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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sieQ Aug 19. 2020

시드 머니, 마른 수건도 쥐어짜라

궁핍과 빈곤의 늪에서 벗어나 부자가 되겠노라! 다짐했다면 제일 먼저 만들어야 하는 것이 시드 머니(Seed Money), 일명 종잣돈이다.


“종잣돈을 만들려면 최소한 월급의 30% 이상을 저축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가계부 작성, 통장 쪼개기 등으로 새어나가는 돈이 없도록 지출을 관리해야 한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재테크 서적의 도입부를 장식하는 뻔한 말이다.

어쩜 그렇게 똑같을까?

불변의 진리이기 때문에 그렇다.


아껴야 잘 산다! 진짜루...


X세대인 내가 자랄 때만 해도 ‘근검절약’, ‘티끌모아 태산’, ‘아껴야 잘 산다’ 이런 말은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생활지침이었다.

국민학교 시절, 교장선생님이 운동장 조회시간에 낡은 중학생 가방을 갖고 다니는 아이를 불러 칭찬하시고, 전교생의 박수를 받게 했던 일이 생각난다. 당시 근검절약은 미덕이었고, 타의 모범이 되는 행위였다. 학교 선생님들도 조회시간마다 힘을 주어 ‘근검절약’을 훈화하셨다.  


▲교장선생님의 칭찬을 받은 아이가 갖고 다녔던 가방 (이미지출처:https://blog.naver.com/gabory4989/80190476989)


요즘은 어떤가? 물건이 넘쳐난다. 너무 흔하다. 그러니 아낄 줄 모른다.

다이소에 가면 웬만한 생필품을 천 원, 이천 원에 살 수 있다. 아무리 비싸도 오천 원이다.

‘아끼자’는 말은 전력수요가 피크인 한여름, 전력 비상사태에만 들리는 말이 됐다.


시대가 바뀌고 생활상이 변하면서 일상생활을 편하게 해주는 여러 제품들이 나왔는데, 내가 받아들이기 힘든 것들이 몇 가지 있다.

한번 쓰고 버리는 행주, 청소포, 변기솔 등이 그렇다. 아니 행주나 걸레는 원래 빨아 쓰는 것 아닌가!

알뜰한 엄마는 깨끗한 면수건을 행주로 쓰다가 낡아지면 걸레로 쓰고, 걸레가 진짜 걸레가 되면 마지막으로 아주 더러운 것을 닦는데 쓰고 버리셨다. 못 입는 옷 중에서 면소재로 된 것이나 러닝셔츠는 꼭 걸레로 쓰고 버리셨다. 청소를 끝내면 걸레를 빨아 말리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순서였다.

나 또한 걸레를 빨아 쓰고 있지만, 아주 가끔 청소포를 쓸 때도 있다. 가끔 쓰면서도 역시 청소포를 사는데 1~3만 원을 소비한다는 건 매우 아깝다고 생각한다.


▲이런 제품을 사서 쓰기엔 여전히 돈이 아깝다 (이미지출처:코스트코 온라인몰)


아직까지 한 번도 사용해보지 않은 서비스도 있다. 배달과 청소 서비스가 그렇다.

“떡볶이가 너무 먹고 싶어서 배달시켰는데, 떡볶이 값은 4500원인데 배달비가 5000원이었다”는 친구의 말에 내 입에서 튀어나온 말은 “미친년”이었다. 그런데 배달앱 시장이 갈수록 확대되고 있는 것을 보면 아무래도 내가 미친년인 것 같다.


3시간에 4만 원 내외인 청소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나와 내식구가 생활하는 공간을 청소하는 게 그렇게 힘들고 어려운 일인가? 그 시간과 에너지를 아껴 정말 의미 있고 값진 일에 쓰고 있는가? 피곤하다는 이유로 침대나 소파에 드러누워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트위터질을 하는데 두세 시간씩 소비하지는 않는가?

나는 퇴직 전까지 마음 내키면 일주일에 한 번 청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여유가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렇게 해서 아낀 시간에 낮잠이나 잘게 뻔했고, 어차피 청소는 한두 시간 운동삼아 해버리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네일케어도 나랑은 거리가 멀다. 마당에서 흙장난하는 게 취미고, 매일 요리와 집안일을 하는데도 거추장스럽다. 손톱이 길면 컴퓨터 자판 두드릴 때도 거슬린다.


옷장이 터질 듯한데도 입을 옷이 없다며 매 시즌 SPA 브랜드(저렴한 가격에 빠른 상품 회전을 하는 브랜드)에서 한 계절만 입으면 후줄근해지는 옷들을 사 모으지는 않는가?

피곤하고 귀찮다며 매일 배달음식으로 끼니를 때우지는 않는가?

휴가 때 해외여행이나, 안되면 남들처럼 호캉스(호텔에서 즐기는 바캉스)라도 즐겨야겠다고 생각하는가?

