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거듭나는 2021 부산문화재단 창의예술교육 랩
부산문화재단의 2021년 <창의예술교육랩 지원사업>은 4차산업혁명 시대를 맞이하여 문화예술교육의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콘텐츠 모델을 연구‧개발‧실행하고자 기획되었습니다. 작년 AI(인공지능) 기반의 과학기술과 지역문화예술인 부산농악을 접목하여 빚어내어 <AI 농악> 프로그램을 개발했다면 올해는 이를 교육 현장에 접목, 확산시킬 것입니다. 이에 다양한 영역의 전문가들이 다시 한 번 의기투합하여 모였습니다. 브런치에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에듀테크(edutech)를 구현하는 지난한 과정이 어떻게 나아가고 기록되는지 지켜봐주시기 바랍니다. 부산문화재단은 시민 여러분의 새로운 사고를 일깨우고 행복을 제공하는 데 보탬이 되겠습니다.
교수 자리가 철학을 위해 만들어진 줄 아나?
바로 철학이 교수 자리를 위해 만들어진 거야.*
프랑스 소설가 오노레 드 발자크의 소설 『나귀가죽』의 한 대목입니다. 그는 작중인물의 목소리를 빌어 교육의 신화를 슬며시 꼬집습니다. 철학이라는 지식을 나누기 위해 교수 자리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반대로 교수의 밥벌이를 위해 철학이 만들어진다는 것이지요.
철학자 자크 랑시에르 또한 『무지한 스승』에서 비슷한 내용을 주장합니다. “설명자가 무능한 자를 필요로 하는 것이지 그 반대가 아니다. 즉 설명자가 무능한 자를 무능한 자로 구성하는 것이다.”** 그에 따르면 교육학의 신화인 ‘설명’은 학생을 열등한 지능으로 분류한다는 것입니다. 즉, 무언가를 이해하기 위해서 반드시 설명이 필요하다면 우리는 그 설명을 듣기 전까지 바보로 남아있게 됩니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요. 자크 랑시에르는 모두의 지능이 똑같거나 큰 차이가 없다고 주장합니다. 예컨대 사랑에 빠지는 과정에는 다른 이의 설명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모국어를 배울 때도 우리는 갖은 시행착오를 겪어가며 스스로 깨칩니다. 우리는 스스로 무언가를 배울 힘을 지니고 있습니다. 계속 존립하기 위해 누군가를 끝없이 가르쳐야 하는 교육이란 과연 어떤 교육일까요. 자크 랑시에르의 도발적인 문제 제기는 여태껏 당연시되어온 학습 생태계에 작지만 깊은 파장을 일으킵니다. 앞으로 우리가 어떤 교육을 기획한다면, 교육을 위한 교육만큼은 지양해야 할 것입니다.
*오노레 드 발자크, 『나귀가죽』, 이철의 옮김, 문학동네, 2009, 110p.
**자크 랑시에르, 『무지한 스승』, 양창렬 옮김, 궁리출판, 2015, 19p.
안녕하세요. 부산문화재단 창의예술교육 랩(이하 창의랩)에서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작년 창의랩은 4차산업혁명 시대를 맞이하여 문화예술교육의 패러다임을 전환하고자 부산농악과 인공지능(AI)을 융합한 콘텐츠 모델을 개발하였습니다. 옛것인 부산농악에 가장 새것이라 할 만한 인공지능 개념을 접목하는 다양한 시도를 지난 브런치 글을 통해 보여드렸는데요. 무형문화재에서 로봇 전문가까지 다양한 영역의 전문가가 한 데 모인 현장의 목소리를 기억하시는지요?
올해 창의랩은 작년 결과물에서 한 발짝 나아가 어느 학교에서든 활용할 수 있는 교육 교재를 만드는 데 몰두할 것입니다. 작년 한성1918에서 열렸던 <AI 농악> 체험은 ‘방탈출 게임’이라는 신선한 소재를 들고 와 아이들의 흥미를 돋웠는데요.
즉석에서 배운 부산농악과 인공지능 지식을 바탕으로 4가지 스테이지의 퀴즈를 푸는 과정은 분명 독보적인 콘텐츠였지만 특수한 공간에서만 활용할 수 있는 일회성 프로그램이었습니다. 아울러 특정한 전문가만이 기획하고 실현할 수 있어, 많은 아이들이 체험하기에는 무척 희소한 기회라는 아쉬움을 남겼는데요.
