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스러움이 많은 것 같긴 하지만
자기를 소중히 여겨야 한다던데
배가 고팠다.
돈이 없었다.
당장 누군가와 약속 한 끼 잡기 어려운
상황이 뿌옇기만 하고 잡히지가 않는다.
나 하나 건사하지 못하는 삶이 괜찮은 걸까,
괜히 서글프고 눈물이 났다.
곁을 지켜주는 이들이 강하기에 더욱
의연하고 굳건해져야 한다고
스스로를 다독이는 날들이 벌써 한참 지난다.
자신을 사랑해야 한다는 말
머리 아닌 가슴으로 느껴져야 하는데
어쩐지 훈계 같고, 와닿지가 않는다.
어떻게 하면 그 당연함이
당연한 걸까.
사랑해, 아니, 노력해.
사람 마음 돈으로 살 수 있다면
그것 참 편리한 일일 것이다.
나에게 밥을 먹이고,
나를 위해 새벽 기상을 한다고 해서
나 자신이 고맙다고,
나 참 훌륭하다고
칭찬을 매일 해 준다면
어떨까? 내 마음을 내가
살 수 있을까?
하루 일과가 어땠는지,
좋은 일 혹시 있었는지
기분 상태를
물어봐 주는 것만으로도
그냥저냥 해는 질 준비를 한다.
가족에게 기꺼이 희생하는 마음으로
무엇보다
자기 자신에게
건넬 수 있는
다정한 인사가
더 먼저일 수 있겠다는 생각도
같이 겸 한다.
싫어한다면 느끼기 어려운 감정이었다
부엌의 찬장을 털어
부치게 된 양파칩 조각이
목구멍을 넘어가며 몇 마디 건넨다.
"야, 이거, 네가 만든 거야!"
"생각보다 괜찮지? 오묘하게 알싸한 게 -"
"다음에 또 보게 될걸. 잊지 못할 테니"
밖에서 파는 것 이상으로
알맞게 튀기어진 식감과 온도가
어쩐지 만족을 자아내는데
나 자신에 대한 긍정과 존중감이
적잖이 혀와 위장에 연관한다는
상관을 살며시 마주하기도.
나를 위해 요리를 해 준 저녁,
그저 맛있게 먹은 것 만으로 손뼉 치다가
문득
'아, 나도 나를 좋아하고 싶었구나.
나도 나를 좋아하곤 있구나'
새삼스레 깨닫게 되고 말았다.
내가 밥을 먹는 게 행복하다니.
밥을 먹을 수 있어 기뻐하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