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7일]
답답함, 피곤함, 조급함
[9월 28일] 진정하기, 잔잔한 물결, 사랑스러움, 다가감의 아름다움
- 3학년 아이들이 아침 방문을 하였다. 수행평가를 준비해서 제출하러 4층에서부터 1층 끝에 있는 교무실까지 친히 방문하여 준 아이들의 정성스러움에 싸여있던 스트레스가 풀어진다.
- 1차 지필평가를 준비하며 애쓰는 2학년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짠한 마음이 든다. 토닥토닥 응원하고 싶고 아이들을 향한 아련한 마음에 그들의 인생이 행복하길 빌어본다.
- 교과서, 책, 한 줄의 지식이 아이들을 옭아매지 않게 하길 바라며 속박하는 모든 것으로부터 해방되길 기원한다.
- 1차 지필평가를 일주일 앞두고 자습하는 아이들이 두런두런한다. 공부시간을 주면 '자습'하지 못하는 아이들 속으로 들어가 슬쩍 물어본다.
"공부 안돼?"
"버티고 있어요."
.....
"그래도 해야죠."
아이들을 향한 아련한 이 마음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그래서인지, 공부를 해야 한다는 걸 이미 알고 있는 아이들에게 '공부해야지'라고 무리하게 말하기 어렵다. 이 지점에서 '교사'의 역할을 진지하게 고민하게 된다.
[9월 29일] 평온함, 부드러움, 사랑스러움, 따뜻함, 당혹감
3일 동안 '나의 감정'에 포거싱하면서 감정을 들여다보고 있으니, 아이들의 행동, 요구사항에 의해 나의 감정이 변하는 것이 아니라 순수하게 [나의 감정]과 관련 있음을 깨닫는다.
20년을 학교에서 근무하면서 학생, 학부모, 동료 교사, 관리자의 감정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항상 긴장하며 살아온 거 같다. 이렇게 '나의 감정'에 집중했던 때가 있었나 싶다.
[감정 들여다보기]를 하면서 감정을 마주하는 연습이 필요함을 알아가고 있다. 타인을 향한 배려를 배우며 절제해야 함을 교육받아왔지만 나를 배려하고 인정하고 절제하며 내 안에서 변화무쌍하게 일어나는 [나의 감정]을 받아들이는 연습은 거의 하지 않았음을 깨닫게 된다.
나의 감정을 한 발 떨어진 곳에서 바라보는 연습을 해보니 아이들의 반응도 한 발 떨어진 곳에서 볼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지금 어떤 감정이 올라오니? 한 번 적어볼래?라고 했더니
'기분 좋다, 행복하다, 배고프다, 심심하다, 우울하다, 조급하다, 예민하다, 자고 싶다, 게임하고 싶다, 축구하고 싶다, 배드민턴 하고 싶다, 가만히 있고 싶다, 시험 안 보고 싶다, 놀고 싶다, 화장하고 싶다, 연애하고 싶다, 졸업하고 싶다, 생명 수행 망했다, 다시 보고 싶다, 때려치우고 싶다' 등의 마음들을 적어간다.
아이들이 적은 것을 보았더니, '~하고 싶다'라는 내용이 눈에 들어온다.
하고 싶은 게 많은 나이인데, 무엇이든 할 수 있는 나이인데, 뭔가 해야 할 일이 산더미처럼 쌓인 우리 아이들은 정작 '지금 하고 싶은 일을 많이 참고 살아가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일주일 간 나의 감정을 들여다보면서 나의 긍정적인 장면과 부정적인 장면을 나누어 보았다.
긍정적인 장면 : 수업, 아이들, 업무, 동료와의 나눔, 함께 하려는 자세, 담소를 나누는 시간의 여유로움, 진지하게 대하는 태도, 가벼움의 무게를 달아보기, 창의성, 연구, 독서
부정적인 장면 : 아이들, 학교의 차가운 분위기, 소통하지 않는 문화, 자유롭지 못함, 공유하지 못함
감정은 우리 삶의 가장 중요한 부분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
행복은 객관적인 사건 자체보다 그 사건을 인식하고 다루는 다른 사람과 공유하는 방식에 달려있다. (감정의 발견, 마크 브래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