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카멜리아 Jun 19. 2022

2화 한 번 내릴 때 10L

누군가에게는 생명

  마을교육공동체로 유명한 충남의 ‘홍동마을’ 견학을 다녀왔다. 아침에 부슬비가 내리고 해는 구름에 살짝 가려져 마을을 둘러보기에 좋은 날씨였다. 오후가 되면서 햇살이 비치기는 했지만 마을에서 운영하고 있는 마을활력소, 도서관, 목공소 등을 둘러보면서 지금과 같은 규모의 마을교육공동체를 건실하게 이루기 위한 노고의 역사를 생각하며 집중했던 시간이었다. 

  마지막 코스로 홍동마을에서 운영하고 있는 ‘풀무학교’에 도착했다. 교장선생님이 홍동마을과 풀무학교의 역사를 강의해주시는 시간이 되었다. 중간쯤 앉아서 듣고 있는데 살짝 어지러움을 느꼈다. 졸린 것인지, 속이 울렁거리는 것인지 알 수가 없어서 자리에서 슬쩍 일어나 보았다. 평소 같으면 선생님께서 강연하고 계신데 자리에서 일어서다니 정말 말도 안 되는 행동이지 뭔가.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었지만 일단 살고 봐야겠기에 일어나서 밖으로 나왔다. 

  마스크를 내리고 건물 밖 벤치에 가만히 앉아있는데 거짓말같이 울렁임이 사그라들었다. 평소에는 눈치채지 못했던 공기의 그 신선함을 무엇에 비유하면 좋을까? 교보문고 광화문점의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면서 코 끝에 훅 들어오는 교보문고 시그니쳐향? 아니면, 너무 일찍 눈이 떠진 아침 몽롱한 정신을 깨우는 커피의 향긋함? 그것도 아니면 공복에 마시는 물 한 모금? 과 같은 것이었다. 만약 어지러움을 느끼고 공기를 쐬기 위해 환기를 시켰는데 창 밖이 공장 지대 한가운데라면 어지러움이 해결되기는커녕 어지러움에 더해 알 수 없는 냄새의 공격을 받았을 것이다. 

  그렇게 풀무학교 견학을 마치고 차로 가는 중 옆에서, “어디 안 좋아? 얼굴이 창백해.”라고 한다. 음, 이상하다. ‘머리가 아프거나 울렁거리지는 않은데...’하며 생각해 보니, 하루 종일 물을 안 마신 것을 그제야 알아차렸다. 8시 20분에 버스를 타기 위해 집에서 5시에 일어나서 급하게 챙기고, 8시 30분 버스 출발과 동시에 홍동마을교육공동체 견학 마치는 5시까지 한 모금도 안 마신 것이다. 버스에 타자마자 물로 몸을 진정시키고 의자 등받이에 엉덩이, 등, 머리 순으로 가만히 대어보았다. 휴~이제 괜찮다. 그렇게 진정시키고 있는데 아까 화장실에서 보았던 문구가 떠오른다.


물은 한 번만 내려주세요.
변기 물을 한 번 내리는데 드는 물의 양은 10L라고 합니다.


  10L? 상당히 많은 양의 물이 내려간다는 사실에 놀랐던 기억이 난다. 이 정도 양이면 아프리카 어느 마을의 아이들을 살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할 정도였다. 오늘 나는 탈수 증상을 경험했었고 신선한 공기 조금과 물 한 모금이 나를 살린 것 같다.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생명을 살릴 수 있는 귀중한 것이라는 것을 새삼 깨닫는 순간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