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하기
“사람과 사람이 대화로 함께 한다.”라는 말은 정말 기적과도 같은 말임을 깨닫고 있다.
프로젝트를 하나하나 할 때마다 10명의 생각이 디테일한 부분까지 많이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내가 입으로 내뱉는 말의 무게의 묵직함을 느끼고 있다.
뭐랄까… 직업의 특성상 말을 많이 하는 직업이기는 한데, 대부분 전공 관련한 지식을 전달하고 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한 상담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자의적인 해석을 많이 하는 편은 아니다. 그런데도 내가 하는 말에 많은 아이들이 영향을 받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나의 말에 진실함의 무게를 더하기 위해 책도 많이 읽고 강연도 듣고 세상 돌아가는 것에도 관심을 갖고 보고 있다. 그러다 보면 아이들은 내가 어떤 마음으로 자신들을 대하고 있는지 처음에는 경계로, 그다음은 머리로, 더 나아가서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모습이 보인다. 그렇게 나는 1년의 학교 생활을 아이들과 치열하게 보내고 있다.
그런데 연수 생활은 학교와 많이 다르다. 대화 하나하나도 어렵고, 눈빛 하나, 손짓 하나도 많이 힘들다.
3월 연수가 시작될 때보다는 40명 연수생들의 이름과 얼굴, 사는 지역, 학교급, 과목 등 많은 정보를 알게 되었지만 그들의 생각까지 알기에는 역부족이다. 6개월이 긴 듯하지만 짧다는 것을 절감하고 있다. 연수의 마지막 단계인 ‘미래 가상학교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데 학교 철학을 세우는 단계부터 우리가 쓰고자 하는 단어나 문장의 ‘정의 내리기’에서 3시간의 제한시간 중 2시간 이상을 보낸다. 정의 내리기를 하는 이유는 그렇게 하지 않으면 프로젝트 내내 의견이 모아지지 않아 앞으로 나아가기가 어렵고, 협의하면서 보내는 시간이 합의되지 않았을 때 생기는 불협화음보다 의미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경기도 각 지역과 학교급이 다른 10명의 교사가 모여서 '미래 가상 학교'의 설립 안을 세웠다. 철학, 비전, 핵심가치, 학교문화 시스템, 교육과정까지. 완벽하지는 않지만 만약 이 학교가 설립된다면 우리 아이를 보내고 싶어 진다. 왜냐하면... 함께 하던 선생님들의 입에서 먼저 나온 말은, "와, 난 이 학교 안다녀. 넘 힘들어 보여."였다. 그리고, "이런 학교가 가능해? 예산도 그렇고..."라는 의견이 뒤를 이었다. 그런데도 왜 이런 학교를 구상한 것일까? 왜냐하면 교사가 꿈을 꾸어야 고질적으로 막혀있는 현실의 벽이 조금씩 금이 갈 테니까. 꿈꾸지 않으면 아무것도 변하지 않으니까.
이런 프로젝트 학교가 4개교이다. 현재로서는 계획으로만, 연수의 과정으로만 존재하는 것이 무척 아쉬운 마음이다. 이 프로젝트가 시작될 때 질문이 있냐는 코치님의 말에, "실제로 세워질 수 있는 가능성이 있나요?"라는 프로답지 않는 질문을 던졌었다. 솔직히 아직도 이해는 되지 않는다. 현직 교사 중에 서류심사, 집단면접, 심층면접 등의 힘든 과정을 거쳐서 선발된 40명의 교사들에게 6개월 연수의 최종 프로그램으로 제시한 '미래 가상학교 프로젝트'가 그냥 과정뿐인 과정이라니.
언젠가는 이 귀한 프로젝트들이 사장되지 않고 현실에서 설립되기를 간절히 바래본다. 이러한 간절한 마음도 6개월을 함께 했던 교육을 향한 그 소중한 생각들을, 마음들을 이해하게 되었기에 생긴 것이리라.
마지막으로
온 우주의 기운을 모아서...
내가 너의 말을 듣고 있어.
너는 그렇게 생각하는구나.
우리 함께 하자.
라는 기적이 매일매일 이어지길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