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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골집의 한선생 Sep 16. 2020

우리는 어떤 삶을 살고 싶은 걸까?

feat. 이과 순도 80% 이상의 남편

그 깊은 산골의 땅 값이 평당 40만원이라는 충격 이후, 

우리는 왜 그 산골이 사람들이 살고 싶어 하는지 생각하게 되었다.

애초부터 세컨드 하우스, 별장, 시골집을 찾는 사람들은 아파트와 생각이 많이 다를 때가 많다.


'간섭이 없고 편안한 휴식'


우리 집도 뭘 원하는지 정확해야 우리가 원하는 세컨드 하우스를 얻을 수 있을 것이었다.

그 후로 근 한 달간을 베겟머리에서는

우리가 뭘 원하는지 계속 생각하고 대화했다.


"나는 말이야, 꿈이 있어. 아이들이 눈이 내렸을 때 눈사람을 만들고 내가 집 안에서 바라보고 있는 거야."

내 오랜 꿈이었다. 

지방, 세종에 살고 있는 나는 사실 꽤 자연 친화적인 도시에 살고 있었다.

바로 옆에 산이 있고(처음부터 이 집을 계약한 이유다.) 호수공원도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도시는 도시. 

눈사람 한번 만들기도 힘들고 만든다고 해도 다음날 아침

초등학생들의 날아 차기로 처참하게 발견되곤 한다.


"나는 애들한테 다 할 수 있다고 하고 싶어. 벽에 그리고 싶은 그림 그리라고 하고, 크게 노래 부르라고 하고. 의자 만들고 싶다고 하면 나무 제단 해서 네가 못 박아 보라고 하고."

남편은 가장 중요한 것이 있다는 듯 크게 눈 뜨며 말했다.

"뛰지 말라고 하기 정말 싫었어."


"당신은 뭐 하고 싶은데?"

내가 남편에게 말했다.

"그냥, 나는 일찍 일어나니까. 다들 잘 때 등산 다녀오는 거."


나는 뭘 하고 싶은 걸까? 그 집에서.


끝없는 대화를 하는 그 시간이 행복했다. 미래를 꿈꾸는 그 시간이 행복했다.

결혼할 때도 그때는 너무 어려서

어른들과 집안 의견이 중요해서 내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일이 너무 많았다.

어릴 때 꿈꾸는 결혼식보다는

결국에는 다들 하는 결혼을 했고

그나마 홀은 내가 골랐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내가 어른이고 내가 결정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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