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우리 누리샘 Aug 08. 2020

놀이에 대한 교사, 학부모, 아이의 동상이몽






[아이들이 생각하는 놀이]                    

- 하고 싶은 것을 다 하는 것                  

- 소리 지르며 달리기하는 것

- 친구랑 오랫동안 계속하는 것                 

- 엄청 신이 나고 엄청 재미있는 것

- 내가 만든 거 망가트리지 않고 내일 또 하는 것


[학부모가 생각하는 놀이]                    

- 저는 워킹맘이라 제 아이와 함께 놀아 줄 시간이 없어서 미안한 마음이 많아요.

  그래서 주말에 마트에 가면 원하는 장난감을 많이 사 주는 편인데 금방 싫증 내요.

- 놀 때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좋아하는데 학습지만 하려고 하면 금방 집중을 못 해요.

  노는 것은 좋은데 공부도 하면서 초등학교 갈 준비도 했으면 좋겠어요.

- 우리 아이는 유치원에 다니는 걸 너무 재미있어하니 마음은 편해요.

  그런데 “오늘은 유치원에서 뭐 했어?”라고 물어보면 “그냥 놀았어”라고 해요.

  이제 곧 초등학교에 가야 하는데 유치원에서 매일 이렇게 놀기만 해도 괜찮나 라는 생각이 들어 불안하네요.

- 요즘은 학원에서도 놀이처럼 재미있게 학습시킨다고 홍보하더라고요.

  놀이와 학습을 함께 해 준다면 부모로서는 돈이 들어도 너무 좋은 것 같아요.


[교사가 생각하는 놀이]                    

- 대학에서 배울 때부터 유치원은 놀이를 중심으로 하는 교육과정이라고 배웠는데

  「2019 개정 누리과정」에서 놀이 중심을 다른 시각에서 강조한다고 하니 어떻게 하라는 것인지

  의아하기도 하고 불안하기도 했어요.

- 아이들의 놀이가 가끔은 위험해 보이는 상황으로 전개되기도 해요.

  저렇게 놀이하다가 만약 다치기라도 하면 부모님이 뭐라고 하실까를 생각하게 되죠.

- 교육과정이 개정된 이후, 초기에는 아이들이 원하는 것을 어느 정도까지 허용할 수 있는지 모호했어요.

  시행착오를 많이 했었지만 조금씩 아이들을 신뢰하게 되고 저도 아이들과 놀이하는 것이

  너무 재미있어졌어요.

- 학기 초만 되면 등원 거부하는 아이들이 많았는데 신기하게도 그런 아이들이 없어요.

  유치원에 와서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하다 보니 그런 것 같아요.


교사, 학부모, 아이들이 생각하는 놀이에는 조금씩 차이가 있습니다. 아이들은 본인들이 하고 싶은 것을 친구와 함께 오늘도 내일도 어쩌면 더 오랫동안 하고 싶어 합니다. 오늘 모두 완성된 것처럼 보이지만 그렇지 않을 수 있습니다. 어른들은 뛰지 말라고 하지만 아이들은 너무 뛰고 싶어 합니다. 누구도 뛰라고 가르친 적은 없지만, 아이들은 으레 뜁니다. 뛰는 것도 아이들에게는 재미있는 놀이이기 때문이지요.


부모는 놀 때는 놀고 공부할 때는 공부했으면 하고 바랄 것입니다. 사 달라고 졸라대서 마트에서 비싸게 사 준 장난감을 매번 금방 싫증 내는 아이가 이해 안 될 것입니다. 사 줄 때마다 잘 갖고 놀 것을 약속했지만 며칠 못 가 싫증 내는 아이를 보면 지갑 열었던 순간을 후회하기도 합니다. 이럴 바에야 다른 엄마들이 많이 보낸다고 하는 놀이학원이나 키즈카페를 가는 게 훨씬 나을 것 같다는 생각도 가끔은 하게 됩니다. 


