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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ldo Oct 20. 2020

첫 발령

신규교사와 신설학급

어렸을 때부터 누군가 꿈을 물으면 ‘선생님’이 되고 싶다고 했다. 글 쓰기와 책을 좋아했으니 막연히 국어 선생님을 하면 되겠다 싶었다. 그런데 나는 ‘특수교사’가 되었다.

중학교 3년 내내 같은 반을 한 단짝 친구가 있었는데 그녀의 꿈이 특수교사였다. 그때 처음 특수교사가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어느 순간 친구의 꿈이 나에게 막연히 스며든 것일까...


첫 대입에 실패하고 재수를 해서 들어간 대학에서 특수교육을 전공하게 되었고 대학교 4학년 내내 임용고사 준비를 했다. 그리고 참 감사하게도 졸업과 동시에 합격을 했다. 특수학교에 발령을 받게 될 거라 생각한 것과 달리 첫 발령지는 경기도 여주에 있는 한 고등학교였다.


경기도 교육청에서 임용장을 받고 첫 발령이 난 학교로 향했다. 서울에서 나고 자라 경기도 지리도 어두운데 여주라니... 두려움과 설렘을 가지고 같이 신규 발령이 난 선생님과 함께 학교로 향했다.


학교에 도착해서 교감선생님께 인사를 드리니 무척 난감해하신다. 그 고등학교에 올해 신설 특수학급이 3개 생기는 거고 그곳에 신규 교사 2명이 발령 난 것이다.


신규에 신설학급이라니 그 소리만으로도 맨땅에 헤딩하는 기분이었는데 그게 전부가 아니었다. 단순히 일반학교 안에 신설되는 특수 학급이 아니라 내가 가르쳐야 할 아이들은 시설에 있는 아이들이란다. 그 아이들은 장애 정도가 심해 학교에 등교할 수 없기에 교사가 아이들을 찾아가서 교육을 하는 순회교육을 하게 되는데 아이들이 있는 시설에서 교육하게 되는 시설 재택이란다.


가정 순회교육은 들어봤어도 시설 재택교육이라니... 당황한 나와 다른 신규 특수교사를 데리고 교무부장님이 그 시설로 함께 가주셨다. 한참 산길을 따라 외진 곳에 도착하니 시각 중증 중복 장애인들이 있는 시설이 나왔다.


그곳 4층에 교실이 마련되어 있었는데 관내 초등학교 소속의 초등교실이 4개 중학교 소속의 중등 교실이 2개 있었고 이제 고등 교실 3개를 만들어 아이들을 교육하는 게 신규교사인 우리의 역할이었다.


초등 소속의 교사 4명, 중등 소속의 교사 2명이 이미 시설 아이들을 교육하고 있었고 이번에 중학교를 졸업하는 아이들을 위해 고등 교실이 신설되는 것이었다. 작은 특수학교 같은 구조였다. 소속은 다르지만 이미 터를 잡은 다른 특수교사들이 있어 든든하고 힘이 되었다.


시각장애를 기본으로 지적장애, 지체장애, 언어장애까지 가진 학생이 있을 정도로 학생들의 장애는 무척 심했다. 시각 중증 중복의 장애를 가진 학생들을 교육하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었다. 많은 교육 활동이 청각과 촉각으로 이루어졌다.


장애가 가장 심했던 학생은 자해도 심해 머리에는 헬맷을 씌우고 팔에도 보호장비를 착용해 몸을 보호해야만 했다.

교육은 고사하고 자신의 몸도 가누지 못하는 녀석이 자신의 머리를 수없이 치고 스스로를 망가 트리는 것을 막고 보호하느라 수업 시간을 다 보냈다.


교사가 되어 사명감을 가지고 교육해보겠다는 내 의지는 매일 꺾였고 매 순간 그들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고민하고 또 고민하며 신규 2년을 보냈던 것 같다.


신규 발령이 아니었다면 교직 생활을 통틀어 그런 경험은 해보지 못했을 것이다. 나에게는 거름이 되는 시간이었지만 ‘경력이 있고 노련한 교사가 그 학생들을 만났다면 좀 더 교육다운 교육이 이루어지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을 하면 그 당시 나의 첫 제자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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