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문화재단의 2021년 <창의예술교육랩 지원사업>은 4차산업혁명 시대를 맞이하여 문화예술교육의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콘텐츠 모델을 연구‧개발‧실행하고자 기획되었습니다. 작년 AI(인공지능) 기반의 과학기술과 지역문화예술인 부산농악을 접목하여 빚어내어 <AI 농악> 프로그램을 개발했다면 올해는 이를 교육 현장에 접목, 확산시킬 것입니다. 이에 다양한 영역의 전문가들이 다시 한 번 의기투합하여 모였습니다. 브런치에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에듀테크(edutech)를 구현하는 지난한 과정이 어떻게 나아가고 기록되는지 지켜봐주시기 바랍니다. 부산문화재단은 시민 여러분의 새로운 사고를 일깨우고 행복을 제공하는 데 보탬이 되겠습니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기승하면서 국가간 교류가 단절되고 사회는 점점 더 고립되고 있습니다. 사람과의 접촉을 의도적으로 피해야 하는 지금, 전 세계가 현실공간의 한계를 넘고자 가상공간으로 눈을 돌리게 됩니다. 바로 메타버스를요. 많은 기업이 앞다투어 가상공간의 현실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엄연한 가상현실이라 할 수 없지만, 벌써 비대면 화상채팅 Zoom을 활용한 미팅이 학교나 공공기관에 자리잡은 상황인데요. 현실과 구분할 수 없는 가상현실이 도래한다면 그때 우리는 외모를 다듬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할 필요 없이, 각자 치장한 아바타로 교실이나 회의실에 들어설 수 있을 것입니다.
부산문화재단 또한 메타버스가 어떻게 확장될지 신중히 지켜보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시간과 공간에 구애받지 않고 다양한 학생이 <AI 농악>을 즐기길 바라는 뜻에서, 작년 개발한 창의예술교육 프로그램 <AI 농악>을 메타버스 게임으로 아카이빙하고자 합니다. (문화재단 가운데 최초입니다!) 활용할 플랫폼은 로블록스Roblox 게임입니다. 로블록스는 미국 10대들이 유튜브나 틱톡Tictok보다 더 많이 사용하는 앱으로 유명합니다.
월 1억 명이 이용한다고 알려진 로블록스는 스튜디오를 통해 누구나 직접 게임을 만들고 배포할 수 있습니다. 스스로 가상현실을 만들고 사람들을 끌어 수익을 담보하는 한편 본인의 아이디어를 뽐낼 수 있는 셈인데요. 만약 직접 만들고 싶지 않다면 이미 만들어진 게임을 취향에 맞게 즐기기만 하면 됩니다. 접속이 쉽고 게임 제작도 직관적이어서 진입장벽이 낮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하여 부산문화재단 창의예술교육 랩(이하 창의랩)도 아카이빙의 새로운 장을 열고자 <AI 농악>을 메타버스로 재현해보았습니다. 가능하다면, 올해 <AI 농악> 프로그램이 열릴 때 병용해서 선보일 예정입니다. 나아가 앞으로는 누구나 로블록스에서 <AI 농악>을 검색해 즐길 수 있도록 널리 공개하고자 합니다. 메타버스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는 만큼 <AI 농악>을 아직 즐기지 못한 분들에게 체험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면 참으로 기쁘겠습니다. 아래에서는 현재 개발 중이며 수시로 테스트, 패치를 거듭하고 있는 <AI 농악> 로블록스 버전을 생생한 스크린샷으로 살펴보겠습니다.
작년 한성1918에서 진행한 <AI 농악>이 여러 스테이지를 오가며 방을 탈출했다면, 로블록스로 재현한 게임에서는 일정한 타일을 점프로 넘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로블록스 조작법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점프를 익히기 위함인데요. 띄엄띄엄 있는 타일을 점프로 넘지 못한다면 바닥에 추락하고 말겠지요.
그런데 스타팅 포인트에 웬 설명이 보입니다. ‘땅은 노랑, 사람은 파랑, 하늘은 빨강’을 의미한다는데요. 아마도 해당 색깔의 타일을 밟으라는 뜻이겠네요.
나만의 캐릭터를 점프시켜 노랑 타일을 밟고 올라가는 중입니다. 아래 바다에 떨어지면 왠지 무사하지 못할 것 같은 기분이 드는데요. ‘사람을 상징하는 색깔’을 찾아보라는 지시문이 뜹니다. 그러고보니, 곧 도착할 영토 오른쪽에 파랑 타일이 보입니다. 또 왼쪽에는 갈색 타일이 보이네요.
그냥 파랑 타일로 가만 재미 없겠지요. 갈색 타일을 밟고 올라가보니 아니나다를까, 더 이상 갈 곳이 없네요. 그런데 웬 오리가 미로에 갇혀 있는 것이 보입니다. 오리라면, 부산농악에서 아주 중요한 상징을 갖고 있는데요. 땅에서 뒤뚱거리는가 하면 물에서 헤엄을 칠 수도 있고 하늘을 나는 날개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 이곳과 저곳, 각각의 세상을 연결해주는 새라고 하네요. 그건 그렇고, 다시 돌아가야겠습니다.
영험한 곳에 들어왔는지 안개가 낮게 깔리고 바위산이 가로막고 있네요. 아무리 로블록스가 레고 같은 캐릭터로 즐기는 게임이라고 하지만, 그래픽이 조금... 네, 아직 개발 단계라 그렇답니다! ^^ 이제 파랑 타일로 가봐야겠어요.
파랑 타일을 밟고 올라선 곳은 스테이지 2입니다. ‘장구, 꽹과리, 북, 징 순서로 소리를 내면 길이 열’린다니, 무슨 소린지 알기 어렵지만 좌우로 있는 색깔 타일이 수상합니다. 혹시 몰라 녹색 타일을 밟아보았더니 꽹과리 소리가 나네요. 아, 각각의 악기 소리가 나는 타일을 순서대로 밟아야 스테이지를 탈출할 수 있나 봅니다.