교사들은 예비 교사 때부터 유아 중심, 놀이 중심이라는 단어를 수없이 들어왔기에 부모들보다는 아이들을 더 이해할 수 있습니다. 가정에서 한두 명의 아이들을 바라보는 부모와는 달리 많은 아이를 매년 가르치며 다양한 사례를 접하는 교사들은 아무래도 전문가적인 시각이 있을 테니까요. “엄마, 나는 커서 선생님하고 결혼할래.”라고 말하는 아이가 있다면 아마도 자신의 놀이를 잘 이해해 주고 지지해 줘서 선생님이 너무 좋다는 의미일 것입니다. 


“선생님! 오늘은 왜 안 놀아요?”라고 묻는 아이들. 현장 체험학습을 다녀오는 중에 교사에게 진지하게 물어옵니다. 이 얘기를 들으면 교사들은 그야말로 빵 터지죠. 아침 9시에 버스 타고 출발해서 오후 4시에 도착했는데, 어린이대공원에 가서 동물도 실컷 보고 공놀이도 한참을 했는데, 선생님은 종일 아이들 쫓아다니느라 파김치가 됐는데 아이들은 여전히 놀이에 갈증을 느끼나 봅니다. 현장 체험학습을 통해 놀이에 대한 갈증이 해소된 아이들도 있지만, 이것보다는 유치원에서 블록 놀이를 하거나 젖은 모래로 물길을 만들며 놀이하는 것을 더 원하는 아이들도 있기 마련입니다. 후자의 아이들에게는 현장 체험학습이 본인들이 원한 충분한 놀이에 못 미치는 것이 된 셈이죠.



귀갓길에 다른 아이들은 근사하게 머리띠를 만들어 쓰고 오는데 우리 아이만 빈손이라면 그 순간 어떤 생각을 하시나요? 그때부터 부모는 아이에게 질문을 쏟아낼 것입니다. 아이를 존중해야 한다고 그동안 들어왔던 이론을 생각하며 친절함과 여유로움의 무기를 장착하고 말이죠. 유치원에서 무슨 일 있었는지, 왜 만들기를 안 했는지, 그 시간에 뭘 했는지에 대하여 끊임없이 궁금해합니다. 그러나 아이는 엄마가 질문하는 의도를 감각적으로 알아차립니다. 만들기를 안 하고 내가 더 좋아하는 다른 놀이를 한 것이 잘못한 행동인 듯 느낄 수 있으며, 내일은 유치원에서 만들기부터 하고 놀아야 한다고 생각할 것입니다. 다른 친구들처럼 내가 머리띠를 썼을 때 엄마의 밝은 표정을 생각하면서 말이죠. 다음 날 아이는 유치원에 가서 만들기를 후다닥 끝낸 후, “선생님! 머리띠 다 만들었어요. 이제 놀아도 돼요?”라고 묻습니다. 이 아이에게 만들기는 놀이가 아닌 과제가 된 것입니다. 어떤 아이에게는 너무 즐거운 만들기가 우리 아이에게는 엄마의 밝은 표정을 위한 과제일 수 있습니다.


손주들 오는 것이 좋다면서 기다리던 할아버지 할머니가 손주들이 갈 때는 더 좋다고 하는 CF를 한 번쯤은 봤을 것입니다. 마른국수 가락으로 온 바닥을 어지럽혀 놓고, 화분을 쓰러트리기까지 하며 노는 아이들. 비록 집은 엉망이 됐지만, 손주들은 그날 최고로 신나는 놀이를 했습니다. 


이제 우리 아이들에게 “괜찮아.”라고 말해 보면 어떨까요? ○○야, 놀고 싶은 만큼 놀아도 괜찮아, 옷에 흙이 엄청 많이 묻어도 괜찮아, 모기에 물리면 어때? 그것도 괜찮아, 그리고 넘어져도 괜찮아, ○○야, 다 괜찮아! 라고.


매거진의 이전글 누리과정이 달라졌어요, 2019 개정 누리과정 살펴보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