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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나의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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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멜리아 Dec 19. 2022

4화 일상의 소소한 행복찾기2

[10월 5일 수요일]


퇴근하고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는데  귀여운 둘째가 무언가를 눈앞에 흔들면서 다가온다.

"엄마, 봐요. 어린이집 설계도예요."

제법 잘 그려서 놀랬다. 그걸 보던 언니는 (둘째 아이를 친언니가 와서 돌봐주신다.) "미술학원 보내지 마라."라며 한숨을 쉰다. 

"무슨 말이야? 뜬굼없이?"

"미술해서 뭐 먹고살아."

"....."

우리 언니는 항상 이렇게 걱정이다. 아마도 언니가 중학교 시절부터 서예를 전문적으로 배워 각종 전국 대회를 휩쓸고도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고 있지 못하기에 더욱 마음이 시리도록 경험했기에 진심으로 걱정해서 하는 말이리라. 

그런 언니의 마음도 이해하지만, 나는 아이가 살면서 순수하게 꿈꿀 수 있는 어린 시절을 도둑질하고 싶지 않아서 언니에게 조용히..."뭐... 못 먹고살까?"라고 넌지시 말해본다.

그리고 솔직히 내가 이루지 못했던 미술학도의 꿈을 우리 둘째가 이룬다면 참 행복할 것 같다는 생각에 반가운 마음이 들기도 했다.


저녁을 먹고 이것저것 하고 놀다가 침대에 누웠다. 자기 전에 아이가 나에게 질문을 한다.

"엄마, 발렌타인데이가 뭐야??"

"어~좋아하는 사람한테 사랑한다고 고백하는 날?"

"초콜릿 주면서?"

"어~그렇지. 초콜릿. 엄마한테 줄 거야?"

"아니~. 엄마는 여자잖아."

".... 그럼, 누구? 산이?"

"아니~. 산이는 그냥 친구고."

"그럼 시혁이?"

"아니, 시혁이는 너무 장난꾸러기고..."

"어~, 그럼 박민성 오빠??"

"아니~. 오빠는 식구잖아."


허허. 요것 봐라. 우리 7세 따님이 참 많은 것을 이해하고 계시네. 그래서 조금 더 말도 안 되는 진지한 질문을 해보기로 했다. 


"나윤이는 어떤 사람이랑 결혼하고 싶어?"

"엄마가 아빠랑 결혼한 것처럼?"

"어~, 산이랑?"

"아니~^^"

"시혁이?"

"아니~^^"

"그럼, 박민성 오빠처럼 공부 잘하고, 잘생기고, 키 크고, 친절하고, 상냥하고, 마인크래프트도 같이 해주는 사람?"

"어~, 어~"

"..... 에휴, 나윤아. 눈이 너~~~~~무 높아. 어떡하니??"

"그럼, 산이랑."

"어? 갑자기? 왜 산이?"

"산이가 제일 친절해. 그리고 잘 생겼어."

"하하하. 나윤아. 산이랑 시혁이랑 다른 친구들 모두랑 사이좋게 지내. 나중에 나윤이가 좋아하는, 나윤이를 사랑하는 사람이 짜잔!!! 하고 나타날 거야."

"어~, 엄마."


세상에.... 7세와 이런 대화를 나눌 수 있다니 놀랍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아이는 많은 것을 듣고, 보고, 느끼고, 생각하고 알아가고 있다.


그리고....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친구가 한 명 더 생긴 것 같아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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