고 했다.

나도 자연 좋아하는 편이라

산림욕장 많이 다녔고 생태체험관, 도립 휴양림, 숲 속의 집 엄청 다녔다.


'응... 자연 좋지.'


엄마의 말이 무슨 말인지 깨달은 것은 다음날 새벽 5시 30분쯤이었다.

30분이면 충분한 양의 다슬기를 잡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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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짹짹'이 아니었다. '쫵쫵!'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 엄청난 소리

새가 수백 마리가 나타난 건가...

나는 주말에 절대 9시 전에 일어나지 않는다.

그런데 견딜 수가 없었다.


"으악! 잘 수가 없어!!!!"

7시 반에 일어나서 터덜 터덜 거실로 나오니

나를 보고 엄마가 크게 웃는다.


"새 때문에 못 자겠지?"

"아니 이게 뭐야!!! 시끄러워서 잘 수가 없어."


"해가 떴다고 새들이 지저귀는 거야."

나 빼고 모든 식구들이 나와서 아침을 다 먹은 상태였다.


간신히 세수하고 나오자

다 같이 근처 절까지 걸어갔다 온다고

너는 알아서 하란다.


"배고픈데........"

어쩔 수 없이 빵 하나 물 하나 들고 따라나섰다.

낯선 마스크 없이 길가기...

우리 식구가 오롯이 한 한쪽을 걷고 있었다.


여름 산도 덥다.

낮에는 점심 먹고

애들은 TV 보고

어른은 낮잠 잔다.

새벽부터 일어나니 필수적인 것이 낮잠이다.


나는 불면증이 심하다.

낮잠은커녕 밤에도 2시 넘어 자서 7시 30분에 일어난다.


그리고 나는 그날 낮잠을 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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