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맘카페에서 공유된 재미있을 듯한 놀이를 야심 차게 준비하여 우리 아이와 해 봤더니 크게 관심 없어 하는 상황을 경험해 봤을 것입니다. 다른 아이들에게는 폭발적인 반응이 있었던 놀이가 왜 우리 아이에게는 흥미롭지 않은 것인지 실망스럽기도 할 텐데요. 우리 집 아이는 다른 집 아이와 모습, 성향, 좋아하는 음식, 발달 속도 등 모든 것이 다르답니다. 우리 집 아이들도 저마다 다르지 않나요? 하물며, 쌍둥이들도 각기 개성과 능력이 다르다는 것을 생각하면 ‘다름’을 인정하는 데 큰 어려움은 없을 것입니다.
이렇듯 각기 다른 아이들에게 엄마·아빠가 제안하는 놀이가 과연 우리 아이들이 정말 원하는 놀이인지 이제는 고민해 볼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서로 다른 아이들이기 때문에 재미있어하는 놀이가 다를 수 있다는 것은 당연하겠지요. 이것이 바로 「2019 개정 누리과정」에서 강조하고 있는 ‘유아 중심’이라는 것이고, 유아 중심은 한 마디로 놀이의 주인공이 엄마도 아빠도 아닌 바로 아이들이라는 것을 뜻합니다.
그렇다면 부모의 역할은 무엇일까요? 부모는 말이죠. 아이가 물이 필요하다고 하면 물을 가져다주고, 무언가를 잡고 있어 달라고 하면 그렇게 하면 됩니다. 아이가 놀이를 함께 하자고 하면 흔쾌히 참여하여 놀이에 몰입하려고 노력하면 되죠. ‘놀아주는 것’이 아니라 ‘함께 노는 것’이라는 생각으로요. 부모도 마치 어린아이가 된 것처럼 말입니다. 그래야 놀고 난 후 부모도 지치지 않습니다. 아이의 놀이를 좀 더 확장 시켜 주고 싶을 때는 아이의 친구처럼 놀이를 제안해 보세요. 부모가 아이의 놀이에 딸려가면서도 아이의 눈높이에서 놀이를 제안한다면 우리 아이는 놀면서 많은 것을 배우게 된답니다.
아이들은 말로 표현하는 것이 미숙할 뿐 뭔가 계획이 있고 다 생각이 있습니다. 아이들의 놀이가 다소 유치하고 단순해 보일지라도 그 자체로 인정받아야 합니다. 단순한 놀이를 반복해야만 수준 높은 놀이고 발전해 나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놀이의 과정에서 아이들은 무궁무진한 경험을 하게 되고, 자신의 일상생활에 은연중에 적용하며 근사한 성인으로 성장하게 됩니다. 이것은 아이가 놀이 속 주인공이 된 경험이 쌓였을 때 빛을 발하게 된답니다.
졸려 보이는데 계속 놀고 싶어 하는 아이에게 인제 그만 놀고 자야 한다고 얘기해 본 적 있으신가요? 이때, 갑자기 눈을 동그랗게 뜨며 졸린 것이 아님을 애써 표현하는 아이들이 대부분일 것입니다. 때가 되면 밥을 먹고 잠을 자야 하듯 아이들은 충분히 놀아야 합니다. 놀이는 이런 것입니다. 먹어야 하고 자야 하는 것처럼 당연한 것. 이것은 「2019 개정 누리과정」에서 ‘유아 중심’과 함께 강조하고 있는 ‘놀이 중심’입니다. UN 아동 권리협약에서도 ‘놀 권리’를 명시하고 있다는 것은 세계의 모든 아이에게 놀이가 엄청나게 중요하다는 것을 의미하는 거 아닐까요?
놀이라는 것을 생각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재미라는 단어일 것입니다. 재미없는 것을 하면서 논다고 하지는 않을 겁니다. ‘놀자’라고 할 때는 재미있는 것을 함께 하자는 의미이며, 재미만 있다면 한두 번에 그치지 않고 몇 번이고 계속 반복할 것입니다. 배고프고 졸린 것도 잊은 채 땀을 뻘뻘 흘리며 빠져들 것입니다. 아이들에게 놀이는 본능이기 때문입니다.
