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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멜리아 Jun 20. 2022

포기에 대하여

적당히 말고 깔끔히 포기하자

“적당히 포기해”라는 말과 함께 “아이 키우면서 하고 싶은 걸 어떻게 다해?”라는 말을 종종 듣는다. 

그러면 내 안에서 ‘그런가? 그만할까?’라는 회의적인 생각이 꿈틀댄다. 아무리 그래도 일을 어떻게 적당히 하지? 나에게 저런 충고를 하는 사람들은 일을 적당히 하는 방법도 가르쳐주었으면 좋겠다. 이리저리 궁리해 보아도 ‘적당히’라는 방법은 찾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적당히 포기해’가 아니라, ‘깔끔하게 포기해’라고 하면 덜 고민스러울 것 같다.


내가 생각하는 ‘포기’라는 것은 완벽하게 ‘접는’ 것을 의미한다. 무언가를 포기한다는 것은 아무리 공을 들였다 해도 깔끔하게 그만두는 것을 의미한다. 미련이 남아서 기웃기웃 거리는 것은 포기가 아니다.


학생들의 학교생활기록부에 [끈기 있는 성격으로 무엇이든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완주하고자 노력함.]이라는 표현이 자주 등장한다. ‘무엇이든지 포기하지 않고~’가 미덕처럼 여겨지는 시기도 있었지만 지금은 과연 그럴까? 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1996년 대학을 졸업하고 존경하는 분이 대통령으로 있을 때 국회사무처에서 근무해보고 싶다는 강렬한 소망을 품고 1년간 공무원 준비를 한 적이 있다. 가채점을 하고 내심 기대했지만 결과는 불합격이었다. 국어, 사회, 영어 합해서 5문항 틀렸는데 불합격이라니 아무리 생각해도 그보다 더 잘 볼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그만두었다. 포기할 것은 깔끔하게 포기해야 한다. 그래야 삶이 덜 고되다.


그렇게 대학 졸업 후 국민연금에서 계약직으로 근무하고 있던 중 부모님의 권유로 2001년 중등교원임용고시에 도전하게 되었다. 전공에서 2개 틀리고, 당연히 교육학은 부끄러울 정도의 성적을 거두었다. 전공은 그렇다 치고 교육학은 형편없었는데도 ‘해볼 만한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1년을 준비하였고  이듬해 합격해서 지금은 20년 차 행복한 교사이다.


‘포기’에는 그 지혜로운 지점이 있는 것 같다. 끝까지 해볼 만한 것과 길이 안 보이는 것이 분명 있다. 그래서 나는 여전히 행복한 교사가 되기 위해 포기하지 않고 교사의 사명을 끝까지 완주하고자 노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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