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1 내신은 예체능을 제외하면 거의 대부분의 과목, 기술가정까지 모두 상대평가입니다.과목마다 등급이 나오고, 이 등급으로 학생부 종합전형이나 교과 전형 등 수시전형에 지원합니다.
(정시로 서울소재 상위권 대학에 진학할 확률은 일반고의 경우 6% 내외라고 합니다. 정시가 40%까지 확대되었다고 해도재수생과 특목고, 자사고 출신 학생들로 대부분 채워지기때문입니다.)
만약 일반고 1학년이 내신을 망친다면?
예전처럼 1학년 때 공부를 안 하다가 2~3학년 때만회하기가 무척 어렵습니다. 부모님 세대가 학교를 다니던 시절만 해도 고3 때 수능 점수가 잘 나오면 어렵지 않게 대학에 진학했습니다. 제가 고3 때 중하위권으로 올라온 친구가 3학년 때 10킬로나 찌워가며 공부만 하다가 전교권 성적으로 소위 SKY 대학에 진학하는 일도 있었습니다.
이후, 내신이 중요한 수시 전형이 확대되었지만 그 시절에도 고3 성적에 가중치가 있었습니다. 학년별반영률이 보통 20, 30, 50% 순이라서 역전의 기회가있으니 학생들은 끝까지 희망을 안고 학교생활을 할 수있었습니다.
요즘도 학부모 상담을 해보면 학년별 성적반영비율이 어떻게 되냐고 묻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누구도 정확한 대답을 할 수 없습니다. 대학마다 정해 놓은 비율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일반적으로는학년 가중치를 따로 주지 않고 성적을 반영합니다.즉, 고1 성적이 고3 성적과 동일하게 중요한 것입니다.
오히려 엄밀히 말하면 고1 성적이 더 중요하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고1 공통과목은 1학년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등급 산출을 합니다. 똑같이 상위 4%가 1등급을 받는다고 해도 학생 수에 따라 10명 이상이 1등급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학년이 올라갈수록 등급 받기가 어렵습니다.
고2~3학년의 경우 선택과목별 인원수 내에서 등급을 받아야 합니다. 만약 '물리 1'을 30명이 선택했다고 하면 30명의 4%인 1명만 1등급을 받을 수 있기에 경쟁이 점점 치열해집니다.몇 개만 실수로 틀려도 3~4등급까지 쭉쭉 밀리는 사례가 비일비재합니다.
앞으로 2009년생부터는(2022 교육과정) 고2~3 선택과목이 모두 절대평가가 된다고 합니다. 지금(2015 교육과정)은 고2~3 때 일반 선택과목은 등급이 산출되는데 이마저 모두 절대평가로 바뀐다면 철저히 고1 성적만 남을 것입니다. 즉, 대학에서 학생을 선발할 때 믿고 비교할 수 있는 상대평가등급은고1성적만 남는셈입니다.
안타깝게도 앞으로 고1 성적을 망친 학생들은 역전의 기회와 희망이 사라집니다. 고2, 고3은 대부분 절대평가이니 (2015 교육과정에서 일반 선택과목은 상대평가지만, 고3의 경우 절대평가인 진로선택과목이 대부분이라 만회가 어려움) 그때 가서 열심히 해도 이미 받은 등급을 드라마틱하게 뒤집기는 어려워집니다.
그렇다고 학교 내신시험과 수행평가를 완전히 내려놓지 않는 한 정시(수능)에 올인하기도 어렵습니다. 선택지는 하나입니다. 좌절하고 내려놓을 것인지, 그럼에도 끝까지 내신 관리를 하면서 정시까지 챙길 것인지... 드라마틱한 역전은 기대할 수 없지만 그래도 가장 현실적인 방안은 그럼에도 내신을 놓지 않는 겁니다.
내신과 수능이 무관하지 않기 때문에 늦게라도 철이 들어 열심히 하다 보면 내신과 수능 모두 1등급이라도 올릴 수 있습니다. 원하는 대학에 가지 못하더라도 조금이라도 괜찮은 학과로 진학하는 방법을 노려야 합니다. 아니면 과감히 현역으로 지원하기를 포기하고 재수하며 수능에 올인하는 방법뿐입니다.
학군지에서는 워낙 내신 등급을 받기가 어려우니 재수를 당연하게 하는 분위기입니다. 고3 다음이 대 1이 아니라 고 4라고 불릴 정도입니다.
그러나 정시는재수생활을 뒷받침해 줄 여력이 되는 상류층, 수능 킬러문항을 선행할 수 있는 특권층에 유리한전형이라고 생각합니다.
재수하지 않고 대학에 진학하기 가장 쉬운 재학생 전형은 수시 전형입니다. 따라서 고1은 고3이라는 비장한 마음가짐으로 학업에 임해야 합니다.늦어도 중3 겨울방학부터는 미리 고1 공통과목, 고1 수준의 모의고사 문제풀이, 진학할 고등학교의 선택과목을 예습해 두면 좋습니다.
고1이 중요하기에중3부터는 달리면 좋으련만 선행도 많이 하지 못한 저희 집 아들은 느긋하기만 합니다. 입시를 아는 것과 본인 아이를 지도하는 건 또 다른 이야기라는걸 실감합니다. 남은 가르쳐도 제 자식은 못 가르치는 건 일타 강사도 마찬가지라니 그나마 위안이 된다고 해야 할까요.
모르면 마음이라도 편할 텐데 현직에 있으니 고1이 너무 중요한 걸 알아서 저 역시 순간순간불안합니다. 그러나 혹여 고1 성적을 망치더라도 좌절하지 않도록 격려해 주는 것도 부모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갈수록 대학교 서열이 의미 없는 사회가 온다고 합니다. 실속 있는 학과를 선택하고, 본인의 적성에 맞는 일을 찾는다면 얼마든지 미래 역량을 갖춘 인재로 성장할 수 있다는긍정적인 마음가짐을 유지하는 게 중요합니다.
자녀가 입시를 치를 때는 성적이 전부인 것처럼 시야가 좁아지지만 우리는 행복이 성적순이 아니란 걸 알고 있기 때문이죠.
고1이 중요해!
그러나 아이의 행복이 더 중요하지!
지금 더 치열하게 공부해야지!
그러나 공부가 전부는 아니지!
라고 내적으로 매일 싸웁니다. 고1 성적이 중요한 건 맞지만, 긍정적인 자아상과 자신감이 더 중요하다 정도로 결론을 내겠습니다. 아무튼 성적만 본다면 고3보다 고1이 중요합니다. 고3은 이미 내신도 끝났고, 주사위가 던져졌습니다.
<가장 중요한 고1 시기를 후회 없이 보내고 결과에 연연하지 않기> 스스로의 다짐인 동시에 다른 학부모님들과 나누고 싶은 이야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