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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sieQ Aug 14. 2020

작은 부자의 생존 재테크

지금까지 내가 고수해온 재테크는 이른바 생존 재테크!(이런 멋진 말을 생각해 내다니! 감탄했으나 검색해 보니 이미 널리 쓰이는 말이었을 때의 허탈함)

한마디로 ‘근검절약’, ‘알뜰살뜰’로 표현할 수 있으니 작은 부자는 되겠으나 큰 부자를 꿈꾸기는 어렵다 하겠다. (큰 부자가 되고 싶은 분은 다른 콘텐츠를 참고하시라)


생존 재테크는 부를 늘리기 위한 것이라기보다 먹고살기 위해 필수 불가결한 것이다. 회사를 다닐 때나 쉬고 있는 지금이나 노후에 대해서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코로나 전염병으로 인한 글로벌 경제 위기, 국내 금리 0%대 진입, 물가 상승, 부동산 시장의 광적인 폭등, 시장 혼란과 민심 분열만 부추기는 정부 정책, 실업인 증가(여기에 나도 포함되는구나)... 향후 5년 후, 10년 후의 이 나라 경제가 어찌 될지, 나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먹고살고 있을지 예측하기 어렵다.


작은 부자란 어느 정도의 부자를 말하는가?


취업포털 사람인과 잡코리아의 <부자의 기준>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각각 자산규모 39억(사람인, 성인남녀 4111명 대상, 2019.12월)과 46억 5천(잡코리아, 2040 성인남녀 2020명 대상, 2020.8월) 정도를 부자로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머니투데이가 매년 실시하고 있는 <2020 당당한 부자 대국민 설문조사> 결과에서는 작년 대비 총자산 30억, 50억 이상은 있어야 부자란 응답의 증가세가 뚜렷했다. 현금자산도 10억은 있어야 부자란 대답이 많았다.

▲ 머니투데이 <2020 당당한 부자 대국민 설문조사> 결과

설문조사 결과 공통적으로 자산 규모 40억은 돼야 2020년 현재 부자라는 결론에 이른다.

총자산 40억, 현금자산 10억이 뉘 집 애 이름인가!


부자의 기준은 지극히 주관적인 것이고, 나의 기준은 이렇다.

의식주 걱정 없고, 빚진 거 없고, 먹고 싶은 거 먹고, 가고 싶은 곳 가고, 보고 싶은 거 보고, 하고 싶은 거 할 수 있으면 부자 아니겠는가. 내가 무엇인가 원할 때 돈 걱정 없이 그것을 할 수 있으면 부자라고 생각한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욕심을 줄이는 방안도 부자로 가는 지름길이라 할 수 있겠다. 어릴 땐 이것저것 해보고 싶은 게 많았는데, 나이가 드니 체력적 한계도 있고 간절히 원하는 것이 줄어든다. 다행이다.


빅 피쳐(Big picture)를 그려보자


막연하게 ‘지금부터 재테크를 해보겠어’ 하는 것보다 목표를 설정하고, 자신의 현재 상황을 파악하고, 목표 달성 기한을 정하고, 실천사항을 정리해 보면,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어려운 것, 부자의 길에 어느 선까지 갈 수 있나 큰 그림이 그려진다. 부자 맵(map) 내지는 연대기를 만들어 보는 것이다. 재미있는 게 하얀 종이에 향후 20년 정도 연도를 쭉 써놓고 계획을 세우다 보면 ‘언제까지 얼마 모아서 뭘 해야지!’하며 상상의 나래를 펴게 된다. 부자가 되는 상상만으로도 즐거워지는 것이다.


목표를 어떻게 설정해야 할지 잘 모를 땐 버킷 리스트(bucket list)를 만들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죽기 전에 해보고 싶은 것들을 쭉 적다 보면 자연스럽게 ‘이건 언제까지 이뤄야겠구나’ 감이 온다. (당연하지 않은가. 에베레스트 등반은 60대 이후보다 30대에 달성할 확률이 높다) 내가 좋아하는 것, 관심 있는 것, 나를 즐겁고 기쁘게 하는 것들을 쭉 적다 보면 목록에서 공통적으로 들어간 단어를 찾을 수 있다. 그것이 바로 당신이 간절히 원하는 그것이다.

이런 작업을 통해 내 삶의 우선순위가 정리되고, 나도 알아채지 못한 내 마음이 보이기도 한다. 머리가 뒤죽박죽이고 생각 정리가 안 될 때, 화가 나고 가슴이 답답할 때도 내 감정을 글로 적어 본다. 흥분된 감정이 차분해지고, 엉킨 실타래가 풀리기도 한다.


생존 재테크의 대원칙


5년에 1억 모으기 또는 5년 안에 내집마련, 이런 식으로 목표를 정했으면 이제 실행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167만*60개월 적금을 들든, 주식투자를 하든, 열심히 기도하면서 매주 로또를 사든 본인의 방식대로 방법을 찾아가야 한다. 투자에 있어서는 타인이 이거 해라 저거 해라 말할 수 없는 것이다. 나 역시 상대방이 궁금한 것을 물을 땐 답변해 주고 서로 정보 교환은 하지만, 투자 방법을 추천하지는 않는다. 여러 정보를 참고하되 판단은 본인의 몫이다.


나와 내 식구들의 생존을 위해 재테크에 있어서 몇 가지 원칙은 가지고 있다.


*안정지향적으로 간다. 생존 재테크에서는 실수는 있어도 실패를 해서는 안 된다. 가족의 생계가 달렸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지극히 안정지향적인 투자만 추구한다.

