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디자이너의 기본 소양
2020년 8월 6일 한국콘텐츠진흥원의 발표에 의하면 대한민국 인구의 70% 이상이 게임을 즐긴다고 합니다. 음악과 드라마, 영화에 비롯해 게임도 이젠 현대인들에겐 어엿한 하나의 콘텐츠로 자리 잡았습니다. 많은 사람이 여가에 재미를 통해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게임을 즐길 텐데요, 이렇게 게임을 디자인(Design)하는 사람을 게임 디자이너(Game Desinger) 또는 게임 기획자라고 합니다. 게임 디자이너는 어떻게 이런 재미들을 만들어 내는 걸까요?
※ 본 내용은 2019 GDC(Game Developer Conference, 게임 개발자 컨퍼런스)에서 발표한 DMC5(Devil May Cry 5) 기조 강연을 재해석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time_continue=716&v=CWi5gjxdh4o&feature=emb_logo)
"재미있다!"라고 하는 것은 하나의 기분이며 감정입니다. 재미라는 것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날 수 있는데요, 실제로 공포 영화를 보면서 느낀 재미와 로맨스 영화를 보면서 느낀 재미는 큰 차이가 있을 것입니다. 그 이유는 그 영화에서 주는 감정의 형태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 때문에 각 게임은 재미를 어떤 감정의 형태로 느끼게 할 것인가? 를 먼저 결정해야 합니다. 그래야 어떻게 하면 그 감정이 만들어질지에 대해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죠. 이 감정이라고 하는 것은 게임을 플레이하는 가장 기본적인 동기가 되게 됩니다. 유저(User)는 게임에 감정,경험, 재미를 기대하고 플레이합니다.
감정의 형태는 되도록 구체적이고 명확할수록 좋습니다. 같은 공포라는 감정을 만드는데에도, 영화 주온에서 주는 공포와 소설 러브크래프트의 공포는 그 내용이 많이 다를 테니까요.
게임 디자이너는 평생을 살면서 여러 가지 게임을 만들게 됩니다. 지금의 한국 게임 업계는 모바일 MMORPG(Massive Multiplayer Online Role Playing Game, 다중 접속 역할 수행 게임)가 대세를 이루고 있지만 앞으로 10년 뒤도 그럴 것이라는 보장이 없죠. 같은 MMORPG 게임이라 하더라도 목적으로 하는 감정과 그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수단의 디테일(Detail)은 모두 다릅니다.
유저가 자신의 게임을 플레이하며 이런 기분이 되어 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그것을 디자인하므로 만드는 당사자 또한 그 감정을 잘 알고 있어야 합니다. 이 때문에 게임 디자이너는 다양한 감정을 자신 안에 라이브러리로써 가지고 있을 필요가 있습니다. 여러 가지 경험을 많이 해봐야 한다는 이유는 이 때문입니다.
게임 디자인에 필요한 여러 감정을 쌓기 위해 많은 게임 플레이도 중요하지만, 게임 이외의 경험도 무척이나 중요합니다. 게임은 사람들이 즐기기 위한 것인데, 요즘 사람들이 어떤 것들을 좋아하는지에 대한 분석이 되지 않으면 시대에 뒤처질 수 있기 때문이죠. 게임은 음악, 그래픽, 스토리 등의 복합적인 요소로 만들어지는 종합적인 결과물이기 때문에 사실상 이 세상 모든 분야가 게임에 접목될 수 있습니다.
평소에 관심이 없었던 분야에 대해 많은 도전과 경험을 쌓아두면 큰 도움이 될 것이라 보장합니다. 혹시 내내 집에서 같은 게임만 하고 있진 않으셨나요? 새로운 경험이 여러분의 생각을 바꿔줄지도 모릅니다. 시간이 지나면 건강, 환경, 가정 등의 문제로 경험하기 어려운 것들이 있을지도 모르니 지금에만 할 수 있는 것들을 잔뜩 하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경험한 그때의 감정을 자신 안에 잘 기억해두세요.
