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 분석하고 서류 지원을 하기 전까지
금년도 초, 각종 대형 게임 회사에서 신입 연봉에 대해서 일약적인 상승을 발표하고 나서 약 반년이 흘렀다. 많은 취준생들이 게임 업계로 눈길을 돌리며 사람이 몰리기 시작했다. 각종 대형 게임 회사의 하반기 공채 시즌이 펼쳐지며 나도 많은 수의 신입 기획자의 이력서를 보게 됐다. 나도 약 6년 전에 처음 취업 준비를 해보며 그땐 알았으면 참 좋았을 것을...이라고 생각하는 것들이 채용하는 입장이 되어보니 여실히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그 내용들을 하나씩 정리해보려 한다.
많은 지원자들을 보며 이번에 가장 눈에 띄었던 것은 한 사람의 포트폴리오가 너무 많은 분야를 건들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전부는 아니었지만 많은 지원자가 아래와 같은 포트폴리오를 준비했다.
1. OO 시스템 역기획서
2. OO 컨텐츠 분석서
3. OO 던전 레벨디자인 문서
4. OO 보스 몬스터 스킬 기획
위 지원자는 어떤 직군에 지원하고 싶은 걸까? 이것저것 다 할 줄 알아서? 아니면 저 중에 하나만 시켜주세요?라는 느낌인 걸까?라는 생각까지 하게 된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저 모든 문서들의 퀄리티가 수준급이기는 어렵다. 나 자신이 어디에 강점이 있는지? 어떤 직군에 지원하고 싶은지? 확실할 필요가 있다.
현재 중견기업 또는 대기업이라고 불리는 회사의 프로젝트는 대규모(50~70명 이상)로 진행하고 있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해당 프로젝트에선 이것저것 80점 하는 사람보다, 하나를 90점 하는 사람을 선호하기 마련이다. 나의 강점을 송곳처럼 뾰족하게 만들어야 취업의 문턱을 넘을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질 것이다.
나를 뾰족하게 만들기 위해선 나 자신에 대해 먼저 잘 알 필요가 있다.
나는 게임의 어느 부분에 가장 흥미를 느끼지? 에 집중해서 자신에게 질문을 던지면 금세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 후에는 내가 뾰족하게 만든 부분과 지원하려는 회사 또는 프로젝트가 일치하는지를 검토하고 그렇다면 지원을 해보면 될 것이다.
※ 시스템 기획 지원에 레벨 디자이너가 지원하는 불상사는 적어도 막을 수 있을 것이라 기대
(실제로 이것저것 그냥 다 넣는 사람이 있더라 / 만일 해당 직무에 대한 이해도가 없다면 아직 지원조차 할 수 없는 단계에 있는 사람이다. 이것부터 공부하자.)
개인적으로 자기소개서에서는 딱 2가지만 어필하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게임 기획자를 지망하게 된 이유나 계기 / 나에게 강한 영향을 준 게임과 어떤 부분이었는지?
준비한 직군에 대한 관심과 열정을 보여줄 수 있는 과정과 결과
하나씩 살펴보자.
(1) 게임 기획자 지망 이유
구체적으로 게임 기획자라는 직업 또는 기획자 내에서도 특별한 직군을 지망하게 된 이유에 대해서 상세히 설명하면 좋다. 아래의 예시를 한번 봐보자.
[전투 기획 지원 동기]
저의 인생 게임은 'WOW(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입니다. 학창 시절 와우를 접하며 언제나 다른 전투 경험을 만드는 PVP 콘텐츠에 유독 빠졌습니다. 수업시간에는 각 직업의 스킬 트리를 그려 놓고 어떻게 하면 상대를 이길 수 있을지에 대한 이미지 트레이닝도 진행하며 콘텐츠를 즐겼습니다. 이렇게 노력한 결과를 영상으로 촬영하고 편집해 웹진에 투고하며 좋은 반응도 얻었습니다. 제가 고민하고 즐겼던 전투 콘텐츠를 저만의 방식으로 만들어,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전하고 싶어 전투 기획이라는 직군을 지원하게 됐습니다.
예시일 뿐이지만 어떤 게임의 어떤 콘텐츠에서 어떤 반응을 얻었는지 그래서 왜 이 직군에 지원하려는지에 대한 내용을 담백하게 정리하면 된다. 그래서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이? 그래서 어떻게 너만으로 방식으로 만들건대?라는 궁금증을 모두 해소시켜줄 필요는 없다.
자기소개서는 여러분들의 능력을 검증해야 하는 곳이 아님을 명심하자. 나에 대한 궁금증을 유발하고 그것을 기반으로 포트폴리오와 면접을 보게 만들고 싶은 연결 장치로 충분하다.
