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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sieQ Aug 11. 2021

어쩌다 이지경이 됐을까

몇 주 전 브런치에서 알람이 하나 왔다. 



그렇구나... 용두사미처럼 시작은 야심 차게 해 놓고 흐지부지 사그라들어 오랫동안 방치했구나... 


원래 계획대로라면 <싱글언니의 작은 부자 되기> 다음 콘텐츠 주제는 ‘재테크, 공부하자’였다. 당연한 얘기지만 세상엔 공짜가 없고, 공부한 만큼 성공의 길이 보인다는 내용을 정리하려 했다. 그런데 시장이 미쳐 돌아가기 시작했고, 이런 비정상적인 시장에서는 공부도 뭣도 소용없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부동산 관련 각종 규제와 관련법, 세금 내용이 너무 자주 바뀌어 공부를 해도 소용이 없고, 투자에 대한 계획도 세울 수가 없다. 공인중개사, 법무사, 회계사, 세무사도 헷갈려서 답변을 못하기 일쑤다. 


임대사업자에 대한 규제도 너무 지나쳐 임대시장에 대한 메리트가 크게 줄었다. 현금부자가 아니고서는 신규 사업자로 뛰어들기가 어려워졌다. 시장의 선순환 구조가 무너져 임대인은 임대인대로 임차인은 임차인대로 죽겠다고 난리다. 여기저기 죽겠다는 사람만 있고, 살기 좋은 우리나라를 노래하는 이는 찾아볼 수가 없다. 


대한민국에서 중산층이라 하면 내 집 하나 깔고 있고, 안정적인 직장생활로 생계에 걱정이 없으며, 일 년에 한두 번 해외여행을 즐길 수 있는 정도가 아니었던가? 개인적으로 돈 걱정 없이 먹고 싶은 거 먹고, 가고 싶은 곳 가고, 만나고 싶은 사람 만날 수 있으면 중산층, 즉 작은 부자라고 생각했다. 


허나 이제는 작은 부자, 즉 중산층이 사라져 가는 것 같다. 부의 계층 구조가 피라미드가 아닌 모래시계 모양으로 변하고 있다. 집값은 몇 십억 단위로 치솟아 그야말로 넘사벽(넘을 수 없는 사차원의 벽, 아무리 노력해도 따라잡을 수 없음)이 되었고, 안정적인 직장은 급격히 줄고, 채용시장은 최저임금 일용직이 채우고 있다.

피땀 흘려 열심히 일하고, 허리띠 졸라매고 아껴서 내 집 장만하고, 자식들 공부시키고 했던 것은 6.25전쟁과 새마을운동을 겪은 베이비부머 세대, 후하게 쳐도 X세대까지가 아닌가 싶다. 지금은 하늘의 기운이 돕고 조상님이 도와 주식 대박이나 로또 당첨이 되지 않는 이상 서울에 내집마련은 불가능한 얘기가 됐다. 


주식도 모르고, 비트코인도 모르고, 서울에 아파트도 없어 나 자신도 빈곤층으로 몰락할까 두려운 판에 작은 부자는 개뿔... 그래서 다시 뭔가를 써 내려가고픈 욕구가 생길 때까지 <싱글언니의 작은 부자 되기>는 중단하려 한다. 


2021년 대한민국은 부의 계층 구조가 피라미드 형태로 변하는 것 같다. 


서울에서는 이미 10억 이하의 아파트를 찾기가 힘들어졌고, 웬만한 30평대 아파트는 30억 이상으로 거래되고 있다. 

내 기준에서는 영끌(영혼까지 끌어 모은)이 아니라 영끌할애비를 한다 해도 이제 서울에서 아파트를 장만하는 건 불가능해졌다. 