사람은 어떤 것을 경험하기 전에 그것에 대한 기대 또는 두려움과 함께 경험과 감정에 대해 상상을 하게 됩니다. 누군가에게 소문으로 듣고 기대하던 맛있는 음식점을 갔던 적이 있을 겁니다. 가기 전엔 요리의 외향, 향기, 맛에 대한 기대로 가득했을 겁니다. 하지만 막상 먹어보니 생각보다 별로였던 적이 있지 않았나요?
상상했던 맛과 실제 맛의 차이가 발생하면 이 차이에 대해 잘 생각해보세요. 어떤 점에서 내가 실망했는지? 실제 경험한 것이 상상했던 것에 비해 무엇이 부족했는지? 반대의 경우도 굉장히 중요합니다. 대체로 자신이 정말로 맛있게 먹었고 늘 기억에 남는 요리는 자신의 기대 이상의 맛을 경험했을 때입니다. 자신이 상상하지 못했던 새로운 맛이 자신의 라이브러리에 추가된 거죠.
이처럼 무언가를 경험하기 전에 그것에 대해 상상하고 실제 경험을 통해 차이를 분석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이것들이 쌓일수록 게임 디자이너로서의 재산이 늘어가는 것이죠.
게임 디자이너는 콘텐츠를 제작할 때 자신의 경험에서 많은 영감을 받습니다. 많은 디자이너 지망생들도 자신이 재밌게 즐긴 게임을 계기로 업계에 들어 오고 싶어 하는 마음이 생기게 되죠. 그런 자신의 경험을 기반해 디자인할 경우 그 경험에서 받은 감정을 제대로 분석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 경험에서 어떤 감정을 받아 재밌다고 느꼈는가? 어떤 상황에서 받았는가? 그 상황은 어떠했는가? BGM? 장면? 캐릭터의 생김새? 세계관? 어떤 것이 없었다면 감동하지 않았을까? 이것이 빠졌더라면 감동이 얕아졌을까? 와 같은 사고방식으로 이 모든 것들에 대한 분석이 필요합니다.
전 마음에 드는 곡을 찾았을 때 그 곡의 마음에 드는 점을 찾기 위해 반복적으로 듣습니다. 곡의 분위기는 어떠했는지? 어떤 악기를 어떻게 사용하는지? 그 곡의 테마와 가사는 어떤지? 곡의 구성은 어떠한지? 왜 이런 구성이며 하이라이트에선 어떤 악기를 중점적으로 사용하는지? 같은 곡의 다른 가수가 부르면 무엇이 다른지? 등을 생각하게 되죠. 이 모든 분석이 끝나면 자신이 그 곡이 왜 좋은지, 어떤 점 때문에 좋아하는지에 관해 설명할 수 있게 됩니다.
유튜브나 넷플릭스에서 사용하는 콘텐츠 추천 알고리즘도 이와 비슷한 맥락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사용자가 느낀 재미를 특정 요소를 기준으로 분류하고 이를 다른 방식으로 재현한 콘텐츠를 추천하는 것이죠.
자신이 재미를 느낀 감정에 대한 분석이 이루어지면 그 감정을 재현하는 것에도 많은 도움이 됩니다. 게임 내에서 원하는 감정이 만들어지지 않았을 경우 어떤 점이 부족한지에 대한 문제 인식과 정의, 그리고 해결책이 보이게 되죠.
사실 경험에 의한 감정의 분석은 게임 디자인에만 해당하는 내용은 아닙니다. 다른 무언가의 콘텐츠를 만든다거나 그것을 넘어 좀 더 자신을 잘 알기 위한 자아 성찰에 해당하는 내용이기도 하죠. 게임 디자이너는 게임으로써 그것을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는 직업 중 하나일 뿐입니다.
각자의 자리에서 재미를 만들어내며 그것을 사람들에게 좋은 방식으로 전달해 조금 더 즐거움이 넘쳐나는 세상이 되면 삶이 더욱더 풍요로워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