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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나무 Aug 03. 2021

워킹맘의 용감한 선택, 엄마표 영어

우린 성공할 수 있을까?

'잠수네 영어'는 아이를 키우는 엄마라면 한번쯤 들어봤을 유명한 엄마표 영어교육 방식이다.

큰아이는 5~9세까지 미국에서 생활한 덕분에 자연스레 영어를 접했다. 원서나 자막 없는 영화도 자유롭게 보는 큰아이는 특별히 영어 걱정을 할 필요가 없었다.

그러나 둘째는 달랐다. 한국에 들어온 시점이 다섯 살이었고, 미국에서도 집에서는 한국말만 사용한 상황이라 영어 노출이 적었다. 유치원을 몇 달 보내긴 했지만, 오전에 잠시 머무르다 낮잠을 자고 돌아왔기 때문에 귀가 트이기도 전이었다.

귀국 후 일 년은 한국어 마저 또래에 비해 늦은 둘째에게 모국어를 먼저 가르치자는 생각을 했다. (사실 까먹을 영어 실력도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그동안 노출한 것을 이어나갔다면 금방 말이 트였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한국말이 어느 정도 또래들과 비슷해지고, 영어 교육에 대한 갈증이 생기자 마음이 조급해졌다. 

그때부터 둘째에게 엄마표 영어를 해 보겠다고 관련 책을 구입해서 열심히 읽어보기도 했지만, 아이의 수준에 맞는 책을 고르는 것도, 꾸준히 실천하는 것도 너무 어려웠다.


워킹맘이다 보니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란 상황에 아이를 붙잡고 엄마표 영어를 해 준다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할 수 없이 둘째는 유명한 대형 어학원에 맡기고 영어 실력이 늘기를 기대했는데, 들인 학원비에 비해 눈에 띄는 효과를 볼 수 없었다.


온라인 숙제와 교재비까지 40만 원 가까이 영어 한 과목에만 쓰고 있으니 (물론 영어 유치원이나 일부 영어학원은 몇 배에 달하는 수강료를 받으니 비싸다는 기준은 다를 것이다.) 실력이 나아질 만도 한데, 결과가 미미했다.


그래도 친구들과 어울려 다니면서 즐거워하고, 매주 단어를 조금씩이라도 외워가니 더 이상 욕심을 내는 것도 무리인 것 같았다.

이제는 셋째의 영어 교육 시기가 왔다. 이미 첫째와 둘째의 수학 학원비, 영어 학원비, 각종 운동 레슨비 등 사교육비가 예산을 초과한 지 오래였다. 추가로 학원을 보내기에는 재정적 부담이 크고, 엄마표 영어를 하기에는 엄마가 너무 바빴다.


그렇게 이도 저도 못하고 고민만 하고 있을 무렵, 엄마표 영어를 도와준다는 '아이보람'을 소개받았다.

추천을 해 준 사람은 다름 아닌, 같이 근무하는 우리 학교 영어 선생님이셨다. 영어 통번역 대학원까지 나온 영어 선생님께서 본인의 자녀를 아이보람 프로그램으로 엄마표 영어를 시킨다니 귀가 솔깃했다.


물론, 나도 큰아이를 키워봐서 영어를 언어로 자연스럽게 습득하기 위해 영어 애니메이션이나 영화 등에 꾸준히 노출시키는 것이 최고의 방법임은 알고 있었다.

큰아이가 미국에서 시골에 살았음에도 표준어를 구사하는 게 신기하다고 동네 사람들이 종종 이야기했는데, 우린 이유를 알고 있었다. 아이가 영어에 가장 많이 노출되는 통로가 TV였고, TV 속 인물들은 모두 표준어로 대화를 했기 때문이다.


첫째가 영어를 배울 시기에 우리는 둘째를 낳았기 때문에 의도치 않게 TV 앞에 아이를 방치하는 시간이 길어졌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렇게 PBS 만화를 보며 아이의 영어 실력은 놀랍도록 성장했다.

따라서 영상과 책의 효과는 큰아이를 통해서도 충분히 검증이 되었기에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그러나 진짜 문제는 '얼마나 꾸준히 노출시켜 줄 수 있는가' 하는 의지의 문제였다. 


DVD를 틀어주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매일매일, 일정 시간 이상을 꾸준히 틀어주는 건 쉽지 않다. 따라서 의지를 돈 주고 사기로 했다.


아이보람은 그런 면에서 엄마의 의지가 약해지지 않도록 독려하고, 엄마들의 모임을 통해 노하우를 공유하는 좋은 프로그램이다. 학원비의 절반 정도의 코칭비를 내고 효과가 더 좋으니 경제적이기도 하다. (특별한 프로그램은 아니다. 홍보 아님.)


엄마가 혼자 계획하고 도서나 DVD 목록을 정하고 구입하는 과정을 전부 도와주니 해 볼만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책을 보면 좋을지, 어떤 DVD를 봐야 할지 시기, 단계에 맞게 추천해 주고 빌려주고, 제대로 실행했는지도 점검해준다.

매주 코칭을 해주는 선생님에게 우리 아이가 어떻게 영어 공부를 하고 있는지(엄마가 엄마표 영어를 얼마나 충실히 하고 있는지) 점검받고, 자극이 될만한 주위 엄마들의 이야기를 듣고 돌아온다.

그러면 신기하게도 일주일 동안 열심히 해보자는 의지가 생겨났다. 또한, 비슷한 상황에서 시작한 엄마들의 자녀가 영어 책을 술술 읽고, 자막 없이 영화를 보면서 웃고 있다는 건 무엇보다 강력한 동기유발이 되었다.

그렇게 시작한 엄마표 영어가 이제 막 한 달이 되었다. 처음 한두 달은 특별한 프로그램 없이 영어에 노출시키고,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도록 하는 데에만 집중한다.


이 한두 달이 정말 지루하고, 이걸 하자고 사교육에 돈을 들이고 있나, 무슨 코칭을 받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 시기에는 사실 나눌 말이 없다. 정말 그냥 DVD를 틀어준 것 이상의 행동, 특별한 배움이 없기 때문이다.

어떻게 엄마표 영어를 시작하게 되었는지 쓰다 보니 서론이 길어졌다. 다음 포스팅에서는 처음 한 달, 엄마표 영어의 노하우와 막 두 달째 접어든 DK 영어 프로그램에 대해서 나누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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