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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담 Sep 20. 2020

'책방 정류장'의 오민지 대표를 만나다 vol.1

짙게 드리웠던 여름의 색깔이 서서히 옅어지던 8월 중순, 

우리는 두 번째 인터뷰를 위해 대전의 어느 골목으로 향했다.

그곳에서 작은 동네 책방, 책방 정류장과 그 공간을 운영하고 있는 책방지기 오민지 대표를 만났다. 

따뜻한 햇살이 내려오는 아늑한 공간에서 우리는 한 데 모여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Q. 책방을 열게 된 계기와 책방 정류장의 이름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 있는지 궁금해요.


A. 책방 정류장은 사실 단순한 의미로 시작하게 됐어요. 제가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그리고 그만두고 나서도 그냥 가만히 앉아서 오랫동안 책을 보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는데, 사실 집에서는 카페나 서점에서 보는 것만큼 한 시간 두 시간 가만히 앉아서 책 보는 게 되게 어려운 거예요. 책방 정류장은 내가 책방을 열면 그런 시간들이 나에게 많이 주어지지 않을까? 그럼 너무 좋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하게 되었어요. 


제가 직장생활을 하면서 퇴근하고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 기다리는  5분에서 10분 정도 사이가 저에게는 완전 힐링이었어요. 진짜 꿀 같은 시간이었거든요. 퇴근하고 바로 나와서 잠깐 그렇게 책 보는 시간이 휴식이었고 그 시간이 너무 행복한 거예요. 그러면 그 시간이 나에게 너무 행복했으니까 우리 책방도 그 정류장처럼 그냥 휴식의 공간이었으면 좋겠다. 여기서 잘 휴식해서 힐링하고 가셨으면 좋겠다는 의미로 버스정류장이라는 이름을 착안해서 책방 정류장이라고 짓게 된 거예요. 



Q. 책방 정류장에는 '일일 책방지기'라는 제도가 있던데  어떤 식으로 운영되는 건지 궁금해요.


A. 일일 책방지기는 하루 동안 진짜 책방을 운영하시는 거예요. 제가 2주에 한번 정도는 교육을 받으러 타지로 가야 되는데 저희가 오픈한 지 얼마 안 되었고 책방이 점점 알려지고 있는 성장세에 있는 상황에서 이틀 문을 닫기가 너무 부담스러웠어요. 그래서 서울에 있는 책방들에서 운영하고 있는 일일 책방지기라는 제도를 가져와서 저희 책방에도 적용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 시작하게 됐어요. 기본적으로 저희가 참가비로 15,000원을 받고 있지만 나중에 책 한 권을 선물로 드리고 있기 때문에 참가비는 책으로 돌려드린다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책방지기의 일은 책방을 오픈하는 것부터 시작돼요. 아예 비밀번호 누르고 들어오는 것부터 불은 어떻게 켜고 스피커는 어떻게 켜는지 그리고 포스기 운영은 어떻게 하는지, 차(tea)는 어떻게 하는지 등의 책방의 모든 업무를 영상을 통해서 설명을 드리고 있고,  그 영상을 보고 아예 그냥 오픈부터 하시는 거예요. 문 열고 들어와서 커튼 열고 조명 켜고 노래도 내가 원하는 노래 다 선곡하고 자기가 정말 주인이 된 것처럼 직접 책방을 운영하는 거예요. 일일 책방지기 분들이 최대한 많은 경험을 하고 돌아갈 수 있게끔 일부러 책방의 업무들을 남겨 놓기도 해요. 


이 제도를 운영하면서 생긴 고민도 있어요. 사실 저는 체험 형식으로 시작을 했던 거고 책방지기 활동이 하나의 경험이고, 이걸로 좋은 추억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음... 어떤 분들은 이걸 노동이라고 생각하시기도 하세요. 그래서 '노동을 하는데 왜 되려 돈을 내야 되지?'라고 생각을 하시기도 하고 '노동에 대한 정당한 대가는 지불하고 있는 건가?'라는 생각을 하시기도 해요. 실제로 그런 댓글이 저희 인스타 계정에 달리기도 했었고요. 그래서 이 제도에 대해서 많은 고민을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저는 일일 책방지기 활동이 책방이라는 공간을 자유롭게 이용하고, 그 안에서 평소에는 쉽게 할 수 없는 경험을 하는, 노동이라기 보단 하나의 체험이라고 생각해주셨으면 좋겠어요.



