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문화재단의 2021년 <창의예술교육랩 지원사업>은 4차산업혁명 시대를 맞이하여 문화예술교육의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콘텐츠 모델을 연구‧개발‧실행하고자 기획되었습니다. 작년 AI(인공지능) 기반의 과학기술과 지역문화예술인 부산농악을 접목하여 빚어내어 <AI 농악> 프로그램을 개발했다면 올해는 이를 교육 현장에 접목, 확산시킬 것입니다. 이에 다양한 영역의 전문가들이 다시 한 번 의기투합하여 모였습니다. 브런치에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에듀테크(edutech)를 구현하는 지난한 과정이 어떻게 나아가고 기록되는지 지켜봐주시기 바랍니다. 부산문화재단은 시민 여러분의 새로운 사고를 일깨우고 행복을 제공하는 데 보탬이 되겠습니다.
바람이 어디서 부는지 기상청에 물어볼 필욘 없어
You don’t need a weather man to know which way the wind blows
최초의 뮤직비디오라 할 수 있는 밥 딜런의 <Subterranean Homesick Blues>
시적 표현을 창조해내 가수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밥 딜런. 위 문구는 그의 초창기 노래이자 최초의 뮤직비디오라는 평가 받는 <Subterranean Homesick Blues> 일부입니다. 내일 날씨를 알려면 기상청에 물어보는 게 합당하겠지만, 지금 내 볼에 닿는 바람이 어디서 부는지 알기 위해 기상청까지 호출할 필요가 없다는 가사인데요. 우리가 직접 겪는 경험까지 전문가에게 해석을 맡겨서는 안 되겠다는 의미로도 해석될 수 있겠습니다.
교육의 본질 또한 여기에 있습니다. 교육은 전문가가 해석하는 대로 지식을 주워섬기는 과정이 아닙니다. 저번 브런치 글에서도 강조하였듯, 스스로 현상을 파악하고 의미를 발견하는 것이 교육의 참된 길일 것입니다.
부산문화재단 창의예술교육 랩(이하 창의랩) 연구진은 이번 회의에서도 지금까지 준비한 콘텐츠를 두고 아이들이 교육의 본질에 가닿을 수 있도록, 즉 직접 탐구하고 즐길 수 있는 교육 모델을 만들 수 있도록 궁리합니다. 이번 회의에서는 넷플릭스에서 화제가 된 <오징어게임>을 <AI 농악>에 접목시켜, 기존 콘텐츠에 아이들이 보다 재밌어할 수 있는 요소를 가미해보고자 합니다.
남서아 저희 <AI 농악>이 부산항국제전시컨벤션센터에서 열리는 <예술교육 온종일파티>에 합류하게 됐습니다. 총 4개의 존(zone)으로 아이들이 문화예술교육을 직접 체험하고 느낄 수 있는 교육 무대인데요. 이중 하나의 존으로 참여합니다.
김덕희 그와 관련해 이지훈 연구원님이 의견을 내주셨어요. 바로 <오징어게임>의 형식을 차용하는 건데요. 부산항국제전시컨벤션센터로부터 제공받는 공간이 가로 18미터, 세로 15미터거든요. 그래서 이 <오징어게임>처럼 꾸며보는 건 어떨까 합니다. 이지훈 연구원님이 보고서에 작성하신 바를 읊자면, 저희가 짠 스테이지 중 ‘장단의 방’은 동그란 머리 부분에, ‘상쇠의 땅’은 삼각형에, ‘농부의 땅’은 네모에 각각 배치하면 좋을 듯합니다. 마지막 ‘농악의 신’ 지점은 아직 구상 중인데요. 김태희 책임연구원이 직접 만드신 상모 모터 로봇을 좀 더 크게 만들어서 아이들이 다가가면 인식, 스스로 연주하는 무대로 꾸미면 어떨까 합니다.
이지훈 동그라미와 세모, 네모. 저 도형이 <오징어게임>의 핵심이잖습니까? 그런데 저게 진짜 의미가 있더라고요. 네모는 땅이고, 세모는 사람이고, 동그라미는 하늘을 상징합니다. 유래를 굳이 따지자면 소위 말하는 태극도 그림에서 저런 게임의 형태가 나온 듯해요. 우리 농악 개념과 천지인에 딱 맞아떨어집니다. <오징어게임>을 차용하자는 의견은 단순히 유행 타는 것을 넘어서서 이런 점에서 우리 농악과 부합해서 제안한 것입니다.