시간이 아깝다며 자주 택시를 이용하지는 않는가? 그렇게 번 시간에 당신은 무엇을 하는가?

원룸 월세에 살면서 중형 이상의 비사업용 개인차량을 몰고 다니진 않는가?


남들 누리는 것 나도 다 누려야겠다고 생각한다면, 욜로족(현재 자신의 행복을 가장 중시하고 소비하는 태도)으로 탕진잼(소소하게 탕진하는 재미)이나 소확행(작지만 확실하게 실현 가능한 행복)을 즐긴다면, 일확천금 로또당첨이 되지 않는 이상 자산 규모를 업그레이드시키기는 매우 어렵다.


시드 머니를 마련해 재테크를 시작하겠다면, 지출내역 하나하나를 신중하고 꼼꼼하게 체크해 나갈 필요가 있다.

초기에는 꾸준히 가계부를 작성해볼 것을 권한다. 형식에 얽매이지 말고 본인 편한 대로 수입과 지출내역을 쭉 적어보면 된다.

내 돈이 새는 구멍을 알아야, 어느 구멍을 막아 푼돈이라도 차곡차곡 모을 수 있을지 가늠할 수 있다. 이것이 몸에 배어 습관으로 굳어져야 한다. 습관이 되면 굳이 메모를 하지 않아도 불필요한 지출은 몸이 먼저 감지한다.


무조건 벌고,
무조건 안 쓰고,
무조건 저축해라


내 경우, 시드 머니를 마련하고자 고군분투할 때 월급의 30%~50%를 저축하는 것으로는 돈이 불어나는 게 보이질 않았다. 어느 세월에 간절한 소원인 내집마련을 이룰 수 있을지 까마득했다.

나는 월급의 70%는 무조건 저축하기로 마음먹었다. 가장으로서 부족한 생활비는 투잡, 쓰리잡을 뛰며 충당했다. 주머니에 돈이 없으면 안 썼다. 사실 일하고 돈 버느라 돈 쓰고 놀 시간이 없었다.

회사 업무와 사람에게 지치고 힘들 땐 통장잔고를 보며 기분 전환을 했다. ‘그래, 딱 1억만 채우고 때려치운다’ 뭐 이런 식이다. 통장 잔액이 마음의 위안과 여유를 주었다.


동전 한 푼도 우습게 보지 않고 무조건 저금통에 집어넣었다.

주로 카드를 사용하다 보니 어쩌다 생기는 동전을 쓸 일이 없었는데, 오백 원, 백 원, 오십 원, 십 원짜리 저금통을 만들어 생기는 대로 집어넣었다. 그리고 그것이 가득 차면 은행에 가지고가 통장에 집어넣었다. 어느 땐 5만 원이 넘기도 하고, 어느 땐 10만 원 가까이 되기도 했다.

세금 마감일에 통장잔고가 없었는데, 동전 저금통을 털어 기한 내에 무사히 세금을 납부한 적도 있었다.


나는 지극히 아날로그적인 인간이라 새로운 디지털 문명을 받아들이는데 시간이 아주 오래 걸리는 유형인데, 요즘은 ‘카카오뱅크’니 ‘토스’니 하는 모바일 금융 플랫폼을 이용해 ‘하루에 만 원씩 모으기’ 같은 재미있는 놀이를 하는 사람들도 많은 것 같다. 이런 플랫폼은 금리도 시중은행보다 많이 주던데, 나도 좀 해보고 싶은 마음이 든다.


처음엔 천만 원을 목표로 달려보길 권한다. 누구에겐 5개월, 10개월이 걸릴 수도 있고, 누구에겐 3년 이상이 걸릴 수도 있는 금액이다.

일단 통장에 천만 원이 찍히면 그걸 깨뜨려 쓰기가 싫어진다. 매달 백만 원씩 저축하던 사람이 통장에 870만 원이 찍히면 빨리 천 단위를 만들고 싶어 무리를 해서라도 130만 원을 저축하게 된다. 나는 그랬다.


돈을 벌고, 관리하고, 투자하는 습관으로 돈에 대한 감각을 키워야 한다.

시드 머니를 만드는 동안은 무조건 벌고, 무조건 안 쓰고, 무조건 저축해야 한다. 

월세 50만 원짜리 번듯한 오피스텔이나 투룸에 살고 있다면, 월세 20만 원짜리 옥탑방으로 이사해 30만 원을 2년간 세이브하겠다는 각오가 있어야 한다. 들어오는 돈은 뻔한데, 나가는 돈을 줄이는 수밖에 없다. 도저히 쾌적한 주거환경을 포기할 수 없다면, 야간 편의점 알바를 하든 뭘 하든 수입을 늘려야 한다.

지금 당장 뭐라도 시작하고, 마른 수건도 쥐어짠다는 각오로 달려야 한다.  


부자들도 아끼며 산다
아끼며 살아야 부자가 된다


삶의 질이 중요한 요즘 시대에 너무 꼰대 같은 얘기만 늘어놓나?

