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궁 옆, 다른 공기
실파꼰 대학교는 왕궁 바로 옆에 있다.
태국에서 왕궁이 가진 상징은 분명하다.
질서와 권위, 그리고 조심스러움.
나는 태국의 다른 지역을 다닐 때는 비교적 편안하다.
자유롭고, 사람들도 느슨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올드타운에 들어서면 행동 하나하나가 조심스러워진다.
주변에 군인과 경찰이 많고, 감시의 시선이 늘 존재하는 공간.
잘못한 일은 없는데도 괜히 긴장감이 올라가는 장소.
올드타운은 다른 지역보다 엄격함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공간처럼 느껴진다.
그 한가운데, 왕궁 바로 옆에 실파꼰 대학교가 있다.
처음에는 단순히 예술대학이라서 분위기가 다르다고 생각했다.
벽화가 있고, 조형물이 있고, 학생들의 옷차림도 제각각이었다.
하지만 한참을 걷고, 벤치에 앉아 시간을 보내고 나서야 그 차이를 또렷하게 알게 되었다.
교복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
태국 대학에서 교복은 자연스러운 풍경이다.
흰 셔츠와 검은 치마, 단정한 실루엣.
규율이 시각적으로 드러나는 방식.
그런데 이곳에서는 오히려 교복 차림의 학생을 찾는 것이 더 어려웠다.
모자를 쓰고 책을 읽는 학생, 각자의 옷을 입고 모여 있는 친구들.
그건 단순한 복장의 차이가 아니었다.
왕궁의 엄격함이 바로 옆에 있음에도 이곳에는 무언가 느슨한 공기가 있었다.
시간을 보내는 동안만큼은 외부의 긴장감이 이곳까지 스며들지 않는 듯했다.
같은 올드타운 안에서도 공기의 결은 달랐다.
엄격함이 중심을 차지한 공간 옆에 이렇게 작은 틈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이상하게도 인상 깊었다.
어쩌면 자유는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엄격함의 바로 옆에서 조용히 자라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