놀면 뭐하니? 이 말에는 놀지만 말고 공부 좀 하라는 의미가 담겨있지요. 노는 것을 못마땅하게 바라보는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 아이들은 놀면서 온몸으로 세상을 배웁니다. 울퉁불퉁한 잔디밭을 달리다 넘어지면서 대근육이 발달하고 신체 조절력이 생기고, 친구와 함께 놀면서 다투고 화해하며 감정을 적절히 조절하고 소통할 줄 알게 됩니다. 바람 부는 봄날, 눈앞에서 흰 눈처럼 흩어지는 벚꽃 잎을 보며 자연의 고마움과 아름다움을 느끼게 됩니다. 평소에 좋아하는 과자 이름이 봉지에 어떻게 그려져 있는지 어느 날 궁금해지기 시작하며 문자를 터득해가고, 비 온 후 집 앞에서 우연히 발견한 지렁이에 몰입하며 호기심과 탐구하는 힘이 생깁니다. 누가 계획하여 굳이 가르쳐주지 않아도 빠져든 놀이 속에서 스스로 성장하고 발달하는 것이 아이들이랍니다. 공부도 놀이처럼 해야 자기 주도적으로 지속할 수 있다는 것을 부모들은 기억해야 합니다.
「2019 개정 누리과정」에서는 놀이시간에 대해서도 강조하며, 바깥 놀이를 포함하여 아이들이 놀이에 빠져들어 즐길 수 있도록 시간을 여유 있게 확보하라는 것이지요. 1일 4~5시간으로 편성하는 유치원에서의 수업 시간 중 절반 이상은 아이들이 마음껏 놀 수 있도록 충분한 시간을 확보해야 합니다.
교실에서 자유롭게 친구들과 놀이한 후 정리 시간이 되었음을 알리면 아이들은 “선생님! 오늘은 왜 이렇게 조금밖에 안 놀아요?”라며 아쉬움의 야유를 보내기 일쑤입니다. 갑자기 아이들의 어깨와 입꼬리가 축 처지는 순간이죠. 항상 충분한 놀이 시간을 제공하고 있는데, 놀이를 더 하게 되면 밥을 급하게 먹어야 해서 더 놀 수 없는데 아이들은 아직도 놀이가 고픕니다. 이런 순간의 아이들이 너무 사랑스럽습니다. 자신들이 정상적으로 잘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기 때문입니다.
「2019 개정 누리과정」에서 놀이를 통한 배움의 의미도 새롭게 정립하였습니다. 그동안은 가르쳐야 할 내용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유아가 경험하며 스스로 배우는 내용에 집중하게 하였습니다. 우리는 교육적인 의도를 갖고 무언가를 계속 설명해 주며, 동네에 새로 생긴 키즈카페나 박물관에 데리고 가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자 의무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겁니다. 그러나 우리의 아이들은 의도적으로 가르치지 않아도 놀이를 통해 스스로 배워나갈 수 있습니다. 그것이 익숙한 아이들이 초등학생이 되었을 때 스스로 책상에 앉아 집중할 수 있음을 부모는 하루빨리 알아야 합니다.
유치원 교육과정에서는 3~5세 각 연령별로 수준 차이를 두어 활동을 제안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부터는 개별 유아의 발달 수준과 배움의 특성을 그대로 인정하고 있지요. 3세 유아가 경험하고 싶어 하는 놀이를 4세 또는 5세 때까지 기다리게 할 이유가 없으며, 5세 유아가 4세 때 했던 놀이를 다시 한다고 해서 그것이 전혀 문제 될 게 없기 때문입니다. 개별 유아를 온전히 인정하고 존중한다는 의미입니다.
우리 아이가 행복한 성인으로 자라길 바란다면 두 가지에 대한 신뢰가 있어야 합니다. 우선, 대한민국에서 내로라하는 유아교육 전문가들이 오랜 시간 동안 공들여 만들어낸 유치원 교육과정을 신뢰해야 합니다. 영어학원의 상담가나 맘카페의 글보다 「2019 개정 누리과정」을 신뢰하세요. 다음은 우리 아이를 신뢰해야 합니다. 책을 술술 읽어내리는 옆집 아이보다 제 속도를 준수하는 우리 아이를 신뢰하세요. 우리 아이는 누리과정에서 말하고 있듯이 분명히 잘 놀 것이고, 하고 싶은 놀이를 마음껏 하면서 놀이의 주인공이 된다면, 「2019 개정 누리과정」에서 추구하는 건강하고, 자주적이며, 창의적이고, 감성이 풍부한 그리고 더불어 사는 사람으로 잘 성장할 것입니다. 부모가 바라는 우리 아이의 미래상은 유치원 시기의 진정한 놀이로 가능합니다. 유치원 시기, 놀이하기 좋은 때이고, 놀던 아이가 성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