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프로스포츠의 나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프로스포츠의 인기가 많습니다.
각 팀은 한 시즌의 홈팀 경기를 모두 볼 수 있는 시즌권을 파는데, 미국 프로스포츠는 표값도 비싸고 또 NFL(미식축구)은 몇 경기 안 하지만, 다른 스포츠는 경기수도 많아서 시즌권 가격은 보통 수 천 불에서 수 만불까지 합니다. (하키, 농구, 야구 등은 경기수가 많아서 Half 시즌권도 팝니다.) 그러니 스포츠 경기를 직관하려고 매년 수백~수천만 원을 쓰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시즌권은 모든 경기를 다 봐야 하니, 만일 사정상 못 보러 가게 되면 어떻게 할까요? 시즌권은 시간이 펑펑 남아도는 돈 많은 백수나 사는 것 아닐까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만, 이는 틀린 말입니다.
미국은 티켓의 리세일(다시 말해 암표)이 합법입니다. 따라서 팀이 인기가 많으면, 못 가는 경기의 티켓은 다시 팔면 오히려 더 비싸게 팔 수 있습니다.
미국은 자본주의의 나라답게, 암표 가격 역시 수요와 공급에 따라 결정되는 자유시장으로 간주하기에, 암표를 허용할뿐더러 오히려 권장하는 느낌입니다. 단, 가짜 티켓을 진짜 티켓으로 속여파는 사기를 막기 위해, 티켓마스터 등 공식 티켓사이트에서 리세일을 하도록 권장합니다. 경기장 앞에도 항상 암표꾼들을 볼 수 있는데, 경찰들이 이들을 지켜보는 이유는, 이들을 단속하려는 게 아니라, 이들이 파는 표가 진짜 표인지를 체크하기 위함입니다.
하여간, 티켓 되팔이가 자유로울뿐더러, 인기가 있으면 표값이 올라가니, 시즌권을 사서 못 가는 경기는 그냥 팔면 됩니다.
그런데, 문제는 인기팀의 경우 시즌권을 사는 것 자체가 거의 불가능합니다. 왜냐면, 매년 시즌권은 기존의 시즌권 구입자에게 우선적으로 파는데, 한번 시즌권을 산 사람은 여간해서는 계속 사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새로 시즌권을 사려고 하는 사람들은, 작년에 시즌권을 샀던 사람이 올해 안 살 때마다 기회가 주워지는데, 이게 인기 팀이라면 기회가 많지 않아서, 줄을 서야 합니다. 시즌권 대기줄이 아예 없는 (즉 시즌권이 남아도는) 비인기팀도 있지만, 대기줄이 20~30년이 넘는 인기팀들도 있습니다.
토론토 메이플립스(NHL)의 시즌권 대기줄은 4,000명에 최소 20년 기다려야 하고, 그린베이 패커스(NFL)의 대기줄은 130,000명에 최소 30년을 기다려야 합니다. 특히 그린베이는 인구 11만 명의 작은 도시라서 주민 대부분이 아기를 낳을 때, 출생신고와 더불어 아기 이름을 시즌권 대기줄에 등록한다고 합니다. (그래야 그 아기가 30대의 어른이 되었을 때 시즌권을 구입할 기회가 생기니까요.)
또, 대기줄 등록이 공짜가 아닙니다. 기다리는 동안에도 돈을 내야 합니다. 이는 아무나 대기줄에 등록하지 못하게 하기 위함인데, 팀마다 다르지만 대개 매년 50~100불 정도의 대기줄 요금을 내야 합니다.
결국 인기팀의 시즌권을 사기 위해서는 수 십 년을 기다리며 그동안 수백만 원의 대기요금을 지불해도 언제 살 수 있을지 기약이 없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