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망한' 이야기를 다 쓰고 보니...
SNS에서 어떤 사람이 자신의 에세이 고르는 기준을 소개했다.
‘1. 자기 연민 금지, 2. 신세 한탄 금지, 3. 담백한 글’
처음엔 일기장에 적은 것을 책으로 내볼까 생각하며 글을 쓰기 시작했는데, 과거에 썼던 일기는 온통 자기 연민과 신세 한탄만 가득했고 그걸 부연 설명 하다 보니 장황한 글이 되었다. 이제 이 글은 그분에겐 선택받지 못할 에세이가 되었다. 핑계를 대자면, 속상했던 일들을 쓰다 보니 맥주 한 캔씩 마시며 글을 써서 이 지경이 되었노라 말하고 싶다. 열심히 쓰긴 했는데.
불혹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어서 어쩌다가 책을 쓰게 되었다. 불혹(不惑)은 공자가 마흔 살부터 세상일에 미혹되지 않았다고 한 데서 나온 말이라는데, 그 나이가 되어도 여전히 달콤한 유혹에 넘어가고 귀여운 것을 좋아하는 어른이 되었다. 불혹이 되어가니 몸에 물혹이며 지방종이며 혹만 늘었다. 그래도 여태껏 살아온 역사를 책으로 엮어낸 것이 또 하나 자랑거리가 될 것이다. 혹은 흑역사를 책으로 만들어 낸 어리석음일지도.
2025년은 새로운 도전을 많이 하게 된 한 해로 기억될 것 같다. 마라톤 풀 코스에 도전했고, 선생이 된 이래로 처음 1학년 아이들을 가르치게 되었고, 견진성사를 받았다. 그리고 이렇게 글도 쓰게 되었다. 폐허 같던 내가 이렇게 다시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시고 나의 새로운 도전을 응원해주신 많은 분들께 진심을 담아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요즘은 성당 모임에 나가고 있다. 우연히 시작해 볼까 했던 활동이 처음에는 정말 힘들었다가 이제는 익숙해졌다. 글을 쓰는 것도 우연히 시작했다가 정말 힘들었고, 절대 익숙해지지는 않을 것 같다. 세상의 모든 작가님들께 존경의 마음을 보낸다.
어느 날 미사 시간에 신부님께서 하신 말씀이 기억에 남는다. ‘미안합니다,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같은 말을 죽기 전에 하지 말고, 평소에 많이 하라는 말씀이었다. 사람은 무릇 배운 대로 실천하며 살아야 한다는 말을 자주 한다. 그래서 나도 이런 말로 마무리하고 싶다.
“이 글을 여기까지 읽어주신 분들께 죄송하고, 감사하며, 사랑한다는 말씀을 전합니다.”
2025.9.25.
이제는 선선해진 귀뚜라미 소리 가득한 가을밤에
마감을 지키지 못해 무거운 마음으로
Luc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