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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재현 Jul 27. 2023

Z세대,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묻다. [하나]

"뭐 해 먹고살래"가 아닌 "어떻게 살래?"에 대한 질문

 고교 졸업 후 대충 성적 맞춰 간 경영학과, 철학이 좋아 편입한 사회학과, 마냥 노는 것이 좋아 다니던 해외여행, 어릴 때부터 남달랐던 음악에 대한 애정. 남들보다 긴 7년의 대학생활을 마치고 나에게 남은 것이다.  중견기업, 대기업, 워라밸이 보장되는 고소득의 직장 그를 기반으로 한 안정적 가정과 일정 수준의 자산형성, 그를 토대로 한 경제적 안정성이 함께하는 노후가 삶의 목적 그 자체가 되는 시스템 속에서 절망적인 상황이다.

그런 내가 나의 "남 부럽지 않은 삶"을 살아갈 수 있을까. 


 내가 본문에서 표현하는 남 부럽지 않은 삶이란 흔히 사회, 경제적 지위의 성취가 궁극적 목적이 되는 삶이 아니라, 삶의 목적성과 방향성에 있어 사회 통념에서 자유로운 삶을 의미한다. 나는 결코 비교나 경쟁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 매체에서는 비교하는 사회 풍조 때문에 우리 사회는 상대적 박탈감으로 고통받고, 행복감은 바닥을 찍고 있는 문제가 심각하다고 떠든다. 웃기지도 않는 소리다. 사회적 동물인 인간이 고도로 세분화되고 유기적으로 얽힌 자본주의 사회의 관계들 속에서 어떻게 비교를 하지 않을 수 있고, 비교가 없다면 현 체제는 어떻게 유지가 될 것이며, 역사는 어떻게 진행되었을 수 있는가. 문제는 비교와 부러움이 아니라, 비교를 통해 자신을 정의하는 행위와 부러워 함에 그치지 않고 시기, 질투하는 행위가 문제인 것이다.


 그래서 나는 통념 속에 살지 않기로 했다. 아무것도 안 하거나 사회 탓을 하는 그런 패배주의가 아니라 시야를 바꾸고 관점을 바꾼 것이다. 이른바, "남 부럽지 않은 삶"이 아닌 "남 눈치 안 보는 삶"을 살기로.

그러자 내게 있어 사회 통념 속의 성취는(예컨대 부의 성취) 내가 선택한 삶의 궁극적 목표를 위한 수단이 되었고, 나는 20대 후반의 나이에 "뭐 해 먹고살래"가 아닌, "어떻게 살래?"라는 물음을 던질 수 있었다. 

"어떻게 살래?"라는 물음은  어느 정도 수준의 사회, 문화, 경제 자본을 향유할 것인가 혹은 사회, 경제적 지위 획득 따위에 관한 물음이 아니었다. 유년 시절, "너는 꿈이 뭐니?"라고 물었을 때 "대통령, 경찰관, 공룡, 로봇, 외교관, 의사" 같은 수준의 순수한 문답이다. 다만 그때와 달라진 것은 이제는 나의 대답의 수준에 따라 사회에서 제시하는 목적을 수단으로 전락시킨 20대 후반이 과연 오만한 것인지, 자신감이 있는 것인지가 달라 뿐인 것이다.


 살아오며 가장 하고 싶은 것을 많이 꿈꾸는 곳은 어디일까? 내겐 바로 군 복무 시절이었다. 유년 시절은 너무 어렸고, 학창 시절은 가능성에 관한 메타 인지와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와 경험이 부족했다. 그에 비해 군에서의 시간은 꿈을 꾸기에 가장 완벽한 시간이었다. 다양한 아비투스를 가진 사람들이 계급만 제외하면 유일하게 형식적 평등이 아닌 완전한 평등 속에서 관계를 교류하는 사회에 가까워 순수했고, 의무를 다하고 전역 이후 자유로운 삶 속에서 무엇을 할 것인지 가장 간절하게 상상했던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세계여행 3년 이상 가기, 메탈리카/오아시스/포스트 말론/엘르가든 공연 가기, 유럽에서 3년 살기. 지금까지 크게 의식하고 있지 않았지만 되돌아보니 현실에 살며 유사한 것들을 꾸준히 해오고 있었더라. 대학 시절 1년에 두 번은 꼭 해외여행을 홀로 다녀왔고, 노엘 갤러거 콘서트, 칼리드 콘서트,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도 매년 다녔었다. 물음에 대한 답을 찾았다. "어떻게 살래?"에 대한 답이었다.


 막연해 보이던 항목들을 구체화하고 추려보니, "35세 전에 유럽 12개 도시 1년 여행하기"라는 목표가 생겼고, 그를 실현할 방법들을 강구하며 여러 가지 추가 세부 목표들이 생겼다. 결혼을 앞둔 여자친구와 5년 동안 매월 100만 원의 현금흐름이 생기는 파이프라인을 구축하고, 유럽 1년 살기와 같은 경험을 단순히 경험했다 뿐이 아닌 영상물과 출판물로 만들기 위한 준비, 그리고 1년의 여행을 마치고 왔을 때 다시 본업으로 언제든 돌아갈 수 있을 준비, 해외 취업 등 나의 선택에 관한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여러 수단들을 마련하고 있고, 그것들은 수단이면서 목표가 되며 언제 어느 때보다 행복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사실 이제 막 서울에서 상경하여 생활하는 나라는 사람은 평생을 지방에서 한가로이 살며 지위 획득 경쟁에 대한 것 자체를 인식조차 하지 못했다. 그리고 무던하게 살아도 크게 부족함 없이 살 수 있다는 확신과 같은 오만함을 갖고 있다. 하지만 그러기에 나는 20대 후반에 나의 인생에서 다시 한번 꿈을 꿀 수 있었고, 그를 위한 나만의 상세한 보물지도를 그리는 중 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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