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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ldo Nov 11. 2020

홧 병

숨 쉬기 힘든 날

깊은숨을 쉬어야만 답답함이 사라지는 증상이

몇 해 전부터 한 번씩 있었다.

폐기능 상의 문제인가 싶어 건강검진 때 정밀 검사를 다 해보았지만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기껏해야 1년에 한두 번 생기는 증상이고 기능상의 문제가 없기에 그 순간이 지나가면 잊곤 했다.


그런데 최근 증상이 자주 찾아왔다.

카페인 때문인가 싶어 카페인도 끊어 보고

생리 전 증상인가 싶어 살펴보면 꼭 그때만 증상이 나오는 것도 아니었다.


올봄 코로나 때문에 아이들 온라인 수업이 실시될 때 절정으로 증상이 심했다. 5개월의 온라인 수업이 끝나고

등교 수업이 시작되면서 숨쉬기가 한결 편해졌다. 설마 했다. 그러다 최근 확진자가 늘어나면서 다시 온라인 수업이 되었고 그때부터 다시 숨쉬기가 힘들어졌다.


인정하기 싫었지만 정신적인 문제였던 것이다.

아이들과 24시간을 넘어 종일 붙어 있다 보면 화가 나는 순간들이 많았다.


나는 성숙한 어른이니까...

화가 나지만 참고 견디자...

나만 힘든 거 아니니까...

징징대지 말자... 힘내자... 버티자...

괜찮다...


매일 스스로를 다독였다.

그럴수록 숨 쉬기는 더 힘들어졌다.

밤에도 잠들지 못하고 숨 고르기를 여러 번 하고

찰나에 잠이 들었다가도 다시 깨곤 한다.


아무래도 홧 병인 거 같다.

그런데 도무지 내가 왜 화가 나는지를 모르겠다.

13살 10살 아이들도 제법 커서 스스로 할 일을 하고

남편은 회사 생활 잘하고 있고

나만... 나만 잘하면 될 거 같은데...

코로나 블루인가... 갱년기의 시작인가...

내 몸이 보내는 신호에 나는 무어라 답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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