(2) 게임 기획자를 위한 관심과 열정의 과정과 결과
게임 기획자가 되기 위해 여러분들이 어떤 시간을 보냈으며, 그 결과가 어떠했는지를 서술하면 된다. 그것이 대학 진학일 수도 있고, 게임잼, 인디 프로젝트 참여일 수도 있다. 기획자는 실제 개발 프로젝트 참여만큼 도움 되는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이론만으로는 한계가 있고 실제 기획 업무에 부딪혀 보는 것만큼 좋은 것은 없는 것 같다.
만일 그렇지 않더라도 여러분들이 그 관심을 어떻게 가지고 있으며 열정을 어떻게 표현하고 있다. 그래서 그 결과 어떤 것들을 해내었다.라는 내용을 충분히 어필하면 좋겠다. 만일 내세울 에피소드가 없다면 지금이라도 만들어보자.
가장 중요한 것은 이러한 과정과 결과로 자신이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 그게 해당 직군의 업무에 어떻게 도움이 될지를 풀어서 설명하는 것이다.
(3) 자소서에 필요 없는 내용
1. 성장 배경 : 몇남 몇녀... 어떤 가정환경에서...
2. 성격 : 어떤 성격을 가졌으며... 어디서 무엇을 해서 책임감이...
3. 경력에 대한 나열 : 이것도 했고 저것도 했고.. 자신의 결과에 대한 소개가 아닌 자신을 소개하라
4. 말도 안 되는 포부 : 입사한다면 5년 안에 매출 1위가 되는 게임을 제가 선두하여 개발하겠습니다!!!
포트폴리오는 지원한 직무에 대한 이해도가 채용하려는 기준에 적합한지를 확인하는 목적이다. 그래서 문서 처음에 말했던 조건은 반드시 충족되어야 한다.
흥미 있는 게임 =
회사에서 개발하고 있는 게임 =
포트폴리오에서 준비한 게임
(1) 삼위일체
위 삼위일체는 반드시 기본 조건으로 만족하고 포폴을 준비하자. 자소서에선 퍼즐 게임에 대해 언급했는데 지원한 회사는 FPS 회사고, 포폴은 RPG로 준비하면 그걸 본 사람은 무슨 생각이 들겠는가...
포폴에서 창작 기획서 및 역기획서는 지원하는 직군에 맞게 두 개 정도만 준비하자. 이력서나 포폴을 보는 사람은 보통 관리자나 채용 담당관이며, 결코 그 수많은 문서를 볼 만큼 시간이 넉넉하지 않다. 양이 아닌 질로 승부하자.
그리고 다시 한번 당부하지만 직군에 맞는 포트폴리오만 준비하자. 콘텐츠 분석서, 시스템 기획서, UI 기획서, 신규 게임 컨셉 제안서... 등등 많이 뿌리면 뿌릴수록 밑천만 드러나게 된다. 아트 직군인데 포트폴리오에 원화, 모델링, FX, 애니메이션 전부 담은 것과 마찬가지이다. 하나만 걸려라 라는 심보로는 아무것도 얻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지원하는 직군에 맞게 초점을 좁혀서 준비하자.
(2) 기획자로써 업무가 가능한지?
주니어 기획자의 포폴에서는 딱 2가지만 확인되면 면접을 보는 데에는 큰 문제는 없다고 생각한다.
유저가 아닌 기획자(개발자)로써 사고하는 방법
지원한 직군의 업무에 대한 가장 기본적인 지식
직군의 업무에 대해서는 너무나 천차만별이기에 여기선 설명을 생략하고... 기획자로써 사고하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기획 내용에 대해 '무엇'을 '왜'에 집중한, 본질을 꿰뚫는 능력
실제로 내가 생각했던 본질이 다르다 하더라도 기획자로써의 생각을 엿볼 수 있는지가 매우 중요하다. 기획자가 자신의 기획 내용에 대해 어떤 철학을 가지고 있고, 그것이 뒷받침될 수 있는지에 대한 근거가 된다.
(3) 포트폴리오 준비 기간
한 달이면 한 달, 한 분기면 한 분기와 같이 제대로 준비를 시작하기 전에 일정 기간을 정해놓고 준비하자. 특히나 기획자는 일을 마무리 지을 줄 알아야 한다. 여러분들의 시간은 무한하지 않고 채용 공고 또한 여러분들을 언제까지고 기다려주지 않는다. 정해진 기간이 끝나갈 무렵엔 포트폴리오의 마무리 단계에 들어가고, 기간이 끝나면 그 모양새가 어떻든 마무리를 해서 그걸로 지원하자. 그래야 여러분들은 일을 시작하고 마무리할 수 있는 습관을 들일 수 있다.
무한정 준비해서는 언제까지나 만족한 결과물을 만들 수 없다. 들인 시간 대비 결과는 늘 불만족스럽기 때문이다. 투자한 시간이 많으면 많을수록 매몰비용이 커져 포폴 결과물에 대한 기대는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갈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한 달을 추천한다.
내용이 길어지니 아래에 관련된 이야기는 다음 글을 통해서 이야기하려 한다.
서류 통과 방법
면접은 어떻게 준비하면 좋을까?
취업 후의 마음가짐
첫 회사 고르는 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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