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에도 휴가가 필요해서-아리 지음’을 읽고
친하게 지내는 동생이 책을 한 권 빌려줬다.
‘결혼에도 휴가가 필요해서’
한 아이의 엄마이자 한 남자의 아내인 작가가 스스로를 찾아 발리의 우붓으로 떠나는 여행이자 삶. 그 안에서 발견하는 스스로의 새로운 모습과 변화들.
누구나 한 번쯤 꿈꿔봤지만 쉽게 도전할 수 없었던 그 삶을 작가는 그려내고 있었다.
엄마와 아내라는 역할을 수행하는 데 시간과 에너지를 쏟느라 온전히 자기 자신으로 존재하기 어려운 여자들에게 혼자만의 시간은 너무나 절실하다. 결혼에도 휴가가 필요한 이유다.
-결혼에도 휴가가 필요해서 中-
생각해보니 나도 결혼 생활 13년 동안 딱 한번 홀로 여행 아닌 여행을 떠난 적이 있었다.
상하이에서 생활한 지 2년 차 큰아이 7살 작은아이 4살 무렵이다.
그 해 가을 외할머니의 부고 소식을 접했다.
친정 엄마는 오지 않아도 된다고 하셨지만 나는 엄마 잃은 우리 엄마 곁에서 엄마를 위로해 주고 싶었다. 네 식구가 다 움직이는 건 시간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부담이고 혼자 애 둘 데리고 가는 것도 어려울 것 같고 하던 차에 남편이 혼자 다녀오는 것이 어떻겠냐고 했다.
할머니 발인이 금요일이었는데 목요일 출발해서 금요일 발인 보고 하루 이틀 엄마 곁에 있어드리다 월요일에 오는 일정이었다. 그러나 나는 애 둘을 놓고 4박 5일이 너무 부담되었다. 그래서 금요일 새벽 비행기를 타고 장지로 바로 가는 일정으로 해서 금 토 일 다녀오는 걸로 하겠다고 했다
한국에 가서 나는 남편 말을 듣고 4박 5일 일정으로 오지 않은 걸 바로 후회했다.
생각보다 애들 걱정은 되지 않았고 홀가분했다.
할머니가 떠나시며 내게 휴가를 주신 것 같았다. 엄마를 위로하러 가서 나는 아이를 낳고 처음으로 자유로운 시간을 보냈다.
상하이로 돌아가니 남편 다크가 턱 밑까지 내려와 있었다. 별일 없었다더니 금요일 둘째 유치원 등하원 차량은 다 놓치고 나름 고분분투 했더라는...
“자기 말 듣고 4박 5일 다녀올걸... 너무 후회됐어.
앞으로 이렇게 1년에 한 번씩 혼자 한국 다녀올까 봐”
“어... 어...”
“왜? 나 없어서 힘들었어? 애 보는 거 힘들지? 쉽지 않지?”
“어... 뭐... 할 만했어”
막상 떠나면 별거 아닌 것을 떠나기 전에 나는 너무 많은 걱정을 했던 것 같다.
‘애들하고 남편 밥은 어쩌지?’
‘나 혼자 가면 무슨 재미가 있겠어?’
‘둘째는 내 껌딱진데 내가 없으면 안 되는데’
‘나 혼자 여행 간 걸 시댁에서 알면 싫어하실 거야’
아마 온갖 핑계와 걱정거리를 생각하겠지....
그러한 걱정은 아직까지도 나를 홀로 떠나지 못하게 한다.
어떠한 목적이 없이도 그저 온전히 나만의 휴가를 위해 떠날 수 있는 용기가 생겼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