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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온쌤 May 16. 2023

리코더 삼매경

가르치는 것의 기쁨

실내 마스크가 풀리자마자 한 일은 아이들과 리코더 수업을 시작한 것이다.

이 아이들은 2학년 때부터 코로나를 겪은 아이들이라 교육과정상 3학년 때 시작하는 리코더를 배웠을 리가 없다.

1-2학년은 리듬악기 중심의 수업을 하다가

3학년 첫 가락악기로 리코더를 배우고

4학년 때 익숙해진 후

5학년 때 국악기인 단소를 배우는 교육과정인데

코로나 3년이 부는 악기를 배울 기회를 제한한 셈이다.

우리 학년은 2학기 때 단소 수업이 잡혀있기 때문에 1학기에 리코더를 어느 정도 배웠으면 하는 것이 선생님의 바람인데 아이들은 이제 백지 상태일 뿐이고.

5학년 음악 교과서에서는 시 b가  들어간 Over the rainbow가 나오는데 이제 막 리코더를 구입한 아이들에게는

무척이나 어려운 곡이었다.

그러나 다행인 것은 안 해봐서인지 리코더에 대한 호기심과 흥미가 대단하다.

학습 동기가 높은 학습자들이라! 우선 이거면 되지 않은가.

운지와 텅잉을 가르치고, 높은 음만 나오는 비행기(시라솔라시시시) 같은 아주 기초곡을 2-3곡 완료한 후

Over the rainbow 곡을 한 주에 4마디씩 정말 거북이처럼 가르쳤다.

4마디 손 모양 시범 보이기를 여러 번, 운지만 연습하도록 한 후

모둠별, 개별로 모두 통과해야 한 시간 끝나는 것으로!

짝끼리도 확인하고 선생님이랑도 확인하고 포기하려는 친구 다독이며

손가락이 갈 곳을 잃어 바들바들 떠는 아이들과 4주를 하고 나니!

어머! 드디어 우리가 아는 그 곡을 연주할 수 있게 되었다.

아이들이 운지가 어느 정도 익숙해지자 본인들 스스로도 신이 나는지

운동장에서 점심시간에 모여 연주를 한다.

밥 먹기 무섭게 보드게임하고 놀던 친구들이 오늘 점심에는 모두 나가 벤치에서 리코더를 부르는데

뭔가 모르게 뿌듯!

그래, 아이들은 금방 배우고, 이렇게 성장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참 뿌듯했었지!

어렵게만 느꼈던 곳을 모두 한 사람도 빠짐없이 연주하고

우리는 다른 곡 연주를 새롭게 시작할 것이다.

오늘 칼럼을 하나 읽었다.

인공지능을 대체할 교사의 가르침이란 무엇인가?

많은 부분 동의하지만, 초등의 경우 이미 지식의 전달자로서의 역할에 국한된 직업은 아니다.

아이, 어린 아이를 만나는 직업은 많은 데이터로 평균내기 어려운 사람과 사람의 상호 작용이 있다.

칼럼을 읽는 순가, 리코더 가르치기를 대체하는 인공지능은 어떤 모습일까? 상상해본다. 

몇 번의 가르침 끝에 아이가 하기 실어한다면, 힘들어 하고 포기하고 싶어한다면

인공 지능은 또래 친구와 선생님과 같은 교감을 만들어 내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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