Q. 책방 정류장에서는 다양한 커뮤니티 모임들(수다의 밤, 지정 도서 독서 모임...)이 열리고 있잖아요. 이렇게 공간을 제공함으로써 생긴 변화 혹은 얻은 게 있다면 알고 싶어요.


A. 사실 수익적으로는 크게 얻지는 못해요. 수다의 밤 같은 경우에는 저희가 한 사람당 5천 원씩 받고 있고, 그중에서 다과비가 지출이 돼요. 저희가 찻값은 받지 않지만 오신 분들은 다 아시긴 하실 텐데 꼭 간식을 줘요. 빵을 주든가 한참 겨울에는 고구마랑 사과를 드렸고요. 그렇게 하는 이유는 보통 직장인들이 많이 오기도 하고 그러면 퇴근하고 왔을 때 너무 배가 고프잖아요. 


모임들을 통해서 독립출판, 글쓰기 등 가족이나 직장 동료와는 선뜻하기 어려운 이야기들을 나누곤 해요. 그래서 우리가 보통 8시에 모여서 10시에 마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매번 10시 정각에 끝난 적이 한 번도 없어요. 작정하고 오시는 거죠. 이런 이야기들을 하고 싶으셔서. 그래서 그런 분들을 위해 내가 뭔가 해주고 싶었어요. 공간을 제공하고 간식을 제공하는 것과 같이요.


그래서 뭔가를 얻느냐고 물어봤을 때 수익보다 저는 가치 중심적인 것에 집중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오신 분들이 다들 하나같이 좋았다고 말씀해주시고 이런 모임들이 더 있었으면 좋겠다고도 말씀해주시고…. 저희가 수다의 밤에서 사라지는 것들에 대한 주제로 한번 이야기를 했었던 적이 있는데 저희 단골손님 중에 한 분이 저희 책방이 사라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하시는 거예요. 자기한테는 이 공간이 너무 소중한 공간이라고 말씀해주시면서…. 그런 부분들이 제가 얻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어요. 누군가한테 내가 도움이 되는 존재로 남는 것들이 저한테는 굉장히 큰 성취고 굉장히 큰 보람인 것 같아요. 제가 너무 어려운 이야기를 했나요?(ㅎㅎ)



Q. 책방 운영하면서 가장 좋았던 경험이랑 가장 힘들었던 경험 하나씩 말씀해주신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A. 좋았던 경험은 사람이 제일 좋았던 것 같아요. 저희 책방에 초등학생들이 참 많이 와요. 이 주변에 놀이터가 거의 없어요. 그러니까 애들이 놀 수 있는 공간이 없으니까, 되게 많이 방황을 하기도 하고 보통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많이 노는데 저희 책방에 놀러 오기도 해요. 주로 오는 친구들 확인해보면 스무 명 정도가 되는데 그 친구들이 너무 귀여워요. 이것도 그 친구들 중 한 명이 준 건데, (화분 위에 있던 구슬을 잡으면서) 이거 너무 예쁘잖아요ㅎㅎ. 저는 이걸 보고 너무 귀엽고 예쁜 거예요. 이 색감 자체가 저한테는 너무 예뻐가지고 “우와 이거 예쁘다~ 이거 어디서 났어?” 이렇게 했는데 문방구에서 뽑아왔다고 하더라고요, 백 원 주고. 그래서 “아 진짜? 어~ 되게 예쁘다. 좋겠다” 이렇게 하고 저는 제 볼 일을 보러 잠깐 밖에 나갔다 왔는데, 그 초등학교 2학년 남자 아이가 이거를 저한테 준다고 '이거 줄게요. -건희가' 이렇게 써놓은 포스트잇을 붙여놨어요. 그 포스트잇 아직도 저기 있는데ㅎㅎ. 그러니까 제 생각에 아이들이 처음에는 놀 데가 없어서 온 것 같기도 하고 여기가 물도 주고 얼음도 주고 보드게임도 있고 하니까 왔던 것 같은데 지금은 그냥 이 공간, 그리고 제가 너무 좋은 것 같은 거죠. 그게 저한테도 전해지는 거예요. 이런 경험들이 저한테는 엄청 크고 좋은 경험이죠. 책방이라는 공간에서 그런 경험을 하는 건 되게 매력적인 것 같아요. 


힘든 점은… 똑같이 사람 때문에 힘들긴 한데, 근데 뭐 그런 것들은 사람 때문에 또 겪어나가기도 하는 것 같아요. 그 외에 제일 힘든 점은 수익적인 부분이 제일 크긴 하죠. 근데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제가 그걸 모르고 이 일을 선택한 게 아니니까요. 그래서 책방을 하면서 제일 많이 하는 말 중에 하나가 모든 게 다 나의 선택이었고 나는 그 선택에 책임을 지는 중이고 불평을 할 수도 있고 좀 짜증이 날 수도 있지만, 어쨌든 그게 다 책임을 지는 과정이라고 저는 생각하기 때문에 수익적으로 힘들긴 하지만 그 부분은 나 혼자 감당해야 되는 부분이 맞다고 생각해요. 




-책방정류장 오민지 대표와의 이야기는 2편에서 이어집니다.-







@bookstorest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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