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느리에요. 기억났어요. 울 엄마 패물을 가져간 사람은 그 사람이에요."
"어머니, 여기 경찰서에요. 사실만 얘기하셔야 해요."
"비밀번호를 바꿀겁니다. 아들한테 안 가르쳐 줄거에요. 배은망덕한 놈"
"어머니. 아드님 전화번호 좀 주세요. 전화 해봐도 되죠?"
"안 되요. 내 아들은 바빠요. 집중력이 흐려서 회사에서 자꾸 혼날거에요. 후배들이 흉볼거에요."
전화가 왔다.
"여보세요? 혹시 이ㅇㅇ 님 아드님 되세요?"
"네 맞는데요?"
"연신내 지구대 조ㅇㅇ 경장입니다. 어머니가 지금 여기 계시는데 혹시 오실 수 있으세요?"
"아니 전화하지 말라는데 전화를 한거요? 끊어요. 내 아들 바빠. 아무 말도 더하면 안 되요."
"아드님 일단 끊겠습니다."
사무실에 있던 나는 조퇴 결재를 급히 올렸다.
나가려던 찰나 다시 전화가 온다.
"어머니 가셨어요. 어머니가 집에 패물이 있었는데, 처음에는 보험 하는 친구가 와서 가져갔다 하시다가 며느리가 훔쳐갔다 하셨어요. 횡설수설 하시더라구요."
"아 네, 어디로 가신다고 말씀하셨나요?"
"도서관 가신다고 하셨어요. 그런데 아드님, 외람되고, 제가 여쭐 말은 아니지만 어머니 병원에 다니고 계신가요?"
"... 아니요. 안 가려 하십니다. 그런 분이에요. 무슨 말씀인지 알겠어요. 감사합니다."
"어떻게든 병원에 모시고 가야하지 않을까요?. 저 상태는 위험해요. 이런 말씀 드려 죄송합니다. 걱정이 되어서요."
"감사합니다. 제가 뭘 어떻게 해드릴 건 없나요?"
"예. 힘내십시요"
착한 사람이었다.
엄마는 전화를 받지 않는다.
문자만 보낸다.
'엄마 어디로 가셨어요?'
올라와서 조퇴 취소 결재를 올린다.
전화가 온 것은 오후 한 시 반이었는데 답장이 온 것은 오후 여섯 시.
'도서관이다 와?'
또.
아무것도 기억 못하심을 직감했다.
바로 전화를 거니 받으신다.
"엄마? 오늘 무슨 일 없으셨어요?"
"없다. 바쁜데 왜 전화를 했니?"
"엄마. 외할머니 패물 없어졌어요? 근데 경찰서에 가셨어요?"
"없어졌지. 그 년이 가져갔다. 이ㅇㅇ 가..."
"엄마. 그 분은 엄마 중학교 친구 아니에요? 아까 경찰서 안 가셨어요?"
"안 갔다. 나 영화 보다가 나와서 끊는다. 운동 열심히 해라"
'어느 도서관이세요?'
문자를 보낸다.
의외로 금방 답이 온다.
'은평'
마누라가 약속이 있는 날이지만 양해를 구할 상황이 아니다.
바로 장모님께 전화를 걸어 집으로 와주시기를, 하니 밥 좀 챙겨주시기를 부탁드린다.
나는 '은평구립도서관'으로 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