투자란 본시 하이리스크 하이리턴(high risk high return)의 관계가 지배한다. 그렇기에 안정형 투자상품은 수익률도 작다. 리스크는 적고 수익은 많은 것? 그런 건 없다고 본다. 그래서 난 주식은 할 줄도 모르고, 해본 적도 없다. (요즘은 투자할 곳이 없어 주식을 한번 해보고 싶은 마음도 듭니다만) 이른바 뜨는 투자처에 불나방처럼 뛰어들거나, 단타 수익을 노리고 치고 빠지는 부동산 투자와도 거리가 멀다. 최근 국내 사정이 안 좋다 보니 투자자들에게 자금을 모아 해외 부동산에 투자하고 수익 발생 시 배당하는 해외 부동산 리츠가 수익 8%까지 제시하던데, 별 매력을 못 느끼겠다.


*내 눈으로 확인한다. 내가 직접 확인한 것, 내 눈으로 직접 본 것 말고는 아무것도 믿지 않는다. 남의 말에 흔들리지도 않는다. 내주머니에 들어와야, 내 통장에 잔액이 찍혀야 내 돈이다.

투자의 고수들은 물건 확인도 안 하고 급매가 나왔다 하면 즉시 계약금 입금하고 부동산에 대신 계약서 쓰라고 한다던데, 난 성격상 그런 거 못한다. 내 눈으로 물건 확인하고, 계약서도 꼼꼼하게 읽고 난 후에야 도장 찍고 계약금을 걸 수 있다. 은행거래 약관도 다 읽어보고 사인하고, 신용카드 발급 시에도, 자동차보험 약관도 다 읽고 난 후 사인한다. 피곤한 성격이다.


*지인들과 금전관계로 얽히지 않는다. 아무리 수익이 보장되어도 공동투자는 안 한다. 부동산법인을 운영하는 지인이 놓치기 아까운 물건이라고 투자 제의를 한 적이 있었으나 정중히 거절했다. 오랫동안 좋은 관계로 남고 싶었기 때문이다.

지인들과는 돈을 빌리지도, 빌려주지도 않는다. 한 번은 형편이 어려운 동창이 카드 값을 막아야 한다며 5백만 원을 빌려 달라 연락을 해왔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3백만 원을 입금해 주었다. 아픈 아이가 있어서 그 친구 형편이 어렵다는 걸 알고 있었고, 당시 내가 못 받는 셈 치고 줄 수 있는 금액이 그 정도였다.(친구는 일 년 후 빌린 돈을 갚았습니다)


*선계획 후지출, 계획에 없던 지출은 심사숙고한다. 사람이 살다 보면 예기치 않은 일도 생기기 마련이지만, 대부분의 경우 계획된 지출 외에는 지갑을 열지 않는 편이다. 갑자기 지출할 일이 생기면 나중에라도 후회하지는 않을지 몇 번이고 심사숙고한다. 때문에 과소비, 충동구매, “기분이 꿀꿀해서 명품백 하나 질렀어요” 이런 일은 없다.


이 밖에 나는 하지 못했으나 ‘자기 계발에 투자하는 것은 아끼지 말라’고 덧붙이고 싶다. 자기 계발에 투자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은 10년 후 마시는 공기의 질이 달라진다. (뉴욕의 공기는 서울의 공기와 다르고, 56층 펜트하우스 공기는 아파트 저층 공기랑 질적으로 다르다고 합디다. 저는 마셔보질 못해서 잘 모르겠습니다만)


로또가 행복을 준다면 할 말은 없습니다만


위의 잡코리아 설문조사에서 부자가 될 수 없는 가장 큰 장애물로 ‘낮은 연봉과 아무리 아껴 써도 돈이 모일 수 없는 경제적 여건’때문이라는 응답이 많았다는데, 결론적으로 그래도 아껴서 한 푼이라도 모아야 지금보다 나은 내일을 기대할 수 있다.

부자가 되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을 묻는 질문에는 ‘금수저와 로또 당첨’이라고 응답한 사람이 많았다고 한다. 이런 요행은 실현 가능성이 없는데, 그럼 평생 신세한탄만 하며 살 것인가?!


토요일마다 로또 명당 편의점에 줄을 길게 선 사람들을 보며 ‘요행을 바라는 사람들이 저리 많은가’ 싶다가도, 멀쩡하게 회사 잘 다니고 있는 친구 남편도 매주 로또를 사서 번호 맞춰보는 게 낙이라는 말을 들었을 땐 할 말이 없었다. 지갑 속 로또 한 장으로 집도 사고, 차도 사고, 그림 같은 휴양지에서 한가로이 오수를 즐기는 상상도 하면서, 그것으로 팍팍한 세상살이를 버틸 수 있다면 그 또한 나쁘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어떤 이는 술, 친구, TV, 게임 다 끊고, 그 시간에 재테크 공부에 매진하라 코치하던데, 그러지 맙시다. 술, 친구 끊고 어떻게 삽니까? 다 행복하자고 하는 짓인데!

어떤 순간에도 나의 행복이 일 순위다. 마이너스통장 인생에서 계좌에 1억이 찍히는 그날, 보 1000/월 30짜리 원룸에서 내 이름 석 자 박힌 등기부등본을 갖는 그날을 생각하면 허리띠를 졸라매도 행복하지 않은가? 만약 그런 상상이 가슴 설레는 행복을 주지 못한다면, 아무 기쁨이 되지 않는다면, 다 때려치우는 것이 낫다. 그런 동기부여도 없이 생존 재테크가 지속될 리 없다.

목마른 자만이 우물을 파는 것이고, 노후가 불안한 나는 오늘도 묵묵히 삽질을 하며 한 우물을 판다.


▲ 당신의 통장잔고가 활짝 피어나길_susie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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