꽹과리, 징, 북, 장구 순서로 밟았더니 호통이 떨어집니다. 아까 본 흰색 타일을 밟으면 다시 처음부터 시도할 수 있나보네요. 캐릭터 표정이 머쓱합니다.
순서대로 밟았더니 하늘로 가는 길이 열렸네요. 이번 스테이지로 각각의 악기 소리가 무엇인지 확실히 알게 되었습니다. 해당 음원 파일은 작년에도 활용했고 올해에도 활용할 소리를 그대로 가지고 왔답니다. 자, 그러면 다시 하늘로 올라가볼까요?
하늘로 가는 길, 빨강 타일을 찾았습니다. 원래라면 이곳에서 무시무시한 도깨비가 등장했는데요. 도깨비를 피해 타일을 밟는 난이도가 너무나도 높아, 부득이하게 애정하는 도깨비를 삭제해야 했답니다. 브런치를 보고 아주 매운 맛을 보고 싶으신 분들은 차후 패치를 기대해주세요. ^^ 그러면 하늘에 가까이 가볼까요.
스테이지 3입니다. 이제는 더 이상 올라가는 길이 없고 대신 아래로 내려갈 수 있습니다. 진법 미로를 탈출하라는군요. 농악에서 대형을 유지한 채 이런저런 움직임을 그리는 것을 진법이라고 하는데요. 언뜻 봐서는 저 미로가 어떤 진법인지 알기가 쉽지 않네요. 맵 디자이너를 혼내야겠습니다.
땅을 의미하는 노랑 타일을 밟고 내려왔습니다. 진한 화살표가 보이는데, 미로라고 하니 저 화살표도 믿기가 쉽지 않습니다. 일단 따라가보겠습니다. 위에서 보는 것과 다르게 막상 미로에 도착하니 어디로 빠져나가야할지 막막하네요. 축구를 시청할 때와 직접 운동장에 설 때가 다르듯 말예요. 농악을 연주하며 진법을 그리는 분들의 감각이 새삼 대단함을 느낍니다.
한참 헤맨 끝에 출구를 찾았습니다. 그리고 미로의 끝에서 악기채를 획득했습니다. 마치 무기처럼 휘두를 수 있는데요. 당장 도깨비를 만나도 이길 것 같은 자신감이 듭니다. 앞서 하늘로 올라가기 전 도깨비들로부터 혼비백산한 끝에 악기채를 얻었다면 더 감개무량했을 듯합니다. 곧 누군가를 무찌를 것 같다는 예감에 마우스를 클릭해 악기채를 힘껏 휘둘러봅니다. 악기채를 흉기로 쓸 수 있는 까닭은 이곳이 가상현실이기 때문입니다. 현실에서는 절대 따라해서는 안 됩니다.
도깨비들이 보입니다. 뭔가 시위를 하고 있군요. 부산농악과 도깨비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데 어째서 자신들을 악역으로 넣었는지 항의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무찔러야 할 적이 있어야 아이들이 좋아하는 걸요. 악기채를 휘둘러 훠이훠이 내쫓아봅니다.
그러자 그 순간 검은 도깨비가 뒤에서 나타났습니다. 깜짝 놀라 왔던 길로 도망쳐왔는데요. 무시무시한 속도로 따라옵니다. 다행히 점프는 못하는지 캐릭터를 지긋이 쳐다봅니다. 직접 플레이하면 생각보다 무섭습니다. 저 무심한 레고 모양 캐릭터에서 범상치 않은 기운이 뿜어져나옵니다. 타일 위에 걸쳐 비겁하게 악기채를 휘둘러 간신히 도깨비를 무찌를 수 있었습니다.
다음 스테이지입니다. 타일을 밟아 오리를 탈출시켜달라는데요. 아마 아까 본 오리를 뜻하는 것 같습니다. 저 녹색 타일이 각각 방향표를 상징하는 것 같습니다. 작년 <AI 농악>에서 악기 소리를 내 오리로봇을 움직였던 스테이지를 재현한 듯합니다. 타일을 밟아보니, 매우 세심한 컨트롤을 요구합니다.
이렇게 조작 난이도가 어려운 것은 애초에 협업 플레이를 설계했기 때문인데요. 타일을 조작할 때는 오리가 잘 보이지 않습니다. 그래서 다른 친구가 이렇게 타일 위에서 오리의 각도를 살펴봐주어야 합니다. 몇 번 고생한 끝에 오리를 노란 링으로 골인시킬 수 있었습니다. 이제 시작지점으로 돌아갈 차례입니다.
이번에는 고난이도 점프입니다. 타일이 눈앞에서 생겼다 사라졌다 하기 때문에 타이밍을 잘 재서 점프해야 합니다. 너무 쉽게 깨는 아이들이 있을까 싶어 삽입한 지점입니다. 개발자 역시 한 번에 점프를 성공했다 못했다지요.
발판이 이렇게 보일 때 재빨리 점프하면 되는데요. 타일을 밟아 지상으로 내려오면 놀랍게도 맨 처음 시작한 땅으로 돌아왔음을 알 수 있습니다. 어쩌면 이 게임 전체의 동선 또한 농악의 진법과 흡사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렇게 <AI 농악>을 재현한 로블록스 게임은 끝이 납니다. 훗날 아이들이 직접 플레이할 수 있도록 공개한 후, 세부적인 패치를 거듭 진행하고자 합니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일일이 물어보려고 합니다. “좀 어설프지? 너희도 얼마든지 직접 만들 수 있단다! 도전해보렴”이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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