이에 창의랩 연구진이 다시 뭉쳤습니다. 현장 설치형 콘텐츠인 <AI 농악>이 확산할 수 있도록 모두가 직관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교육 교재로 탈바꿈시키기 위해서인데요. 만약 성공한다면 전국의 다양한 학교에서 아이들이 <AI 농악>을 체험하고 즐길 수 있을 것입니다. 나아가 사물과 현상의 기원을 스스로 인식하고 사고할 수 있도록 아이들의 지적 감각을 일깨우는 것이 창의랩의 목표입니다. 설명이 더 이상 필요하지 않는 궁극적인 교육을요.
그래서 창의랩 연구진의 마음은 급합니다. 허나 여전히 끝나지 않는 코로나 시대가 발목을 잡습니다. 하는 수 없이 연구진들은 온라인 실시간 화상회의로 의견을 나눕니다. 올해 회의에는 이번 회의에는 특별히 류기정 부산예술강사지원센터장님을 모셨는데요. 이번 글에는 교육 현장에 진입하기 앞서 각오해야 할 지점은 무엇이며 어떤 구체적인 방안이 필요한지 모색하는 과정을 담았습니다.
김 정 안녕하세요. 부산문화재단 문화교육팀장 김정입니다. 작년 <AI 농악>에 함께 해주신 김태희‧김덕희‧이지훈‧정만영 선생님, 다시 뵙게 돼 반갑습니다. 새로 오신 분들도 있으니 서로간 소개 부탁드려도 될까요?
김태희 책임연구원 김태희입니다. 영산대학교 문화콘텐츠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지능디자인 대표입니다. 작년부터 참가해 <AI 농악>을 개발했습니다.
김덕희 안녕하세요. 저는 설치미술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즐겁게 임하겠습니다.
이지훈 이지훈입니다. 다른 분들은 정체성을 말할 수 있는데 저는 그게 어려워서, 양해 부탁드립니다. (일동 웃음) 철학, 미학 등과 관련해 여러 가지를 기획하고 있습니다.
정만영 설치미술 활동하고 있는 작가 정만영이라고 합니다.
김보람 안녕하세요. ㈜지능디자인에서 연구하고 있는 김보람입니다.
남서아 부산문화재단 문화교육팀 남서아입니다. 올해 저희 목표는 <AI 농악>을 학교에 보급하고 확산하는 것인데요. 그에 맞는 교안과 키트 개발이 우선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학교 현장이 어떠한지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오늘은 류기정 센터장님을 자문으로 모셔보았습니다. 안녕하세요, 류기정 센터장님.
류기정 네, 안녕하세요. 가능한 한 많은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떠나겠습니다.
김태희 제가 오늘 회의 주제를 잠깐 정리하자면, 올해 창의랩이 진행했으면 하는 방향은 작년 <AI 농악>의 방탈출 게임 키트를 소형화, 간편화하는 것입니다. 작은 단위의 교육 프로그램으로 분할한다고 보시면 되겠는데요. <AI 농악> 방탈출 게임이 아주 괜찮은 프로그램이라 자평하지만, 현재 상태에서는 설치에 너무 많은 노력과 비용이 들어갑니다. 작심한 전문가가 아니고서야 교육 현장을 구성하기가 어렵습니다. 물론 그 과정에서 가능한 한 작년 콘텐츠를 살려가고 싶은 것이 제 욕심이고요.
남서아 작년 <AI 농악>에서 제가 가장 아쉬웠던 점은 한성1918에 모든 콘텐츠를 다 설치해두었는데 끝나고 나서 다 해체했다는 거예요. 만들어놓은 스테이지들을 상시 운영하면 좋을 텐데, 작년도 그렇고 올해도 현실적으로 어려운 면이 있습니다.
정만영 그렇기에 연구진들끼리 작은 단위의 교육 프로그램을 몇 가지씩 도출해놓고 그 가운데 살릴 수 있는, 현실화할 수 있는 아이템으로 줄여나가는 것이 관건이겠습니다.
김태희 네. 그래서 앞으로 과제는 이렇지 않을까 합니다. 말씀하신 대로 각기 연구진들이 제안한 프로그램 중 일부를 선택하고 조율하여 프로토타입 키트를 제작하고요. 이후 피드백을 받고 최종 완성함으로써 실용화 수준까지 끌어올리는 것입니다.
아울러 교안을 만들어야 하는데요. 모두에게 보편적인 양식으로 교안 만드는 일이 참 어렵다고 들었습니다. 교안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언어를 구사할 것인지 세세하게 논의가 필요합니다.
류기정 연구진 선생님들의 계획 잘 들었습니다. 미리 보내주신 자료를 일별한 제 의견을 말씀드려도 될지요. 제가 볼 때는 현재 이 프로그램은 기술적인 접근 면에서 완성되어 있는 반면 학교 교육과정에 편입되기에는 아직 곤란해보입니다. 그런데 연구진들께서 교육과정에 대해 깊이 이해하고 프로그램을 새로 개발하기에는 이미 기존 콘텐츠가 완성되어 있고, 일정도 빠듯합니다. 그래서 차라리 기본 교과 프로그램보다는 창의적 체험활동이나 방과후, 토요학교 이런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은 어떨까 싶습니다.