아파트값이 3-4억 할 때야 허리띠 졸라매고, 커피값 아끼고, 헌옷 공병 팔아 돼지저금통 채워 넣는 근검절약으로 내 집 장만하는 것이 가능했지만, 30-40억 하는 시장에서는 제아무리 용을 써도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서울 아파트 평당 시세 변동 (단위:평당/만원)/출처:경실련


그야말로 로또에 당첨되지 않는 이상 서울에 아파트 장만은 불가능한 것 같다. 온 국민이 일확천금 행운 한방에 몰빵 하는 것도 이해가 간다. 일할 만한 일자리는 없고, 최저시급 8720원(2022년도 9160원)짜리 일자리도 코로나 장기화로 크게 줄었다. 

2030세대의 영끌, 빚투(빚내서 투자)도 이해가 가는 부분이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작년 한 해 동안 20대의 은행 대출은 32조7000억원에서 44조5000억원으로 늘었다고 한다. 

아이고, 이렇게 큰 빚을 언제 갚나... 아니나 다를까 20대의 연체율도 최고 높다고 한다. 

이렇게 낸 빚을 가상화폐에 투자한다. 7월 28일자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업비트·빗썸·코빗·코인원 등 국내 4개 가상화폐 거래소의 신규 가입자 249만5289명 중 20대가 81만6039명(32.7%)으로 가장 많았다고 한다. 4대 가상화폐 거래소 예치금 또한 올해 1분기 2516억6000만원에서 5675억3000만원으로 배 넘게 증가했는데, 20대의 증가율이 154.7%(346억원→ 881억원)로 단연 높았다고 전했다.


가계부채 증가 추이 /출처:조선일보 2021.7.28일자


작년 말부터 주변에서도 코인 투자 2천해서 10억 벌었다는 소리가 심심찮게 들렸다. 주식도 모르는 내가 코인을 알 리가 있겠나. ‘내 주머니에 들어와야 내 돈이다’란 지론 아래, 아직도 인터넷 모바일 뱅킹은 최소화하고, 통장에 잔액이 찍혀야 비로소 안심을 하는 스타일인데, 가상화폐라니... 


내 머릿속 코인이란, 브루마블게임의 가짜지폐나 게임머니 같은 것이다. 그런 것으로 10억을 번들 무슨 소용이 있나, 도무지 현실성이 없고 괴리감이 들어 이해하려 노력해도 게임머니 10억 적립이랑 똑같은 건가 하는 생각밖에 할 수 없었다. 


‘에잇 모르겠다’ 치부하기엔 배속에서 스멀스멀 욕심이 올라와 책도 읽고, SNS도 눈여겨보곤 했는데, 어느 날은 자기들끼리 축제판이고, 어느 날은 위로의 말들만 쏟아지고, 도무지 무슨 장단인지 알 길이 없어 포기했다. 모르는 판에는 절대 발을 들여놓지 말라는 건 재테크의 기본이다. 


어쩌다 우리 사회가 이렇게 됐나... 부동산은 이미 몇십 억대 판이 되어서 발을 들여놓을 수조차 없고, 은행금리는 0%에 가깝다. 주변에서 들리는 화폐단위가 억억이니 이제 천원, 만원은 돈인가 싶다. 근검절약도 의미 없는 구호가 됐다. 소액으로 투자해 그나마 재미를 기대할 수 있는 판이 주식과 코인밖에 없는 것 같다. 


요즘 세대가 워라벨(일(Work)과 삶(Life)의 균형(Balance))을 부르짖고, 소확행(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즐기는 것도 이해가 간다. 내가 제일 이해 못했던 부류가 원룸 월세 살면서 외제차 끌고 다니는 사람들이었는데, 이제는 그들마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어쨌든 2019년까지 내집마련이나 서울 아파트 매수에 성공하신 분들은 진심으로 축하드리고, 그렇지 못한 분들은... 나름의 기쁨과 만족을 찾으시면서 내내 행복하시길 바란다. 


마지막으로 저처럼 주식의 ‘주’자도 모르거나 천원 한 장에도 벌벌 떠는 쫄보시라면, 펀드 투자를 추천드린다. 요즘 주식하는 사람들은 ‘테슬라’를 입에 달고 살던데, 경험상 전기차 관련주나 테크놀로지 관련주에 펀드로 들어가 잊어버리고 한두 달 기다리면 5% 수익은 먹을 수 있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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