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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현호 Nov 16. 2023

토론토 대학이 딥러닝의 성지가 될 수 있었던 이유


토론토 대학 컴퓨터 과학과에는 컴퓨터 분야의 노벨상이라는 '튜링상'을 받은 교수님 두 분이 계십니다.  '딥러닝'의 대부 '제프리 힌튼' 교수님과, 'NP-complete' 이론으로 유명한 '스티픈 쿡' 교수님입니다.


재밌는 건 두 분 다 미국에서 인정(?)을 받지 못해서, 캐나다 대학으로 온 후에 튜링상을 받았다는 점입니다.


스티픈 쿡 교수님은 하버드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후 UC 버클리 대학에서 교수로 일하던 중  NP-complete 문제를 증명했습니다.  이 이론은 '밀레니엄 수학 7대 난제' 중 하나인 'P vs NP' 문제의 근본이 되는 문제이고, 실제 컴퓨터의 암호화의 기본도 이 NP-complete 이론에서 나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는 버클리 대학으로부터 테뉴어(종신 교수직)를 받지 못했습니다.  결국 갈 데가 없던 상황에서 당시 친구였던 '앨런 보로딘' 토론토 대학 교수님이 토론토 대학으로 불렀고, 토론토 대학에서 테뉴어를 받았습니다.


캐나다로 가자마자 학회에서 발표한 그의 논문은 순식간에 전 세계적으로 난리가 났고, 결국 그의 이론은 컴퓨터 이론에서 가장 중요한 이론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이 후 토론토 대학은 컴퓨터 이론 연구의 선두주자가 됩니다.


제프리 힌튼 교수님은 영국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후 미국 카네기 멜론 대학에서 일했지만, 그의 전문 분야인 인공신경망은 20세기에만 해도 '이론상으로는 가능할지 몰라도 구현하려면 100년 후에나 가능한, 절대 돈이 안 되는 헛짓거리'라는 인식 때문에 미국에서 펀딩을 받기가 힘들었습니다.  결국 그는 펀딩을 받기 수월한 캐나다 토론토 대학으로 옮겼습니다.


다른 인공지능 연구자들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여기고 인공신경망을 외면했지만, 제프리 힌튼 교수님은 토론토 대학에서 꾸준히 인공신경망 연구에만 몰두하다가, 마침내 '딥러닝'을 개발합니다.  그리고, 2012년 토론토 대학 연구팀은 세상을 놀라게 합니다.


유명한 이미지 인식 경연 대회인 ILSVRC에서 토론토 대학 연구팀이 보여준 결과는 '충공깽' 그 자체였습니다.  당시까지 인공지능의 이미지 인식률은 75%를 넘지 못했고, 75%는 마라톤에서 2시간의 벽처럼 영원히 깨기 힘들어 보이는 마의 벽처럼 여겨졌습니다.  그런데, 토론토 대학의 인공지능 연구팀은 이 마의 벽을 가뿐히 넘었을뿐더러, 당시 경쟁자들보다 10% 넘게 차이나는 인식률인 85%대의 엄청난 인식률을 선보인 것입니다.  마치 마라톤에서 2시간을 겨우 넘어선 게 아니라, 1시간 45분 정도의 기록을 세운 것과 같은 상황이었습니다.  이것이 가능했던 것은, 토론토 대학은 모두가 외면해 왔던 인공신경망 방식의 '딥러닝'을 사용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 이후 지금은 일반 사람들도 '딥러닝'에 대해 들어봤을 정도로 세상이 바뀌었습니다.   요즘의 인공지능 혁명은 토론토 대학과 제프리 힌튼 교수님을 빼놓고는 이야기할 수 없을 정도로, 토론토 대학은 딥러닝의 성지가 되었습니다.


이런 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캐나다 정부가 캐나다 대학들의 연구에 지속적으로 안정적인 펀딩을 해주기 때문입니다.   캐나다의 유명 대학들은 모두 공립대학이고, 이들 대학의 연구비는 대부분 캐나다 정부에서 나옵니다.  또 캐나다 정부가 연구비를 산정할 때는, 따로 돈이 되는 연구냐 아니냐는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아무리 기초 과학이나 이론 연구라도, 캐나다 정부는 차별을 하지 않고, 학문적으로 중요하다면 꾸준히 펀딩을 해 줍니다.


그렇다 보니, 캐나다 대학의 교수들은 펀딩에서 미국 대학 교수들보다 훨씬 자유로운 편입니다.  그로 인해, 컴퓨터 이론이나 과거의 인공신경망 분야처럼 펀딩을 받기 힘든 분야라도, 미국보다 쉽고 안정적인 펀딩을 받을 수 있고, 이로 인해 위의 두 분 교수님들처럼 매우 뛰어나신 분임에도 미국에서 천대(?)를 받고 캐나다로 가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캐나다 대학들은 이러한 안정적인 펀딩을 바탕으로 활발한 연구를 하기에, 연구비 규모에 비해 연구 실적이 좋고 세계 랭킹에서도 높은 위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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