김덕희 작은 단위의 교육 프로그램으로 가야 하는지 아니면 페스티벌 형식의 체험활동으로 가야 하는지 아직 저희끼리도 고민되는 지점이었습니다. 그런데 학교 프로그램으로 들어가기 어려운 이유는 무엇인가요?
류기정 여러 이유 중 하나만 말씀드리겠습니다. 만약 학교 교육과정에 들어간다면 회차를 고려해야 합니다. 1년이 52주잖아요. 1주에 하루만 수업한다 해도 상반기만 해도 최소 15-16회 수업하는데 대개 학교는 1년 교육과정을 3월에 모두 짭니다. 그렇게 미리 짜놓은 곳에 들어갈 틈이 많지 않습니다. 2주 정도만 진행하겠다고 하신다면 학교 당국에서는 남은 13회를 어떻게 채우지 고민할 수밖에 없습니다.
김태희 말씀 듣고 나니 수긍이 갑니다. 그렇다면 작은 단위의 교과 프로그램으로 가는 것보다는 일회적인 페스티벌 형식이 맞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류기정 네, 그 편이 정체성에 더 부합해 보입니다. 그래서 이미 만들어놓은 프로그램을 그냥 진행하는 겁니다. 특히 학교 정규과정을 다루지 않는 토요일날은 온갖 프로그램들, 문화예술이나 체육 수업이 활발히 이루어집니다. 여기에 소프트웨어나 농악이라는 한 축으로 접근하여 아이들과 어울리시면 어떨까 합니다.
김보람 저 역시 정규과정에 편입하여 15회 과정으로 들어가기보다는 페스티벌 형식이 적합하다는 판단이 듭니다. 작년 <AI 농악> 방탈출 게임은 여러 아이들이 동시에 즐길 수 없다는 것이 단점이었는데요. 페스티벌 형식이라면 여러 아이들이 같이 즐길 수 있지 않을까 기대도 되고요.
류기정 방금 선생님 말씀하신 바대로라면 진로와 예술 교육을 동시에 진행하는 시설이 부산에 몇몇 있습니다. 부산교육청의 ‘놀이마루’라는 곳이 대표적인데요. 이런 시설 안에서 프로그램을 진행해도 괜찮을 듯합니다.
정만영 작년 문제점에 한 마디 더 보태자면, 창의랩이 한성1918이라는 공간을 선택한 까닭은 여러 스테이지를 각 공간에 동시에 구현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래서 많은 아이들이 농악과 인공지능을 자연스럽게 몸에 습득할 수 있도록요. 그런데 문제는 차례가 밀린다는 것이었습니다. 학생 모둠이 많이 참여하면 할수록 기다리는 쪽과 참여하는 쪽 사이의 정체 현상이 발생했는데요. 이 기다리는 아이들과 어떻게 시간을 보낼까 하다가 빛을 이용한 설치미술을 들여왔었습니다.
지금도 여전히 공간적인 문제가 남아있는데, 학교 안에 방이 참 많다 하더라고요. 그래서 학교에서 하루짜리 프로그램을 진행해도 좋을 듯하고 아니면 류기정 센터장님 말씀대로 ‘놀이마루’와 같은 곳도 활용할 수 있어보입니다.
그리고 본질적으로 보자면 작년 <AI 농악> 교육 키트가 여러 형태가 있지 않고 하나의 프로그램으로 기능해서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앞선 말씀처럼 모듈을 좀 줄여나가야 합니다. 강사들이 봐야 하는 매뉴얼도 확실히 다듬어야 할 테고요. 이런 고민들이 동시적으로 수행되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3시간 남짓 동안 연구진끼리 많은 논의가 오갔지만 한 번에 모든 것을 정하기는 무리였습니다. 그러나 무엇을 먼저 고민하고 결정해야 할지 분류한 것은 확실한 수확이었습니다. 논의가 논의로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하루빨리 오프라인으로 만나서 회의해야 한다는 의견들을 뒤로 하고 연구진은 다음을 기약했습니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새삼 야속하게 느껴집니다.
참된 교육으로 도약하기까지 아직 논의할 것이 산더미인 <AI 농악>이 매주 어떻게 달라지는지, 앞으로의 브런치도 기대해주시기 바랍니다.
인공지능과 농악이 융합하는 창의예술교육 프로그램이 궁금하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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