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 독일 비전공 개발자 구직기 V2.
비전공자라 하더라도
해외취업이라 하더라도
외국인이라고 하더라도
두 번째라면 처음보단 낫지 않을까?
아니. 그럴 리가.
결코 두 번째라고 쉬울 리가 없다.
그래도, 그럼에도 혹시라는 희망을 가지게 된다.
그런것마저 가질 수 없다면 삶은 너무 메마르니까.
하지만 그것은 본격적으로 이력서를 내기 시작하는 순간부터 민들레 홀씨 바람에 흩날려 날아가 버리듯 홀연히 사라진다. 흩날린 그 홀씨 중 하나가 어느 회사에 콕 박히길 바라지만 그것 마지도 현실에선 쉽지 않다.
봄이 오고 만물이 피어오르는데 그저 나만이 바싹바싹 메말라 갈 뿐이다.
힘들어도 이력서 제출 하는 일을 미룰 수 없다. 바싹 타들어가는 속으로 부지런히 이력서를 제출한다. 비록 돌아오는 답장의 십중팔구는 'sorry'가 포함되더라도.
제출한 이력서는 인터뷰를 보는 기회조차 없이 광탈하는 경우가 수두룩해서 샐 수도 없고 그걸 새고 앉아있는 의미도 없다.(여기 첨부한 것도 그중 일부에 불과할 뿐이다. 그리고 아예 답이 없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타이밍도 중요하다.
지원했으나 더 이상 그 자리는 공석이 아닌 경우도 허다하다.
인터뷰를 보더라도, 이런저런 조건이 안 돼서 탈락한다.
최근 구직시장 현황을 보면 대부분 senior 레벨(최소 경력 5-7년 이상)을 찾고 있다.
난 아직 그 레벨이 아닌걸요.. 그러니 굿바이 대상이 된다.
쏟아지는 불합격 메일 사이에서도 친절한 HR팀이 보낸 메일엔 위로를 받기도 한다.
지난 첫 구직기에서 엄청난 불합격 통보를 받은 것이 마음에 화력쇼 담금질한 쇠질 단련을 시켰는지 이번엔 처음만큼 쓰라린 생채기를 내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지난 경험으로 불안과 무력감까지 다스리는 법까지는 깨친건 아니었다. 만약 깨우쳤다면 나는 종교의 길로 들어섰을 테지.
이번에도 낙담하긴 매한가지다.
한숨이 길어지듯 엑셀 구직 현황표가 나날이 세로로 길어진다.
낙담해도 또 이력서를 써야만 한다.
백 번 떨어져도 단 한 번의 합격만 있으면 되니까 말이다.
누군가의 말처럼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이 아니라 꺾여도 하는 마음, 그냥 해 내는 마음이다.
오늘도 이력서를 고치고 또 제출한다.
딱 한 군데만 나를 뽑아주길 바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