연구진 아이들이 좋아할 것 같아요. 부산농악과 의미도 부합하니 적절해 보입니다.
남서아 최윤정 선생님께서 보완해오신 레벨 1은 어떤가요?
최윤정 네. 부산농악을 다루는 레벨 1은 완성되었습니다. 지금 제 연구일지를 보여드리자면, 앞부분에서는 농악에 대한 제반 지식을 다루고 애니메이션까지 만들어보는 과정입니다. 아이들은 농악이 유네스코에 등재됐다는 사실도 다 알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지도화시켜서 농악의 어떤 개념이 어디에 속하는지를 세분화했습니다. 어려운 개념이 많아, 작년 <AI 농악>에 참여하신 박종환 무형문화재 선생님의 자문을 구했습니다. 용어가 쉽지 않더라고요.
이지훈 부산농악이 일반적인 농악과 용어 면에서 다른 점이 있긴 해요.
최윤정 아직 교안에 모자란 점이 없지는 않습니다. 예컨대 1-2차시는 조금 수정할 데가 있습니다. 아이들의 수준에 맞게 문제를 조금 수정해야 할 듯해요. 첫 번째 차시에서는 순발력으로 문제를 맞추는 방석놀이를 하고요. 문제를 빨리 맞춘 친구들부터 자신이 원하는 농악 캐릭터를 가져갈 수 있도록 짜봤습니다. 참새나 포수, 각시 등등을요. 그래서 스스로 정한 캐릭터를 직접 만들고, 그 작업에 맞춰 움직이는 애니메이션을 진행하려고 합니다.
연구진 대상 학생이 몇 명일까요?
최윤정 15명입니다.
김덕희 교안을 보니 전부 뭔가 하나로 엮인다는 느낌이 듭니다. 하나하나 게임만 아이들에게 체험시킨다기보다는 계속 전체 그림을 일러주고 있는 듯해요. 발표 잘 보았습니다.
저는 이번에 햄스터 로봇을 이용해 악기채 모으는 게임을 만들었는데 직접 연구진분들이 해보셔야 할 듯해요.
그리하여 연구진은 김덕희 연구원이 가지고 온 보드게임을 직접 즐겨보았는데요. 보드게임의 스토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오랜 가뭄으로 지구는 황폐화되었습니다. 이제 우리는 지구를 회복시키기 위해 악기를 연주해 비를 내리게 해야 하는데요. 악기를 연주하기 위해 필요한 악기채를 오리로봇을 조종해 얻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런 오리를 가뭄의 신은 방해하려고 하지요.
자, 연구진은 각각 오리 팀과 가뭄의 신 팀으로 나누고자 머리에 귀여운 모자까지 썼습니다. 오리는 최단거리로 악기채를 획득할 수 있도록, 가뭄의 신은 그러한 오리를 최대한 지연시키야 합니다. 수차례 게임을 즐겨본 결과는 과연 어땠을까요.
김덕희 다들 어떠셨나요?
김정 게임이 재밌는데, 제때 원하는 타일 카드가 나오지 않으면 답이 없네요. 길이 안 만들어져요. (웃음)
강정훈 방해하는 가뭄의 신 입장에서는 되게 마음이 편안했습니다. 곡선 타일을 몇 개 놓는 것만으로도 오리팀이 너무 힘들어하더라고요.
김덕희 그럼 좀 더 다양한 카드를 구상해보겠습니다. 일테면 직선과 커브가 곁들여진...
연구진 업그레이드 버전이 기대됩니다.
김태희 그러면 각 게임을 다음 회의까지 업그레이드하는 것으로 하고 오늘 회의는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연구진 모두 고생하셨습니다.
작년보다 진일보한 <AI 농악>이 세상에 공개될 날도 이제 머지 않았습니다. 부산문화재단이 주관하고 개최하는 <예술교육 온종일파티>에서 실제로 아이들에게 체험시키는 만큼 교육 콘텐츠의 디테일한 지점까지 세밀하게 살펴보지 않으면 안 될 것입니다. 과연 아이들이 웃으며 즐길 수 있을지 연구진 모두 기대 반, 걱정 반의 마음으로 회의 자리를 떠났습니다. <AI 농악>이 아이들의 고유한 자질과 역량을 일깨워줄 시금석이 될 수 있을 것인지, 끝까지 지켜봐주시기 바랍니다.
인공지능과 농악이 융합하는 창의예술교육 프로그램이 궁금하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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