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면

오늘에서야 보인 아시아티크의 시간

by 강라마

나도 이곳을 적어도 몇십 번은 왔을 것이다.

태국 방콕이나 인근에 살다 보면 아시아티크는 한 번쯤 들르게 되는 장소 중에 하나다.
강변을 따라 걷고, 야경을 보고, 가끔은 그냥 바람을 쐬러 오기도 한다.

나 역시 그랬다. 몇 년 동안 이곳을 여러 번 왔고 그때마다 비슷한 풍경을 봤다.

관람차가 돌아가고 사람들은 맥주를 마시고 강 위로 불빛이 흘러간다.

그런데 오늘, 이곳에서 처음 본 것이 있었다.

아시아티크 한쪽 구석, 사람들이 거의 지나가지 않는 곳에 낡은 콘크리트 구조물이 하나 있다.

그리고 그 앞에는 작은 표지판이 세워져 있었다.

Bomb Shelter. 방공호.

그 아래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1941–1945

잠시 발걸음을 멈췄다.

놀라웠던 것은 이 방공호가 여기 있다는 사실보다 내가 지금까지 그것을 전혀 몰랐다는 사실이었다.

사실 그 바로 옆에는 KFC가 있다. 나는 그 KFC에도 몇 번이나 들어갔었다.

치킨을 사 먹고, 더운 날에는 잠시 쉬어 가기도 했다.

하지만 바로 옆에 제2차 세계대전의 흔적이 있다는 것을 단 한 번도 알아차리지 못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아마 수없이 그 앞을 지나쳤을 것이다.

그저 보지 못했을 뿐이다.

지금의 아시아티크는 방콕에서 가장 유명한 관광지 중 하나다.

레스토랑과 기념품 가게, 강변의 야경과 관람차.

사람들은 이곳에서 저녁을 먹고 사진을 찍고 밤을 즐긴다.


하지만 이곳은 원래 항구 창고가 있던 장소였다.

차오프라야 강을 따라 화물이 드나들던 곳.

그리고 제2차 세계대전 동안 이 지역은 중요한 항구였다.

그래서 공습이 시작되면 사람들은 이 콘크리트 방공호 안으로 몸을 숨겼다.

지금 사람들이 치킨을 사 먹고 맥주를 마시는 바로 그 자리에서.

도시는 늘 새로운 얼굴을 보여준다.

새로 만든 건물, 밝은 조명, 잘 정리된 관광지.

하지만 그 아래에는 다른 시간이 겹쳐 있다.

전쟁의 시간, 두려움의 시간, 그리고 누군가가 살아남기 위해 숨었던 시간.

많은 세월이 지났지만 그 시간들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다.

그저 조용히 남아 있을 뿐이다.

사람들이 눈치채지 못한 채 지나갈 뿐.

나는 오늘 처음으로 그 방공호를 보았다.


겉으로는 계속 새로워지지만 어딘가에는 이전의 시간이 작은 흔적으로 남아 있다.

그리고 가끔 우연히 그 흔적을 발견하는 순간이 온다.

오늘이 바로 그런 날이었다.

P1003744.jpg 장면 | 2026.03 | Thailand_Bangkok | Copyright © llama.foto(Gae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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