이 나이쯤 되니 주변에 임대사업을 하는 친구들이 많다.


서울 신림동과 사당동 일대에 소형 빌라 20여 채로 임대사업을 하는 일명 빌라여왕은 웬만한 집수리는 전문 설비기사보다 잘한다. 20여 채의 빌라에 문제가 생길 때마다 본인이 직접 수리를 한다. 누수같이 심각한 경우만 설비업자를 부르고, 도배, 장판, 단열재 보강, 페인트, 타일 보수, 배수관, 세면대, 수전 교체, 조명 교체 등 크고 작은 모든 일들을 누구 도움 없이 사부작사부작 혼자 다 한다. 20여 채를 관리하려면 거의 매일 크고 작은 사건 사고가 발생한다고 보면 된다. 이런 일들을 사람 불러하려면 하루 일당이 적게는 10만 원부터 많게는 30만 원을 넘기도 한다.

빌라여왕은 얼마 전 당근에서 여름 원피스 5벌을 만원에 득템 했다며 자랑스레 입고 다닌다.

요즘같이 부동산 시장이 불안하고 임대차보증금이 치솟는 때에, 이 친구는 마음만 먹으면 20채 빌라의 임대보증금을 천만 원씩만 올려도 2억이란 돈이 다이렉트로 주머니에 꽂히는 사람이다. 그럼에도 아끼고 절약하는 생활이 몸에 뱄다.


▲시공 전문가별 평균 일당표 (이미지출처:https://ohou.se/advices/2123)


서울 혜화동에서 부모님의 원룸 건물을 관리하고 있는 다둥맘은 셋째를 임신하고 만삭이었을 때도 원룸 공실을 막고자 도배, 페인트칠을 혼자 다 했다. 세입자를 들이는 데 성공한 그녀는 셋째를 순산하고 두 달 뒤, 삼복더위와 긴 장마가 이어지는 중에도 원룸 도배를 하고, 매일 주차장과 쓰레기 분리수거함을 청소한다.


광명에 3층 상가주택을 갖고 있는 딸바보는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다, 나이가 드니 지금은 건물관리만 하고 있다. 처음에는 계단 청소, 주차장 청소만 하다가 문제가 생길 때마다 설비기사를 부르니 수지타산이 맞지 않아 본인이 하나씩 배워가며 건물을 고치기 시작했다. 지금은 그야말로 누수만 빼고 본인이 직접 다 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작년에는 견적 700만 원이 나온 옥상 방수공사를 재료만 사다가 혼자 해냈다.

임차인이 나가고 새로 들어올 때마다 도배, 장판, 페인트칠, 방충망까지 새로 손봐 신축건물 같은 컨디션을 유지해 임대수익을 올리고 있다.

딸바보는 자원 재순환과 나눔을 위한 ‘아름다운가게’ 단골이다. 옷도 오천 원, 만 원짜리만 파는 구제 옷가게를 즐겨 이용하고, 경차를 몰고 다닌다.


서민들의 피땀을 빨아먹으면서 불로소득으로 배를 채운다고 치부하는 임대인들의 실상을 들여다보면, 매일 청소와 막노동을 해가며 자산을 지켜내느라 비지땀을 흘리고 있다.

그들도 처음엔 종잣돈을 모았던 흙수저들이고, 그때의 절약 습관이 몸에 배어 지금도 검소하고 알뜰한 생활을 유지하고 있다.

누구에게나 삶은 공평한 것이고, 세상에는 공짜가 없다.


지출관리를 수월하게 하기 위해 통장 쪼개기를 추천한다. 내 경우는 아래와 같다.

① 급여통장 : 모든 수입이 들어오고, 각종 공과금, 세금, 관리비, 보험료, 통신비가 자동이체로 나가는 통장

② 소비통장 : 체크카드 연결계좌. 한 달 생활비를 이체해 놓는 통장. 잔액이 있으면 쓰고 바닥나면 지갑을 닫는다. 추가금액을 이체하지 않는다.  

③ 적금통장 : 매달 일정 금액을 저축, 푼돈 모아 목돈 만드는 통장

④ 목돈통장 : 적금이 만기 되면 옮겨놓고 간수하는 MMF 통장


‘돈의 자가증식’이란 말이 있다. 0원에서 1억을 만들기는 참 어렵고, 시간도 오래 걸린다. 통장에 1억이 있으면 그걸 1억 5천으로 만드는 건 처음보다 수월하다. 1억 5천을 2억으로 만드는 건 더 빠르고 쉽다.

언제나 첫 스타트가 어렵다. 본인만의 노하우가 쌓이고, 그 습관이 몸에 배이면 통장 잔고를 불리는 일도 자연스러운 일상이 된다.

내가 빈병을 버리지 않고 모았다가 ‘공병보증금 반환제도’를 이용해 2천 원을 환불받는 것이 아주 자연스러운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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